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치·공공 부문부터 우주·반도체·철강·자동차·금융·바이오·게임·유통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정치와 공공 부문 혁신을 추진하고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과 기술 패권에 대응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자산, 우주 산업, K신약 등 미래 먹거리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주간한국은 창간 62주년을 맞아 ‘뉴(NEW) 희망의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슈퍼, GS25 편의점. 사진=각사
[주간한국 배예진 기자]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고가·대용량 상품보다 받는 사람의 취향과 실용성, 구매 편의성을 고려하는 소비가 늘면서 유통업체들도 채널별 특성에 맞춰 상품 구성과 판매 방식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8월 21~22일 수도권 소비자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석 농식품 구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맛과 실속’이 45.9%로 가장 높았고 ‘시간과 삶의 질’이 39.4%로 뒤를 이었다. 소포장·소용량 신선과일 구매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49.5%, 대용량 과일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62.0%였다.
◇ 백화점, 프리미엄 기준을 ‘경험과 편의’로
백화점은 고가 상품 중심의 전통적인 명절 선물에서 벗어나 손질과 조리 부담을 줄인 상품과 미식·예술·여행 등 경험형 상품으로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NO 손질’ 수산물과 HMR(가정간편식) 선물세트를 확대했다. 간편 수산물 선물세트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HMR 선물세트도 전년 명절보다 40% 확대했다. 명절 음식과 식기를 함께 구성해 별도의 준비 부담을 줄이는 ‘한상차림’ 형태도 선보였다. 와인과 미술 전시, 다이닝을 결합하는 등 상품을 함께 즐기는 경험으로 선물의 범위를 확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디저트 등 미식 상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구매 편의성을 높였다. 상품의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와 배송지 등록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QR 바로주문’을 전 점포에 도입했다. 결제부터 배송 접수까지 30초대에 처리할 수 있으며, 신세계 강남점의 명절 선물 주문 가운데 약 45%가 한 개 상품만 주문하는 단건 주문인 점을 반영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에서 여행·예술·미식 등을 포함한 경험형 선물을 확대했다. 지난해 약 100개였던 관련 상품을 올해 약 700개로 늘리고 취급 브랜드도 30개에서 100개 이상으로 확대했다. AI(인공지능)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통해 선물 대상과 예산 등을 고려한 상품 추천도 제공한다.
◇ 대형마트, 가격 부담 낮추고 선택지는 넓히고
대형마트에서는 고물가에 대응한 실속형 상품과 선물 대상·목적에 따른 상품 세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법인 대량 구매에서는 통조림·커피·홍삼 등 실용적인 상품이, 개인 선물에서는 가격 부담을 낮춘 신선식품과 이색 과일 구성이 확대되고 있다.
롯데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 5만원 미만 상품 매출은 33%, 10만원대 신선식품 세트는 16% 늘었다. 법인·기업 대량 구매가 집중되는 사전예약 특성상 통조림 세트가 판매 상위권을 차지했다. 돼지고기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추석 동기간 대비 5배 이상, 김 선물세트는 48.9% 증가했다. 국산 과일과 열대과일을 혼합한 선물세트는 준비 물량을 약 40% 확대했으며 열대과일 선물세트 카테고리 매출은 80%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슈퍼는 PB(자체브랜드) ‘오늘좋은’을 명절 선물세트에 처음 적용하며 일상 소비 중심이었던 PB의 활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마트에서도 가격대별 수요가 뚜렷했다.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전년 대비 10.3% 증가했고 100개 이상 대량 구매 매출은 17% 늘었다. 5만~10만원대 상품 매출은 21.9%, 5만원 미만 상품은 3.5% 증가했다. 과일에서는 3만~5만원대 상품을 중심으로 사과 선물세트 매출이 품목별로 45.5%, 37.1% 늘었고 돼지고기 선물세트는 58.9%, 통조림은 15.5% 증가했다.
주류 선물세트도 확대됐다. 이마트의 추석 주류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9% 증가했으며 와인은 39.6%, 주류·스피릿은 38.6% 늘었다. 본판매에서도 와인과 위스키 등 가격대가 다양한 상품을 구성했다.
◇ 편의점, 명절 음식도 1~2인분으로
편의점 업계에서는 명절 음식의 소비 단위가 작아지고 있다. 도시락 중심이었던 명절 간편식이 김밥·주먹밥·무스비·잡채·전·송편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1~2인 가구와 혼자 연휴를 보내는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이 늘고 있다. 대가족이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하는 대신 필요한 메뉴만 소량 구매할 수 있도록 상품을 세분화하고 있다.
CU의 추석 명절 도시락 매출은 2023년 18.5%, 2024년 20.8%, 2025년 12.2%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명절 도시락 판매량의 60.5%는 대학가·원룸촌·오피스텔 등 1~2인 가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했다. 올해는 명절 도시락뿐 아니라 잡채·모둠전·송편 등을 별도 상품으로 구성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추석 포함 기간 삼각김밥 매출이 23%, 도시락 매출이 15% 증가했다. 올해는 도시락과 함께 명절 메뉴를 접목한 김밥과 무스비를 선보이며 상품 형태를 확대했다. 한상도시락에는 11가지 반찬을 담고 자체 ‘Rice Project’를 적용했다.
이마트24는 명절 음식 여러 가지를 한 상품에 담는 방식을 택했다. ‘한가위보름달만찬’은 10가지 메뉴에 미니 찹쌀약과를 더한 구성으로, 1~2인 가구와 혼명족을 겨냥했다. 지난해 추석 명절 도시락 상품은 10월 1~10일 도시락 카테고리 판매 순위 2위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모바일 앱 사전 주문도 병행한다.
GS25 역시 명절 대표 음식을 도시락뿐 아니라 김밥과 주먹밥 등으로 재구성했다. 잡채와 전을 별도 간편식으로 선보이고 불고기와 맥적구이를 김밥과 주먹밥에 접목했다.
이번 명절 선물 시장은 고물가 속에서 가격과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소포장·간편식처럼 실제 생활에서 활용하기 쉬운 상품이 확대된 점을 볼 수 있다. 백화점에서는 미식·예술·여행 등 경험을 선물하는 방식이, 대형마트에서는 가격대와 품목을 세분화한 실속형 구성이, 편의점에서는 1~2인 가구에 맞춘 소용량·간편식이 강화됐다. 즉 올해 추석에는 ‘맞춤형 명절 선물’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배예진 기자 by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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