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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동준 시선의 ESG] 병원 급식 트레이는 어디까지 이동하는가

밥때가 두렵다는 것이 어떤 말인지, 아마 당신은 모를 것이다.

[나동준 시선의 ESG] 병원 급식 트레이는 어디까지 이동하는가

[사진출처=AI 기반 자체제작]

[한국강사신문 나동준 칼럼니스트]

밥때가 두렵다는 것이 어떤 말인지, 아마 당신은 모를 것이다.

나도 몰랐다. 그런데 다발성골수종 진단 이후 무균실에 입실하고 나서,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됐다. 모든 음식은 찌거나 데쳐진 것이었다. 멸균을 통과한 음식들은 어딘가 기력을 잃은 듯했다. 마치 나처럼. 일주일이 지나자 미음 한 술도 목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무언가를 삼킨다는 행위 자체가 고통이 되었다.

그런데 트레이는 계속 왔다. 아침 7시, 점심 12시, 저녁 6시. 내가 먹든 먹지 못하든 상관없이. 어느 순간부터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가혹한 시간이 되었다.

먹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먹을 수가 없다. 아침 7시, 점심 12시, 저녁 6시 — 하루 세 번, 나는 살아있으면서도 살지 못하는 그 경계에 서 있었다.

그런데 퇴원하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 트레이는 도대체 어디까지 이동했던 것일까.

내가 잠 못 드는 새벽, 병원 지하 조리실에서는 불이 켜진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손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오늘 먹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몇 인분이 필요한지, 그것만 안다. 우리 사회가 ESG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탄소 배출이나 이사회 구조다. 그런데 나는 무균실에서 비로소 알았다. 진짜

S(Social)

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는 것을. 이름도 직함도 보고서에 오르지 않는 그 손들이 만든 밥으로, 환자는 하루를 버틴다.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내 얼굴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 손이 만든 것으로 하루를 버텼다.

트레이가 복도를 지날 때, 나는 그것을 보기 전에 먼저 알았다. 냄새가 먼저 왔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 이후 후각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처음 일주일은 그 냄새가 반가웠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부터, 그 냄새가 코에 닿는 순간 뱃속이 조여들었다. 건강했을 때 나는 밥 냄새가 좋았다. 무균실에서 나는 밥 냄새가 두려웠다.

무균실에서 나를 보호하는 것은 두꺼운 벽이 아니었다. 비닐이었다. 투명한 비닐 커튼이 내 침대를 둘러싸고 있었고, 누구도 내 피부를 직접 만질 수 없었다. 그런데 식사만은 달랐다. 트레이를 건넬 때, 간호사는 잠깐 커튼을 젖혔다. 그 짧은 틈이 하루 중 세상과 내가 직접 연결되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커튼을 잠깐 젖혀 트레이를 건네는, 이름도 모르는 그 손. 먹을 수 있던 날에는 그 손이 고마웠다. 먹지 못하던 날에는 그 손이 미안했다. 돌봄 노동의 가치가 수치화되지 않는 한, 사회는 그 손들을 계속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먹지 못한 날, 손도 대지 않은 트레이는 다시 나갔다. 세척실로 돌아가 씻기고, 다시 쌓이고, 내일을 기다렸다. 여기서 나는

E(Environmental)

의 본질을 보았다. 트레이는 버려지지 않았다. 쓸모를 다한 것이 아니라, 순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먹지 못한 음식은 음식물로 처리되고, 트레이는 다시 내일의 끼니를 담을 준비를 했다. 자원이 순환하는 시스템. 그것이 지속가능성의 가장 작은 단위였다. 내가 무너진 시간에도, 그 순환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이 여정이 직선이 아니라 원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조리실에서 세척실까지, 새벽 4시에서 다음 새벽 4시까지, 익명의 손에서 익명의 손까지. 이것이

ESG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

이 아닐까. 환경이 순환하고, 사람이 존중받고, 시스템이 투명하게 작동하는 것. 그 원 안에, 비닐 커튼 안에서 뚜껑도 열지 못하던 내가 있었다. 트레이는 거기까지 이동했다. 살아있으면서도 살지 못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의 손 앞까지.

병이 내게서 많은 것을 가져갔다. 그런데 그 대신 남겨준 것이 있다면,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눈이다. 새벽부터 움직이는 손의 가치, 버려지지 않고 돌아오는 트레이의 가치, 커튼을 잠깐 젖혀주는 그 행위의 가치. ESG는 보고서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침 7시, 누군가의 침대 앞에 트레이를 놓는 일에서 시작된다.

살아있는 한, 트레이는 온다. 그리고 그 트레이를 만든 모든 손들이, 오늘도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나동준 칼럼니스트는 디지털전환교육원 수석연구원·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 시민중심 ESG협회 수석교수이사로 활동하며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C 공인코치, 경영지도사(인사조직관리), 구글공인교육전문가와 구글트레이너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AI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진행중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50플러스센터, 국내외 대학·복지기관, 각종 협회 및 기업 현장을 무대로, 맞춤형 솔루션과 실전형 워크숍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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