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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누구 뽑을지만 묻는 정당…‘당원주권’ 외치며 당원 소외시켜”[당원주권정당, 무엇이 문제인가]

정당정치 전문가인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최근 여야 정당이 당원주권주의나 당원중심주의를 내세우는 것을 두고 “정당이 당의 역사와 핵심 정책에 대한 정보 공유나 토론·숙의의 공간을 제공하지 않은 채 당원들에게 누구를 뽑을지만 묻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당원을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 뽑을지만 묻는 정당…‘당원주권’ 외치며 당원 소외시켜”[당원주권정당, 무엇이 문제인가]

(하) 투표권, 그 이상의 책임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인터뷰

“당원, 동원 대상 아닌 논의 주체”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당원중심정당론 부상 이유는

평당원 권한 커지며 생겨난 개념

최근 각당 당권 다툼 중 전면 부각

당원, 실질적 당의 주체 되려면

충분한 정보 공유·숙의 보장 등

영국 정당처럼 체계적 교육 먼저

정당정치 전문가인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최근 여야 정당이 당원주권주의나 당원중심주의를 내세우는 것을 두고 “정당이 당의 역사와 핵심 정책에 대한 정보 공유나 토론·숙의의 공간을 제공하지 않은 채 당원들에게 누구를 뽑을지만 묻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당원을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지난달 31일 기자와 만나 “당원중심정당론의 진짜 문제는 당원들이 충분한 정보와 숙의의 기회를 보장받는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당원들이 당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정당 구조, 당원의 정치 참여 등에 천착해온 정치학자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 등을 지냈다.

- ‘당원주권’ 용어가 여권에서 대세다.

“당에서 만든 조어로, 엄밀한 학술 개념이라기보다 한국 정당정치의 맥락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원래 국가주권은 대내·대외적으로 단일한 의사 표현이 필요했기에 등장한, 국가 공동체의 단일한 의사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반면 최근 정당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당원주권은 평당원 주도권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정당에서 평당원들의 권한이 커지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표현인 것이다.”

- 최근 더 강조되는 기류다.

“민주당은 이재명 당대표 시절 당원 권한 강화 방안이 모색되면서 당원주권 논의가 부상했고, 당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당내 논의도 활발해졌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당원주권을 핵심 어젠다로 내걸었고, 송영길·김민석 후보도 각자 당원주권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당의 핵심 의제가 됐다.”

- 국민의힘 상황도 마찬가지인가.

“국민의힘은 민주화 이후 이어져온 오래된 당원층 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들, 이준석 전 대표·윤석열 전 대통령 시기에 유입된 당원들이 켜켜이 쌓인 구조다. 장동혁 대표는 이 복잡한 구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장 대표의 당원주권론은 최근 유입된 당원 지지를 기반으로 오래된 당원 기반을 재편하려는 판단에서 주창되는 것 같다.”

- 당원이 당의 주인이라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당원주권론 자체가 아니다. 당원이 충분한 정보와 숙의의 기회를 보장받으며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당이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당원을 소외시킨다.”

- 당원 소외는 무슨 뜻인가.

“당원주권론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당원이 당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없는 게 문제다. 지금 정당은 당원에게 투표권만 부여할 뿐 그 밖의 참여 통로를 제공하지 않는다. 당원이 가져야 하는 권한과 책임이 투표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의 역사, 당헌·당규, 강령과 선거 공약이 당원들에게 공유되어야 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이나 다음 선거 공약 같은 영역에서도 당원들의 토론과 숙의,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 많은 영역, 일상적인 활동에서 토론·숙의의 공간을 제공하지 않으니 논의가 누구를 뽑을 것인지로만 좁혀지고 있다.”

- 그럼에도 당원 권리 중 투표가 핵심 아닌가.

“1972년 유신헌법 채택 당시 투표 찬성률이 91.5%였지만 이를 민주주의라고 하진 않는다. 유권자들은 투표 전에 헌법안을 본 적도 없고 찬반 토론을 접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인 것은 단지 투표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토론할 기회를 보장받는 조건에서 투표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당원들도 투표 이전에 충분한 정보와 토론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 당원 권리가 강화될수록 민심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있다.

“당심과 민심 괴리를 지적하면 ‘국민 선거인단이나 여론조사 비중을 높이라는 거냐’는 반론이 나온다. 이 역시 투표권만 생각하는 주장이다. 당내 문제를 당원 의사 100%로 결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당원들이 당과 국가의 발전을 고민하면서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는지다. 당에 세금으로 국고보조금과 정책개발비·여성추천보조금 등을 주는 이유는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고민하라는 의미다. 정당은 당원들이 당대 대한민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갈 수 있는 제도와 절차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당원들이 당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의 경우 새 당원이 입당하면 한국의 당협위원회인 지역위원회에 소속된다. 당은 새 당원에게 당의 역사와 핵심 정책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의무를 지고, 당원은 지역 조직의 활동과 토론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는다. 이렇게 쌓은 교육과 경험이 책임 있는 당직이나 선출 공직 후보로 나아가는 경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교육과 숙의는 당원의 권리를 제한하는 장치가 아니라 정당이 당원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다.”

- 전당대회도 중요해 보인다.

“영국 노동당은 매년 정기 전당대회를 하는데 핵심 의제는 정책노선 결정이다. 중앙당은 정책 토론을 준비하고 당원들은 몇달 동안 정책 토의를 거치며, 그 내용을 당 홈페이지에 올리고 정책에 대한 어떤 수정안을 제안하는지 의견을 내놓는다. 전당대회는 이를 모아 최종 결정을 한다. 독일 사민당은 2년에 한 번 정기 전당대회를 하는데, 2019년 경선 때는 당대표 후보들이 먼저 정책과 조직 계획을 내놓고 전국 순회 당원 토론회를 몇달간 거쳤다. 당원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이번 당대표는 누가 될지 미리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전당대회를 끌고 가는 것이 당원들의 토론인 셈이다. 결과에 대한 승복도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구조다.”

- 한국에 그런 체제 구축이 가능한가.

“2023년 민주당 혁신위에서 의견을 수렴했을 때 당원 권한 강화를 요구했던 당원들도 ‘우리도 신입, 정기 교육을 해달라’ ‘왜 안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투표만 하라고 하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당원 교육과 숙의는 당원들이 먼저 요구했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것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역사회와 당의 미래를 고민했던 예전 당원들은 손을 놓고 있고 최근 유입된 당원들을 함께 논의할 주체가 아닌 동원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도적으로 나은 모델을 만들면 국민의힘에도 자극이 될 거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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