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성 때문에 ‘자기 검열’해야...네이버가 ‘저널리즘 강화’ 목적에 부합했나?
웹툰계는 '동료’, 언론계는 검열 대상...법조계 가이드라인 그대로 쓰나?
뉴스제휴 심사 규정 발표회 사진=연합뉴스
[리버티코리아포스트=홍윤기 기자]
네이버의 뉴스제휴심사 규정이 내포한 불투명성이 언론의 불필요한 자기 검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AI 활용 표시 의무 역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가운데 네이버 측은 '저널리즘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네이버가 과연 언론의 저널리즘 강화에 일조해 왔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언론계와 달리 웹툰계는 AI를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한다. 덕분에 작가는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기자도 AI를 활용해 기사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을 테지만 AI 활용 표시 의무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투명성 때문에 ‘자기 검열’해야...네이버가 ‘저널리즘 강화’ 목적에 부합했나?
1925년 출판된 카프카의 소설 ‘심판(소송)'은 법의 불투명성과 접근 불가능성이 개인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법의 불투명성은 자의적 해석의 공포를 낳는다. 모호한 법을 해석할 권력이 관리자에게 있기 때문에 법에 의해 통치당하는 자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네이버의 뉴스제휴심사 규정 역시 곳곳에 불투명성을 내포하고 있다. ‘AI 생성·활용 표시 의무’ 역시 불명확하다. AI 기술로 텍스트 등을 생성한 경우 해당 사실을 반드시 표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 시 건당 0.5점이 차감된다.
AI를 이용해 기사 내용을 100% 생성한 경우에는 명확한 표기가 가능해 보인다. 이미 일부 언론사들은 콘텐츠 생성을 AI에 전적으로 맡긴 경우 해당 사실을 표시한다. 문제는 AI를 기사 작성에 도구로 활용한 경우다. 몇 퍼센트 활용을 했는지, 기초자료 검색에만 활용했는지, 추론에도 활용했는지 등등을 명확히 분간하기 쉽지 않으며 어디까지 표시를 해야 할지 막연하다. 언론사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앞서 <
본지
>는 AI 활용 표시 규정에 대해 네이버 측에 문의했고, "
별도로 표시 방식을 강제하거나 정해진 문구 등은 없다. 저널리즘 관점에서 선도적인 언론사가 다른 콘텐츠 기업보다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향을 바라는 취지
“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 모호한 답변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저널리즘’이다. 네이버 뉴스제휴심사위원회는 심사 규정의 목적과 관련해 “저널리즘의 가치가 존중되는 환경 조성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AI기술 활용 표시 규정 자체 역시 기사 신뢰성을 높여 저널리즘을 강화하기 위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저널리즘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수많은 언론사가 네이버 검색 결과 상단에 오르려 경쟁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 가치를 존중하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많이 노출돼왔을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네이버 검색창에 ‘네이버’란 단어를 넣고 검색해 보면, CP사를 비롯한 대형 언론사 이름으로 네이버가 배포한 보도자료들이 최상단부터 앞 페이지 전체를 채우고 있다. 뉴스제휴 심사 규정에 따르면 심층보도 기사 제출 건수를 제시하는 등 취재 및 자료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를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적혀 있지만, 네이버의 검색 시스템은 저널리즘 강화라는 목적에 부합해 보이지 않는다.
웹툰계는 '동료’, 언론계는 검열 대상...법조계 가이드라인 그대로 쓰나?
네이버는 언론계는 규제하지만 웹툰계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지난 17일 네이버는 웹툰 작가에게 배분한 수익 규모가 4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언론계에는 AI 활용 표시 의무를 부과하지만 웹툰계는 독자들과 접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확대를 약속했다.
물론 웹툰과 기사 간에는 콘텐츠의 성격상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재미와 감동을 위한 순수 창작물과 취재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에 대한 네이버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기자와 웹툰 작가 모두 AI 활용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비슷해 보인다.
16일 보도된 디지털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최진규 작가는 AI를 ‘
제3의 동료
’로 표현했다. 그는 “
자체 개발한 AI 제작 보조 도구를 통해 기존 수작업 대비 6.6배 빠른 속도로 웹툰 작업이 가능해졌다
”며, “
작가가 이야기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완벽한 조력자
”라고 말했다.
기자도 AI를 활용해 방대한 자료 중 원하는 내용을 빠르게 찾은 후 기사의 본질 즉, ‘저널리즘 강화’에 집중할 수 있다. 제휴심사 규정 역시 AI 활용이 반드시 저널리즘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AI 활용 표시 의무 자체가 불필요한 ‘자기 검열’을 낳고 기사 본질에 대한 집중을 방해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널리즘은 기자의 자율적 정신활동을 통해 표출되지 외부 규제로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AI 활용 표시 의무 적용 배경으로 위원회 내 법조인 참여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법관을 위한 AI 가이드북’ 등에 따르면, 법원은 소송 당사자가 AI로 작성한 문서나 증거를 제출할 경우 AI 사용 여부를 밝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법조계의 AI 사용 표시 원칙이 언론계에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의구심이 들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웹툰과 기사가 다르듯, 기사와 법조문도 다르다. 법조문은 내용 또는 맥락보다 형식적 요건을 더 중시한다. 기사도 형식적 요건이 중요하지만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내용’에도 집중해야 한다. 법률 문서나 증거는 AI 기술을 썼는지 여부만 밝혀도 충분하다. 독자의 선택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가이드라인을 언론계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자칫 자율적, 창의적 보도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
본지
>는 20일 네이버 관계자에게 다음과 같이 취재를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추후 답변이 오면 반영할 예정이다.
Q1. 제휴 심사의 목적이 '저널리즘 강화'인 만큼, 향후 검색 결과 상위 노출(알고리즘 정렬) 기준에 '저널리즘 가치'를 실질적인 평가지표로 반영할 계획은?
Q2. AI 활용 표시 의무를 보면, AI 활용이 기사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인가?
Q3. 웹툰 작가처럼 기자도 AI를 활용해 기사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한 입장은?
Q4. 정책평가위원회 구성원 중 법조인 비중이 높다. 법조계의 AI 사용 표시 의무가 언론계에 그대로 이식된 것으로 봐도 무방한가?
Q5. 모호한 규정이 언론의 '자기 검열'을 야기하고 자율적, 창의적 보도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