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옛말이 있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 말이 됐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면서 한여름에도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냉방병'이라고 부르는 증상은 의학적으로 독립된 질병이 아니라 과도한 냉방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건강 이상을 통칭하는 증후군이다. 실내외 온도 차가 크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두통, 콧물, 기침, 인후통, 피로감, 소화불량, 근육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장시간 냉방된 사무실이나 차량에 머무르는 직장인들에게서 흔하게 발생한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냉방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적정한 온도 관리와 올바른 냉방 습관이 중요해지고 있다.
냉방병은 별도의 질병코드가 없는 증후군이어서 국가 차원의 공식 발생 건수는 집계되지 않는다. 병원을 찾더라도 실제 진단은 감기, 급성 상기도 감염, 비염, 두통, 근육통, 위장장애 등 개별 증상에 대한 질병코드로 분류된다. 따라서 일부에서 언급되는 냉방병 환자 수는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 관련 증상을 포함한 추정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냉방으로 인한 건강 이상 사례는 매년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 매체에 따르면 한 여성 직장인은 에어컨 바로 아래 자리에서 근무하며 여름 내내 겉옷과 담요를 사용해야 했다. 해당 자리의 온도는 20℃로 측정됐으며 불과 1m 떨어진 동료 자리보다 약 5℃ 낮았다. 외부 기온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실내외 온도 차가 10℃ 이상 벌어지면서 오한과 두통, 몸살 증상을 반복적으로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경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냉방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냉방병은 단순히 추위를 느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코막힘과 기침, 피로감, 어지럼증, 소화불량, 복통, 설사, 어깨 결림, 허리 통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무더위로 인한 온열질환뿐 아니라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건강 피해도 여름철 대표적인 건강 위험 요인이 되어 가고 있다.
냉방병 예방의 핵심은 실내외 온도 차를 줄이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에어컨 온도를 24~26℃ 정도로 유지하고, 냉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바람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또한 2~3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체온 조절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차량에서는 에어컨 송풍구가 얼굴과 목, 가슴을 직접 향하지 않도록 하고 특히 장거리 운전 시에는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무실에서는 얇은 카디건이나 무릎담요를 준비해 체온을 보호하고,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 에어컨 바로 아래 자리는 가능하면 피하고, 냉기를 직접 쐬지 않도록 좌석 환경을 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폭염 속에서도 냉방기 사용과 체온 관리의 균형을 맞출 때 건강하고 쾌적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