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네이버-두나무 '20조 빅딜' 3개월 밀린 이유는? 그리고 전망은?

지난해 11월 IT 업계를 뒤흔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세기의 빅딜'이 규제의 벽 앞에서 속도를 늦췄다. 네이버는 30일 공시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을 당초...

네이버-두나무 '20조 빅딜' 3개월 밀린 이유는? 그리고 전망은?

지난해 11월 IT 업계를 뒤흔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세기의 빅딜'이 규제의 벽 앞에서 속도를 늦췄다.

네이버는 30일 공시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을 당초 5월22일에서 8월18일로, 거래 종결일을 6월30일에서 9월30일로 각각 약 3개월 연기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관련 인허가를 포함한 제반 절차는 현재 진행 중이며, 승인 절차 및 관련 법령 정비 상황을 반영하여 보다 안정적인 거래 종결을 위해 일정을 일부 조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1위 간편결제 플랫폼과 1위 가상자산 거래소가 손을 잡는 기업가치 20조원 규모의 합병이 예상보다 험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3사 경영진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좌측부터 박상진 Npay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 사진=네이버

공정위 심사에 특금법 수리까지… 넘어야 할 산 세 개

이번 일정 조정의 가장 큰 배경은 규제 당국의 인허가 절차 지연으로 보인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을 완료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신용정보법에 따른 대주주 변경 승인 및 겸영 신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변경신고 수리 등 복수의 정부 인허가를 거쳐야 한다.

이런 가운데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가 변경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수리를 받아야 하는 지점에서 속도조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수리 시점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가 변경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수리를 받아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좀처럼 '프로세스'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시에서 기존 인허가 항목에 '특금법에 따른 두나무 대주주 변경신고 수리'가 새로 추가된 배경이다.

여기에 공정위 역시 깐깐해지고 있다. 두나무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인 점을 감안해 시장지배력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1위 사업자이다 보니 공정위에서 시장지배력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 인허가 승인 절차가 당초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라는 예상 밖의 변수가 추가됐다. 당장 두나무는 공시에서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바, 향후 제정 및 시행되는 해당 법령의 내용 등이 본건 포괄적 주식교환 진행이나 결과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법안 내용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 요건이나 사업 범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거래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다. 네이버 측은 디지털자산기본법과의 연관성에 대해 "결정된 게 없어 크게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의외의 변수가 터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15조원 신주 발행 리스크도 있다.

이번 거래의 골격은 포괄적 주식교환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해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완료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새로 발행할 신주 총수는 8755만여주이며, 발행가액 총액은 약 15조1285억원에 달한다.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22618주로 확정됐다.

이 지점에서 난관이 생긴다. 양사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각각 1조2000억원을 넘으면 주식교환 계약이 해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두나무의 경우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 등 경영진 합산 지분이 약 38%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우리기술투자·한화투자증권 등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일정이 늦어지면서 FI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편 두나무는 주식교환 과정에서 반대주주의 매수청구로 취득하게 될 자기주식 소각을 위해 273만주 규모(감자 비율 7.8%)의 자본감소 절차도 함께 진행한다. 올해 3월6일 개정 상법에서 자기주식의 이사회 결의 소각이 가능해졌지만 자본금이 줄어드는 경우 별도 자본감소 절차의 면제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이라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사진=네이버

큰 그림들은 이미 그려졌다

두 회사가 난관을 극복하고 주식교환을 완료하면 두나무 창업자 송치형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9.5%를 확보해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고 네이버 본사의 지분율은 기존 69%에서 17%로 희석된다.

안전장치도 걸려 있다.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은 보유하게 될 지분의 의결권을 전량 네이버에 위임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실질적으로 46.5%의 의결권을 행사하며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경영 지배력을 유지하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송치형 회장은 경영권 욕심보다는 '파이 키우기'를 선택한 것"이라며 "글로벌 확장을 위해 네이버라는 우산이 필요했고, 이해진 GIO는 AI와 웹3 투자를 위한 '실탄(현금)'이 필요했던 이해관계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의 큰 그림은 이미 윤곽이 나온 상태다.

실제로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딜을 "대한민국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고 도약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규정했다. 그는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여 글로벌 변곡점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더 큰 도약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주요 산업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들어보면 준비된 역량이 글로벌 시장 환경을 탔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반도체와 K콘텐츠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송치형 회장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유튜브는 처음엔 단순한 개인 영상 공유 플랫폼이었고 초창기에는 저작권 침해 등 여러 우려도 있었다"며 "하지만 AI와 글로벌 콘텐츠의 결합으로 유튜브는 기존 방송 산업의 질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회고했다.

나아가"블록체인 기술은 지금 특정 지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기술에 기반한 20년 후의 금융, 아니 우리의 경제 활동은 어떤 모습일까"라고 반문하며 청중에게 화두를 던졌다.

송 회장은 AI 에이전트 시대와 블록체인의 결합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에이전틱 AI에서는 사용자를 인증하고 대신 결제하는 기능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구글의 AP2, 에이전트 페이먼트 프레임 프로토콜과 코인베이스의 x402가 이러한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다"고 구체적인 기술 동향까지 언급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는 낮은 비용, 빠른 정산, 높은 확장성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AI와 결합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네이버 입장에서 두나무가 매년 벌어들이는 조 단위의 영업이익은 강력한 유인이다.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두나무라는 현금 창출원을 확보하면 투자 여력이 크게 늘어난다. 하이퍼클로바X로 대표되는 네이버의 AI 기술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시스템이 만나면 결제·투자·자산관리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구축 가능성이 열린다.

반대로 두나무에게 네이버는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꼬리표를 떼고 제도권 금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통로다. 송치형 회장이 꿈꾸는 미국 나스닥 상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오경석 대표가 "두나무는 투자, 웹3 생태계 역량을,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와 웹툰 생태계 운영 역량을, 네이버는 국내 최대 AI 역량과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3사의 역량 결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전할 수 있는 체격을 갖추려고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핀테크 시장의 판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네이버의 3600만명 이용자 기반과 검색·커머스 역량에 업비트의 유동성과 현금 창출 능력이 더해지면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경쟁사들에게는 그 자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에서 이미 '메기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이유로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합병이 가져올 시장 독과점 문제와 금융 안정성 리스크를 정밀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사업자가 국내 최대 IT 플랫폼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만큼, 심사 과정이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송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자들의 선점 효과로 따라가기 어려운 일이 된다"고 경고하며 "기존 시스템과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이루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는 경제를 더 건강한 구조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규제 당국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 사진=네이버

3개월의 공백, 딜의 운명을 가를 시간

변수가 터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조절할 수 있는 선'으로 보이다.

당장 합병 양측 모두 완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향한 선도적인 도전에 나서기 위해서는 서로의 강점을 융합한 시너지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계열 편입 절차가 차질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 FIU의 대주주 변경신고 수리 여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경과 등 규제 변수가 산적해 있어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두나무의 실적 흐름과 가상자산 시장의 회복 속도에 따라 FI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큰 틀에서 조절이 가능한 변수지만 추후 상황은 냉정하게 살펴야 할 전망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