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나노융합국가산단 전경. 밀양시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했던 공공택지 가운데 지방에 위치한 택지의 계약 해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미분양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2021년 이후 법인 계약 공동주택용지 해약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여간 56필지가 해약됐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2021년 한 해동안 0건이던 해약 필지는 2022년 2필지, 2023년 5필지, 2024년 25필지, 지난해 17필지로 집계됐다. 올해는 7월까지 7필지의 계약 해지가 이뤄졌다.
지난해부터 계약 해지가 줄고 있지만 지방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시행사·시공사들이 반납한 LH 공동주택용지를 보면 7필지 중 1필지가 경기도였고 6필지가 지방이었다. 구체적 사업지구를 살펴보면 충남 홍성군 도청이전신도시, 경남 밀양시 밀양나노융합국가산단, 충북 괴산군 괴산미니복합타운, 경북 경산시 경산대임 등이다. 2024년에 계약이 해지된 25필지 중 지방은 4필지에 그쳤으나 지난해엔 17필지 중 11필지가 지방일 만큼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방에서 해약 발생이 지속되는 건 공동주택용지 계약 관리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라며 “사업자가 계약금을 포기하고 나가는데도 LH가 해약 사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약 원인 분석과 관리 방안이 종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공동주택용지는 건설사들 사이에서 낮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로또’처럼 여겨졌다. 추첨으로 결정되는 당첨 확률을 높이려 위장 계열서까지 동원하는 ‘벌떼 입찰’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계약을 해지하면 건설사는 공급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도 떼이게 된다. 그럼에도 지방의 계약 해지 증가는 지방 미분양 적체와 건설경기 침체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토부의 지자체별 미분양 주택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올 7월 기준 전국 6만 8217가구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4만 8758가구에 달한다. 충남이 9982가구로 가장 많고, 부산 8379가구, 경북 5107가구, 경남 4627가구, 대구 4278가구 등의 순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인해 외지 투자 수요가 줄면서 지방 아파트는 분양하더라도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업자들이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3일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방 부동산에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제한적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1차 이전 때도 실제 이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바 있고 가족 단위 이주로 연결되지 않으면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정적 일자리와 정주 인프라 개선도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은 지점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공기관 이전 시기와 장소도 확정되지 않았고 수요자의 선호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며 “인프라 투자나 인구 유입이 필요해 빠른 시일 내 해법을 마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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