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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년부터 나라 곳간에 ‘100조원’ 새 돈주머니 생긴다 [Pick코노미]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장기 추세를 웃돌 경우 이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인공지능(AI)·첨단산업과 청년·지방·교육 등에 투자한다. 당장 내년에 적립되는 규모만 최소 10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장기 추세를 웃돌 경우 이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인공지능(AI)·첨단산업과 청년·지방·교육 등에 투자한다. 당장 내년에 적립되는 규모만 최소 10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1일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및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미래대응기금은 기존의 ‘초과세수’와 구분되는 ‘추가세수’를 재원으로 조성한다.

추가세수는 내년도 세입이 최근 10년간 세입 증가 추세를 넘어설 때 발생한 세입을 의미한다. 최근 10년 평균 증가율이 6.6%라고 가정하면, 2025년 세입 결산액이 100조 원일 경우 이를 2년간 적용한 2027년 추세치는 약 113조 6000억 원이다.

만약 실제 세입이 130조 원이라면 추세치를 넘어선 16조4000억 원이 추가세수가 된다.

현행법상 초과세수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 등의 순서로 사용해야 한다. 반면 추가세수는 이런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해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재정 저수지’ 역할도 할 전망이다. 세수가 많을 때는 넘치는 규모만큼을 저장했다가 여유 자금을 연기금 투자 풀 등에 맡겨 불리고 만약 세수가 추세치를 밑돌거나 결손이 발생하면, 그 차액만큼을 기금에서 일반회계에 넣는 방식을 통해서다.

기금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내년도 세수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말 2027년도 예산안 발표 때 구체적인 규모를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분 등을 고려하면 1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이 같은 별도 기금을 마련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한 해의 지출로 모두 소진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재원으로 축적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일시적인 세수 증가분을 반복적인 사업 지출에 사용하는 대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분야에 지속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박홍근(왼쪽)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오른쪽)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사실상 ‘상시 추경’ 논란도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집행의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초과세수를 활용하려면 추경 편성부터 국회 심의·의결, 실제 사업 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한 뒤 국회를 통과하고 현장에 재정이 투입되기까지 최소 석 달 이상 걸릴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은 이보다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기금운용계획에 대해 국회의 심의·의결을 받되, 이후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지출금액의 20% 범위에서 국회 승인 없이 사업 간 금액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래대응기금이 사실상 ‘연중 상시 추경’이나 정부의 재량 재원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국회의 견제를 덜 받는 추경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정부 예산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규모가 20%라고 하더라도 국회 승인 없이 예산 통제 원칙에서 빠져나가는 영역이 존재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기금은 일반예산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만큼 국회의 관리·감독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몇 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거나 정부가 주기적으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식의 제도적 장치를 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회 동의 없이 자금을 집행한다는 지적에 대해 “기금운용법이나 국가재정법 등 국회 심의와 법률적 근거에 따라서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AI·청년 등에 투자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성장동력 분야에서는 프런티어급 AI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AIDC) 개발을 지원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용수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기술 육성에도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청년 분야에서는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지방과 교육·인재 분야에도 재정을 배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예컨대 청년 분야에서는 청년문화예술패스의 지원 대상 연령과 활동 범위를 스포츠 영역까지 넓히고 일자리·주거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용처와 사업별 규모는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 발표때 확정될 전망이다.

미래대응기금 얼마나 오래갈까...재정 집행 원칙 수립도 과제

이번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 발표에서는 재원을 어느 계정과 사업에 우선 투입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준칙이 마련되지 않았다. AI 전력 인프라와 청년 주거, 지방 인프라 등 여러 사업 가운데 어떤 분야를 우선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정부 판단에 따라 재원이 배분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 성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도 기금 재원을 요구할 수 있다”며 “기금 설계 단계부터 거버넌스를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대응기금이 지속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기금의 주요 재원이 세입의 장기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인 만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이고 기업 실적과 법인세가 감소하면 기금으로 들어오는 재원 역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동성을 고려해 기금의 지출 원칙을 미리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거론된다. 노르웨이는 기금 원금을 유지하면서 기대수익률에 해당하는 수준인 연간 약 3% 안팎만 재정에 사용하는 원칙을 운용하고 있다.

국채 상환 후순위로 밀릴까

늘어난 세수 가운데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출생·고령화로 향후 복지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 빚을 줄여 미래 세대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이미 지난해 국가채무는 1268조 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27조 원 증가했다. 국고채 발행 잔액도 올해 7월 말 기준 1241조 6000억 원까지 늘었다. 7월 국고채 조달 금리가 4.07%에 달하면서 이자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늘어난 세수를 미래 사업에 투자하기보다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추가세수로 국채를 상환하는 방안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당장 빚을 갚아 절감하는 이자보다 향후 세수 결손이 발생했을 때 다시 국채를 발행하면서 부담하게 될 이자가 더 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미래대응기금의 여유 자금을 국채 이자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운용해 재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교부금도 55년만에 개편

정부는 미래대응기금과 함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도 55년 만에 개편한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에 자동 연동돼 배분된다. 내년부터는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 35%를 반영해 규모를 산정한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에 연동해 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기존 구조를 손질하고, 교육재정의 변화를 세입과 학생 수 변화에 보다 연동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내년 교육교부금은 약 100조 원 수준으로 전망됐으나 새 산식에 따라 약 80조 원 규모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산식 개편으로 발생하는 차액분은 2028년부터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넣어 영유아·고등·평생교육과 우수인재 유치 등에 재투자한다. 교육·인재계정에 투입된 돈은 다른 계쩡으로 전출할 수 없다. 또 새로운 산식에 따라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어들 경우에는 국가가 부족분을 보전해 전체 교부금 규모가 감소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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