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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편 소비 익숙한 학생들 '교과서 완독' 필요

정부가 산학연계와 취·창업, 인공지능(AI) 등 현장 중심으로 대학 교육을 재편하는 가운데, 보다 정교한 설계와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학연계와 취업 중심 교육 강화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이를...

단편 소비 익숙한 학생들 '교과서 완독' 필요

베스트 티처들은 정부의 산학일체형 교육엔 공감했지만, 기초교육과 전공교육을 강화하는 정책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정부가 산학연계와 취·창업, 인공지능(AI) 등 현장 중심으로 대학 교육을 재편하는 가운데, 보다 정교한 설계와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학연계와 취업 중심 교육 강화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이를 모든 학과와 교육과정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문제해결능력과 사고력 등 대학 교육의 핵심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교수신문은 전국 권역별 사립대를 대상으로 강의평가 상위 5% 이내 ‘최우수 강의상’을 다수 수상한 ‘베스트 티처’들에게 대학교육 혁신 방향을 물었다.

우선 앵커체계 등 정부의 지역대학 육성 정책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기성환 조선대 교수는 정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지역에서는 학생은 일자리를, 기업은 인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함께 움직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유치와 인재 양성을 동시에 추진해야 실질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준영 영남대 교수는 “재정 지원 확대나 제도 변화가 현장에서 체감되는 수준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립대학이 등록금 의존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실질적 혁신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 인재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일자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문화, 네트워크, 삶의 기회까지 포함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학부교육 혁신 방향을 두고는 ‘균형’이 핵심 키워드로 제시됐다. 김오연 동아대 교수는 “산학협력과 현장 중심 교육 확대는 학생들의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대학 현장에서는 필드캠퍼스 수업, 현장실습, 프로젝트형 수업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교육이 단순 기술 습득에 머물지 않으려면 전공 지식과 학문적 기반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직무교육과 함께 전공 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교육과정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학문과 응용 분야를 구분한 정책 지원 필요”

기초교육 약화에 대한 우려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한준영 교수는 “학생들이 단편적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읽기·쓰기·말하기·비판적 사고를 포함한 기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성환 교수 역시 “슬라이드 중심 수업이 늘면서 지식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과서 완독을 통해 배경지식과 구조적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기반 교수법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기초로의 회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산학연계 정책 확대와 관련해서는 대학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엄태웅 고려대 교수는 “산학협력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대학 교육 전체를 산업 수요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수요에 맞춘 인력 양성에 집중할 경우 학문후속세대 양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기초학문과 응용 분야를 구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문학의 경우 원전에 대한 이해 없이 콘텐츠 중심 교육만 강화되면 학문의 깊이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학의 역할에 대한 재정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한준영 교수는 “AI 확산으로 지식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야 한다”며 “사고를 훈련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취업 역량과는 별개로 대학이 제공해야 할 고유 가치로 제시됐다.

평가 체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엄태웅 교수는 “국제 랭킹 중심 평가가 대학 운영을 획일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인문사회 분야는 국내 학술 생태계를 반영한 평가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스트 티처들은 산학연계와 취업 중심 교육을 강화하되, 기초학문과 사고력 교육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오연 교수는 “대학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며 “단기 실무 인력 양성과 장기적 전문성·융합역량 교육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ongug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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