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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 집' 마련의 꿈, 지역주택조합의 민낯 사업 지연에 추가분담금, 속 타는 조합원들

“맨날 ‘곧 승인 난다’, ‘토지 작업이 막바지다’라는 말로만 때우면서 사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내 집' 마련의 꿈, 지역주택조합의 민낯 사업 지연에 추가분담금, 속 타는 조합원들

대구일보가 확보한 법원 판결문에서 발췌한 대구지역 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가입계약서. 계약서에는 조합원 분담금에 세대당 1천만 원의 업무대행비가 포함되고, 탈퇴·자격 상실 때는 이를 제외한 납입금만 환불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권종민 기자

“맨날 ‘곧 승인 난다’, ‘토지 작업이 막바지다’라는 말로만 때우면서 사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대구지역 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A씨는 사업이 언제 시작될지조차 알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단순히 입주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대출이자 등 추가 비용은 계속 발생하는데, 정작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처음 조합에 가입할 때는 토지 확보가 다 끝났고, 1~2년 안에 첫 삽을 뜨고 입주까지 순조롭게 갈 것처럼 이야기했다”며 “몇 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착공은 커녕, 토지 매입률이 실제 몇 %나 되는지조차 의문”이라며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대출이자를 볼 때마다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평생 모은 돈을 내 집 마련에 쏟아부었지만, 사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신기루 같은 사업에 평생 모은 전 재산과 내 집 마련의 꿈이 인질로 잡혀버렸다”며 “사업이 가긴 가는 건지, 아니면 내 피 같은 돈이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지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추가분담금 압박

사업 지연만큼이나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것은 추가분담금이다.

B씨는 조합 가입 당시 제시받았던 사업비와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B씨는 “초기 확정 분담금이라며 싼값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고 홍보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느닷없이 억대에 달하는 추가분담금을 내라고 하니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추가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그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돈을 더 내지 않으면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지금까지 낸 돈도 한 푼도 못 돌려준다고 했다”며 “사실상 협박을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돈을 구하려고 ‘영끌’에 대출까지 끌어 쓰다 결국 신용불량 직전까지 몰렸다”며 “집을 사려다 전 재산을 날리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사업 과정에서 불어난 비용을 조합원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조합 집행부와 업무대행사의 무능과 선심성 사업 진행으로 불어난 비용을 왜 아무 죄 없는 조합원들에게 폭탄 돌리기식으로 전가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 동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사무실.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권종민 기자

◆불투명한 조합 운영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둘러싼 불만도 적지 않다.

C씨는 자신이 낸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제 돈 수천만 원, 수억 원이 들어간 사업인데 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장부 좀 보자는 게 그렇게 어려운 요구냐”고 말했다.

특히 총회 등에서 사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들이 오히려 사업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C씨는 “정보공개 요청을 하면 차일피일 미루며 묵살하고, 총회에 가서 문제를 제기하면 조합원들을 용역 동원해서 입막음하고 사업 방해꾼으로 몰아간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깜깜이로 조합을 운영하면서 자금 집행 내역은 베일에 싸여 있고, 서면결의서 위조에 밀실계약 의혹까지 끊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씨가 가장 답답해 하는 것은 조합원이 사업의 주체이면서도 정작 사업 내용을 충분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C씨는 “조합 집행부와 대행사는 조합원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성과급을 챙기고 높은 월급을 받아가는데, 정작 돈을 낸 우리는 까막눈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며 “제발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대로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조합원에게 시간은 돈

A씨와 B씨, C씨의 사정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내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고, 사업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과 달리, 조합원이 사업 주체가 된다. 토지 확보와 각종 인허가, 시공사 선정, 공사비 조정 등 사업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사업이 장기화될 경우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실제 대구에서도 사업 시작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착공에 이르지 못한 사업장이 있는가 하면, 오랜 사업기간 끝에 입주를 앞두고 추가분담금 문제가 불거진 사례도 있었다.

앞서 본보가 대구지역 지역주택조합 19곳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상당수 사업장이 조합설립인가나 조합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10일 3면)

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장기화될수록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합원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사업이 1년 늦어질 때마다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건축비와 토지비 등이 오르면 추가분담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사업 진행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하는 조합원들의 심리적 부담까지 더해진다.

처음에는 ‘내 집 마련’이라는 기대 하나로 조합에 가입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끝나는가’,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 ‘내 돈은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A씨는 사업의 진척을 요구했고, B씨는 감당하기 어려운 추가분담금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C씨는 자금 집행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했다.

결국 이들의 질문은 하나로 모아진다. “조합원의 돈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면, 조합원에게 사업의 모든 과정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이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사업 과정에서 조합원의 돈과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업이 늦어지고 비용이 늘어날 때마다 그 부담을 조합원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은 언제든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대구일보 DB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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