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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독]“명태균 ‘오세훈 건방져, 1위조사 안된다’며 조작 지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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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10.23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세훈 1등 하는 조사를 가져다주면 안 된다. 건방지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이렇게 말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불리하게 여론조사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23일 오 시장 항소심 판결문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명 씨가 오 시장의 의뢰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보고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오히려 명 씨 측이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조사 결과를 손본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오세훈 1위 조사를 나경원 1등으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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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씨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04.03

동아일보가 23일 입수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의 강혜경 씨 진술을 무죄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강 씨는 수사기관과 1심 법정에서 “오세훈이 1위로 나온 조사가 있었는데 나경원(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후보)이 1등 한 것으로 바꾼 조사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 무렵 강철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명태균에게 ‘조사 안 해도 우리가 1등이다’라고 말하던 시기여서, 명태균이 ‘오세훈 1등 하는 조사를 가져다주면 안 된다. 건방지다’라고 말하면서 오세훈에게 불리하도록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한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미래한국연구소에서는 (2021년 1월 25일 실시한) 미공표 여론조사에 관해 오 시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수정한 정황이 나타난다”고 적시했다. 이 조사는 1심이 오 시장의 의뢰로 이뤄졌다며 유죄로 인정한 5건 중 하나다.

● 明, 김한정 씨에 “오 시장 소개 아니잖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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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리고 있다. 2026.10.23 사진=서울고법 제공

오 시장 측이 항소심에서 새롭게 증거로 낸 후원자 김한정 씨와 명 씨의 2021년 3월 6일 통화 녹취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판결문에 실린 녹취에서 명 씨가 “오 시장이 직접 소개시켜 준 게 아니잖아예”라고 하자, 김 씨는 “나는 시장한테 직접 얘기 들은 것도 없고, (강)철원이가 얘기해서 내가 본 거야”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김 씨가 오 시장이 아닌 강 전 부시장을 통해 명 씨 연락처를 알게 된 것으로 봤다. 이어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비용을 요청하러 직접 김 씨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는 명 씨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관계자의 “김 씨는 그다지 대접을 못 받았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김 씨는 선거 캠프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홀대받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김 씨는 후원자의 역할을 넘어 독자적인 정치적 위상을 갖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고, 자발적으로 명 씨와 관계를 이어가며 돈을 보냈다는 김 씨의 주장도 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울면서 매달렸다”는 취지의 명 씨 주장에 대해서는 “2021년 3월 13일 녹취에 따르면 명 씨는 경선 직후 오 시장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지가 다 잘난 거고, 지가 다 챙기려고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며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 “4년 지나 기억 더 선명, 못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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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10.23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재판부는 명 씨 진술이 계속 바뀌거나 뒤늦게 구체화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명 씨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2021년 1월 22일 통화를 지난해 4월 진술서에서 네 차례 통화로 나눠 진술했다. 재판부는 “통화가 이루어진 지 4년여가 지난 시점에 그 기억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명 씨는 오 시장에게 자료를 준 적이 없다고 했다가, 지난해 4월 조사에서는 “하얀 대봉투에 넣어 전달해 주었고”, “봉투가 흰색 시사경남 봉투인 것도 떠올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혐의를 의식하는 듯 진술을 번복했다”며 “쉽게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 시장 측의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일부만 채택됐다. 재판부는 창원지검이 2024년 9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사건 영장으로 압수한 강 씨의 휴대전화와 그 안의 전자정보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영장에 적힌 혐의와 오 시장 사건은 핵심 내용이 달라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다. 명 씨가 2024년 12월 임의제출한 이른바 ‘황금폰’과 강 씨가 지난해 7월 임의제출한 PC 등은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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