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브리핑 누리집
[이코리아] 정부가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차세대 국가 전략 산업으로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섰다. BCI는 뇌 신호를 디지털 명령으로 바꿔 외부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제어하는 기술로, 신체 기능 회복을 위한 의료기기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하며 응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동안 연구실과 병원 중심의 실험적 기술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임상시험 확대와 규제 정비, 일부 제품의 상용화 승인까지 이어지며 산업화 초기 단계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BCI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4060만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올해 2억9550만 달러에서 2034년에는 9억608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보고서는 현재는 비침습형 제품이 병원·재활센터 등에서 보다 현실적인 상용화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침습형 분야도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제44차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뇌 미래산업 국가 R&D 전략’을 발표하고, BCI를 포함한 뇌 미래산업을 2030년까지 글로벌 선도 분야로 키우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사람의 신체·인지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뇌 기술을 국가 차원의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있다. 특히 BCI 분야에서는 내년부터 ‘7대 국민체감 임무 중심 프로젝트’를 추진해, 단순 기초연구를 넘어 실제 수요가 있는 분야에서 기술 실증과 사업화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요소기술 확보, 플랫폼 투자, 제도 정비, 산업 클러스터 조성, 데이터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정책브리핑 누리집
정부가 제시한 7대 프로젝트는 침습형과 비침습형 두 갈래로 나뉜다. 침습형 분야에서는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 뇌질환 치료용 임플란트, 감각 복원 임플란트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비침습형 분야에는 의수·의족과 인공망막 등 인공신체, 모바일 및 웨어러블 로봇, 실감형 엔터테인먼트, 안보·방위산업 응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침습형의 경우 척수손상, 시각장애 등 난치 의료영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임상 성과를 확보하고, 비침습형은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한 웨어러블 기기를 축으로 의료 외 산업 영역까지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생태계 육성에도 나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규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임상 속도를 높이고, 연구기관과 스타트업, 산업별 대표 기업이 참여하는 ‘BCI 얼라이언스’ 구성도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 뇌 지도 구축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인지·감각·운동 기능 관련 뇌파·뇌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뇌신경망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도 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 뉴럴링크 누리집
글로벌 시장에서도 BCI 상용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BCI 기업으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올해 BCI 장치의 대량 생산에 착수하고, 수술 과정도 보다 자동화된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뉴럴링크는 이미 사람 대상 임상을 진행 중이며, 척수 손상 환자가 생각만으로 커서 조작이나 게임, 인터넷 탐색 등을 수행하는 등 성공 사례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뉴럴링크 외에도 여러 기업이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싱크론은 두개골을 직접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장치를 삽입하는 ‘혈관내 삽입형’ 방식을 내세워 왔고,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는 2025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대 30일간 이식해 뇌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대뇌 피질 전극 배열 장치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는 침습형, 비침습형, 일시 이식형 등 여러 형태의 BCI 기기들이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AI 기업들도 BCI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1월 샘 올트먼이 공동 창업한 BCI 스타트업 머지 랩스(Merge Labs)의 시드 투자에 참여했다. 머지 랩스는 전극 대신 분자와 초음파 등을 활용하는 새로운 비침습형 접근을 내세우며, 인간과 AI의 상호작용 방식을 바꾸는 기술을 지향하고 있다. 오픈AI 역시 BCI를 AI와 인간을 보다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규정한 바 있다.
중국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지난 13일 사지마비 환자의 손 움직임 회복을 돕는 침습형 BCI 의료기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BCI 의료기기 상용 판매 승인 사례로 소개됐다. 해당 제품은 상하이 보루이캉 메디컬 테크놀로지가 개발했으며, 경추 척수 손상으로 사지마비를 겪는 환자가 장갑 형태 보조장치를 통해 손 쥐기 기능을 회복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BCI 산업을 둘러싼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 그리고 실제 의료현장 적용 가능성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보고서는 BCI가 시연 단계에서는 인상적일 수 있지만, 병원과 재활 네트워크가 제품을 도입하려면 장기적인 효과와 표준 치료 대비 개선 정도, 인력 투입 대비 경제성, 보험 보상 체계가 함께 입증돼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침습형은 수술 리스크와 장치 수명, 사후 관리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기술 시연만으로는 대규모 확산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의료 전문지 스탯(STAT)도 최근 BCI 임상시험이 안전성 입증보다 치료적 가치와 성과 측정 기준을 정립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우려도 존재한다. 세계경제포럼은 2024년 자료에서 BCI가 의료, 연구, 정신건강, 산업,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지만 동시에 ‘브레인 태핑(brain tapping)’, 오도성 자극 공격, AI 기반 적대적 공격 등 새로운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뇌 신호가 외부로 전송·저장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감정, 선호, 신념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수집과 이용의 투명성, 명확한 동의, 규제 감독, 암호화와 인증 체계 같은 보안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기술 경쟁이 빨라질수록 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학술지 Neuroethics에 실린 논문 ‘Cyber Risks to Next-Gen Brain-Computer Interfaces: Analysis and Recommendations’에 따르면 차세대 BCI는 개인 맞춤형 의료를 발전시킬 잠재력이 크지만, 동시에 원격 공격과 데이터 탈취, 무단 설정 변경, 원치 않는 움직임 유발, 잘못된 자극 전달 같은 새로운 사이버 위협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연구진은 특히 최신 BCI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무선 연결, 실시간 데이터 전송 기능을 갖추면서 기존 고위험 의료기기와는 다른 보안 취약점을 안게 됐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비수술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강한 인증·인가 체계 구축, 데이터 전송 암호화, 네트워크 연결 최소화 등을 제조사와 규제당국이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참고자료
- Schroder, T., Sirbu, R., Park, S. et al. Cyber Risks to Next-Gen Brain-Computer Interfaces: Analysis and Recommendations. Neuroethics 18, 34 (2025). https://doi.org/10.1007/s12152-025-09607-3
- Brain Computer Interface (BCI) Market Size, Share & Industry Analysis, By Product Type (Invasive BCI, Partially Invasive BCI, and Non-Invasive BCI), By Component (Hardware and Software), By Application (Assistive Technology, Disability and Rehabilitation, and Others), By End-user (Hospitals & Specialty Clinics, Rehabilitation Centers, Homecare Settings, and Others), and Regional Forecast, 2026-2034 (https://www.fortunebusinessinsights.com/brain-computer-interface-market-10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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