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의사결정 자산”… 정부 아닌 민간이 방첩 중심으로 이동
-공급망·인력·여론까지 동시 침투… 산업 구조 자체가 공격 경로로
“정보는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것.”
미국 연방수사국(FBI) 방첩·첩보국 대외협력 총괄(고위 임원) 조슈아 옵스펠드(Joshua Obstfeld)의 27일(현지시간) 이 발언은 현재 국가 간 경쟁의 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정보는 축적되는 데이터가 아니라 판단을 바꾸는 도구다. 이 도구가 생성되는 공간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하면서, 방첩의 중심도 함께 이동했다.
FBI는 방첩을 “핵심 정보의 탈취와 활용을 차단하는 모든 활동”으로 규정한다. 보호 대상은 군사 기밀에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설계, 인공지능 모델, 첨단 무기 체계, 산업 공정 데이터가 동일한 범주에 포함된다. 옵스펠드는 총괄은 “혁신은 오랜 기간 정부 밖에서 이뤄져 왔다”며 민간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이동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변화는 공격 대상의 재편으로 이어졌다. 기업은 생산 주체를 넘어 전략 자산이자 주요 표적으로 동시에 작동한다. 글로벌 공급망과 협력 구조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시스템은 효율을 높이는 대신 접근 경로를 확대한다. 연구소, 협력사, 외주 네트워크, 데이터 플랫폼이 연결된 구조에서는 단일 지점의 침투가 전체 체계로 확산될 수 있다.
FBI가 제시한 위협 구조는 세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정보 수집이다. 정부 기밀뿐 아니라 민간 기술과 연구 데이터가 주요 대상이다. 첨단 산업에서는 기업 내부 정보가 국가 전략 수준의 가치로 평가된다. 둘째는 사보타주다. 핵심 인프라와 공급망을 교란하는 방식이다. 옵스펠드는 “정상적인 기업도 특정 국가의 영향 아래 있을 경우 그 국가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 접근 권한이 외부로 이전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공급망 자체가 통제 수단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셋째는 비대칭 영향이다. FBI는 이를 기만과 강압을 통한 의사결정 개입으로 정의한다. 가짜 신분 접근, 관계 형성을 통한 정보 획득, 온라인 여론 조작이 결합된 형태다. 여기에 해외 거주 인력이나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협박이 포함된다.
옵스트펠드는 “협박과 위협, 심지어 물리적 위험까지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충돌 없이 기업 내부 판단을 바꾸는 방식이다. 연구 방향, 투자 구조, 기술 이전 여부 같은 핵심 의사결정이 외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 지점이다.
이 세 가지 축은 산업별로 구체화된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설계 데이터와 공정 기술이, 방산 분야에서는 무기 체계 설계와 통합 기술이 핵심 자산으로 지목된다.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모델 구조와 학습 데이터가 동일한 위치에 놓인다.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전제가 전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공급망은 방첩 관점에서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배터리 소재, 방산 부품처럼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리스크는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부품·소재·장비·소프트웨어가 연결된 체계에서는 일부 지점의 통제만으로 전체 흐름이 영향을 받는다. 이는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기술 접근과 정보 흐름 자체를 바꾸는 결과로 이어진다.
FBI는 대응 방향으로 사전 차단 체계를 강조한다. 옵스트펠드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보기관, 수사기관, 규제기관이 결합된 통합 구조가 운영되고 있다. 동시에 민간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기업은 보호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방첩 체계의 구성 요소로 편입되는 구조다.
이 변화는 산업의 정의를 바꾸고 있다. 생산 시설은 전략 인프라로, 연구 데이터는 국가 자산으로, 공급망은 통제와 영향의 경로로 재해석된다. 기술이 생성되는 공간이 곧 충돌 지점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옵스트펠드 총괄의 발언은 이 흐름을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한다. 정보는 힘이고, 그 힘이 만들어지는 곳이 전장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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