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은 지난 2월 20일 도쿄 국회에서 시정방침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
다카이치 정부가 일본 정부의 안보 전략을 담은 ‘안보 3문서’ 연내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안보 3문서가 단순히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외교·방위·경제·기술을 모두 묶은 ‘종합적 국력’을 키우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27일 총리관저에서 안보 3문서 개정을 위한 첫 전문가 회의를 열고 “냉전 이후 비교적 안정된 국제질서는 과거의 것이 됐다”며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주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 위원인 야마자키 고지 전 자위대 통합막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총력전’의 중요성”이라면서 종합적인 국력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은 군대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군수산업, 에너지 공급, 정보통신, 민간기업 기술력, 인프라 유지까지 모두 합쳐 국가 전체가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태평양까지 진출해 군사활동... 원자력 잠수함 도입 추진
일본 정부는 2022년 안보 3문서 개정 당시에도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이라고 표현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트럼프 미국 정부의 이란 공격, 중국의 군사 활동 확대 등 무력 사용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6월 중국 항모 2척이 서태평양(필리핀해)까지 진출하는 등 유사시 해양에서 미국군의 접근을 저지하는 A2·AD(접근거부·영역거부) 전략을 제1도련선에서 제2도련선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도 장기적으로 원자력 잠수함 보유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정부는 이번 안보3문서 개정을 통해 ‘차세대 동력 + VLS(수직발사장치) 탑재 잠수함 보유’ 명기를 추진하고 있다. 원잠 도입을 염두한 것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지난해 말 “한국과 호주가 (원잠을) 보유하게 되고, 미국과 중국은 갖고 있다”면서 “우리가 억지력, 대처력을 향상하려면 (잠수함의) 새로운 동력으로 필요한 것이 전고체인지 연료전지인지 원자력인지 등 폭넓은 과제와 가능성, 장단점에 관해 논의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 X지난달 23일 고이즈미 신지로(앞줄 가운데) 일본 방위상이 도쿄에서 열린 ‘일·태평양 도서국 국방장관 회의(JPIDD)’에서 각국 국방장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올해 세 번째 열린 JPIDD에 역대 최다인 28국이 참가했다.
◇미일동맹만 의존 안돼... “우방국과 협력 강화”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은 또 미일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지국’과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미일동맹을 축으로 삼되, 미국의 아시아 개입을 계속 붙잡아 두고 지역 질서를 유지하려면 일본의 역할 확대가 필수”라고 말했다. 대표 국가는 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국과 호주로, 다카이치 총리는 이같은 안보 협력을 위해 29일부터 시작되는 골든위크 연휴기간에 베트남과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 21일 살상무기 수출 규제를 해제해 동지국들이 일본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평시에 공동 훈련 및 시스템 통합성을 높이고, 전시에는 상호 지원이 가능하게 만드는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일본은 또 안쓰는 자위대 호위함 등 중고 장비를 동지국에 무상 공여하기 위한 법제 정비에도 착수했다.
◇경제 안보가 곧 ‘국력’... 화학제품도 안보물자로
일본은 “경제의 무기화”에도 큰 위기감을 갖고 있다. 최근 이란은 군사력 자체로는 미국에 상대가 안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사회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는데 성공했다. 공급망·에너지·원자재를 흔들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때문에 반도체, 중요 광물, 화학 제품, 에너지 조달선 등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시 점검하려 하고 있다. 특히 석유계 화학제품은 자위대 운용과 국민 생활 모두를 지탱하는 핵심인데도 지금까지 안보물자로 충분히 관리되지 않았다는 반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지휘통제, 드론 대량 운용, 위성 정보 실시간 통합, 초고속 표적 식별 및 공격 결정 등 첨단 전쟁 수행 능력 확보도 논의했다. 이번 회의가 기존 안보 논의와 다른 점은 경제 전문가와 AI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다.
위성과 각종 센서 정보들을 즉시 통합하고, 목표 확인부터 어떤 무기로 공격할지까지 빠르게 결정하는 미국의 체계를 일본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강조된 것은 지속전(継戦能力) 능력으로 자민당 내에선 “최소 연 단위로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비축 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약 생산 능력 증강, 미사일 대량 비축, 방산 공급망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는AI를 포함한 군민양용(듀얼유스)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스타트업 기술을 각 부처가 시험 도입하고 5년간 1조엔 규모 계약을 만들어 민간 혁신기업을 방위 분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중후장대한 방산업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실리콘밸리식 민간 혁신을 안보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이를 통해 “방위와 성장을 동시 달성한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보 강화에 투자하면서 첨단기술·산업도 육성하고, 이것이 다시 종합 국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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