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으로 노트북 가격이 치솟자 고가의 고사양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형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제품 매장에는 100만원대 구형 노트북 모델을 찾는 고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매장은 법인들 중심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평소에는 하루 한 대 팔기도 힘들었던 160만원대 구형 모델을 지난 8일에만 3대나 팔았다. 9일에도 160만원대 제품을 찾는 일반 고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반면 매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00만원대 후반 또는 300만원 대 신형 모델들 주변에서는 소비자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고객들이 비용 부담에 저가형 제품을 많이 찾는다"며 "지금 구형모델이 4대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것도 얼마 안 있어 다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저가형 모델만 찾자 기업들도 '이참에 남아 있는 구형 모델 재고를 떨궈내자'는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매장 관계자는 "이전에는 고사양 중심으로 판촉을 펼쳤지만 지금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가자는 입장"이라며 "마진이 크지는 않지만 아예 못파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구형 저가 모델로 몰리는 배경에는 신형 노트북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불황으로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졌는데 제품 가격까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뛰자 가격 부담이 덜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노트북과 태블릿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88만원까지 올렸다. 이에 따라 최고 사양인 갤럭시6 울트라의 대당 가격은 583만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만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니다. LG전자도 최근 '노트북 그램' 일부 모델 가격을 최대 100만원까지 올렸고 올초 출시한 LG 그램 프로 AI 2026도 13% 가량 높였다. 가격 인상은 국내 업체들만의 일이 아니다. 에이수스와 레노버도 최대 30%까지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델과 HP 역시 2분기부터 가격 재조정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노트북 가격 급등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적용 범위 확산에 따른 D램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가격 폭등이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범용 D렘 가격은 50% 이상 낸드 플래시 가격은 90% 이상 올랐다. 그만큼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질수밖에 없다. D램 가격이 뛰면서 노트북 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15~18%에서 25~30%까지 수직 상승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칩플레이션(chip+inflaion)'이 노트북 시장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열풍을 타고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현재 공급은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노트북 가격이 당분간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따라서 소비자들의 구형 저가 모델 찾기는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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