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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꽃값 떨어지면 꽃을 버립니다”…농민들이 멀쩡한 꽃 폐기하는 이유

꽃값이 떨어질 때 화훼 농가는 시장에 나올 꽃을 폐기해 공급량을 줄이기도 한다. 올해 절화의무자조금은 소비홍보에 4억5200만 원을 편성한 반면 수급안정 사업에는 7억7000만 원을 배정했다.

여러 색상의 절화가 대량으로 진열돼 있다. 절화는 특정 시기에 국내 생산물량과 수입 물량이 함께 시장에 몰리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 산지폐기와 시장폐기 등으로 출하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꽃값이 떨어질 때 화훼 농가는 시장에 나올 꽃을 폐기해 공급량을 줄이기도 한다. 올해 절화의무자조금은 소비홍보에 4억5200만 원을 편성한 반면 수급안정 사업에는 7억7000만 원을 배정했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에 따르면 가격 하락 시기에 전국 주요 화훼공판장에서 꽃을 폐기하고, 경북 봉화의 거베라와 경기 고양·파주의 장미 등은 산지에서도 폐기한다. 광고와 전시회로 소비를 늘리는 한편 공급이 많을 때는 시장에 나오는 꽃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꽃은 가격이 떨어진다고 곧바로 생산량을 줄이기 어렵다. 농가는 상당 부분 전년도에 다음 해 생산계획을 정하고 수입업체도 물량을 미리 계약한다. 여러 품목이 전국에서 연중 재배·출하돼 특정 시기에 생산과 출하를 한꺼번에 줄이기도 쉽지 않다.

최근 10년 사이 일부 수입 절화 물량도 크게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인용한 화훼자조금협의회에 따르면 콜롬비아산 장미 절화 수입량은 2015년 22만4701본에서 2025년 1224만1918본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베트남산 국화는 177만6966본에서 1억197만8575본, 콜롬비아산 카네이션은 128만7380본에서 5549만9628본으로 증가했다.

● 광고보다 수급안정에 더 많은 돈 쓴 이유

자조금이라고 하면 광고와 판촉을 떠올리기 쉽다. 절화의무자조금도 ‘일상의 꽃 문화’, ‘나를 위한 꽃 문화’ 등을 알리는 소비홍보와 전시회 등을 한다. 올해 관련 예산은 4억5200만 원이다.

수급안정 예산은 이보다 많은 7억7000만 원이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는 부산·경남의 농협부산화훼공판장, 부경원예농협, 영남원예농협을 비롯해 광주원예농협, 한국화훼농협, aT화훼사업센터 등에서 가격 하락 시기에 맞춰 시장폐기를 한다고 밝혔다. 봉화 거베라와 고양·파주 장미 등에서는 꽃이 시장에 나오기 전 산지에서 폐기하는 사업도 한다.

산지폐기는 씨앗이나 묘목을 심고 난방비와 인건비를 들여 키운 꽃을 팔지 않고 없애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매시장에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유찰되는 것보다 산지에서 일부 물량을 줄이고 지원을 받는 편이 농가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시장에 도착하는 꽃이 줄면 도매가격 하락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협의회는 현재 가격 급락 시 가장 효과적인 대응으로 절화 수급조절과 산지폐기를 꼽고 있다.

화훼농장에서 작업자가 꽃을 옮기고 있다. 절화 농가는 상당 부분 전년도에 다음 해 생산계획을 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도 생산량을 즉시 줄이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 가격 떨어질 걸 알아도 꽃을 바로 줄일 수 없는 이유

절화 가격이 약해지는 시기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화훼자조금협의회는 통상 1~3월과 7~8월, 11~12월 등을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는 시기로 꼽았다. 국내 생산물량과 수입 절화가 함께 시장에 공급되는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을 예상한다고 곧바로 공급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꽃은 생산계획부터 출하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협의회는 농가가 1년 생산계획을 전년도에 결정하고 수입 물량 역시 상당 부분 미리 계약하기 때문에 가격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도 공급을 즉시 줄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출하시기를 늦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절화는 저장기간이 짧고 상품성 변화가 빠른 데다 여러 품목이 전국 각지에서 연중 출하된다.

협의회는 “절화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출하시기도 연중”이라며 현재 화훼 유통·관리 체계에서는 상시적으로 출하량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는 시기에는 이미 생산된 꽃의 공급을 단기간에 줄여야 한다. 시장폐기와 산지폐기가 사용되는 배경이다.

● 장미 22만 본→1224만 본…10년 새 늘어난 수입 꽃

국내 생산만으로 절화 수급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화훼자조금협의회가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토대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산 장미 절화 수입량은 2015년 22만4701본에서 2025년 1224만1918본으로 늘었다.

베트남산 국화는 같은 기간 177만6966본에서 1억197만8575본으로 증가했다. 콜롬비아산 카네이션도 128만7380본에서 5549만9628본으로 늘었다. 중국산 카네이션은 1030만1500본에서 2060만4155본으로 약 두 배가 됐다.

화훼자조금협의회는 최근 절화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시기에 수입산 증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꽃 소비 감소와 졸업·입학, 경조사 등에 수요가 집중되는 계절성도 가격 변동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국내 절화 가격 전체가 계속 하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양재동 aT화훼공판장의 절화 출하량은 2021년 1864만 단에서 2025년 1730만 단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경매금액은 856억6000만 원에서 1030억200만 원으로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출하량이 줄고 경매금액은 증가했다.

산지폐기는 꽃값이 장기간 계속 떨어져서라기보다 국내 출하와 수입 물량이 특정 시기에 몰리면서 나타나는 가격 하락에 대응하는 수급조절 수단으로 볼 수 있다.

● 화훼농가·재배면적 20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장기적으로 국내 화훼산업의 생산 기반은 축소됐다.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가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토대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훼 농가는 2005년 1만2859호에서 2024년 7079호로 44.9% 줄었다. 같은 기간 재배면적은 8000ha에서 4200ha로 47.5% 감소했고 판매액은 1조100억 원에서 5400억 원으로 46.8% 줄었다.

수출과 수입도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화훼 수출액은 2010년 1억306만7000달러에서 2024년 636만3000달러로 줄었다. 반면 수입액은 같은 기간 4474만4000달러에서 1억2153만7000달러로 늘었다.

국내 농가와 재배면적이 줄어도 특정 품목과 시기에 물량이 몰리면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생산계획과 수입계약이 미리 결정되는 절화는 가격이 움직인 뒤 공급량을 바로 바꾸기가 어렵다.

화훼자조금협의회는 절화의무자조금을 활용해 소비홍보와 함께 시장폐기·산지폐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수급안정 예산은 7억7000만 원이다. 협의회는 가격 하락 시기에 전국 공판장에서 시장폐기를 하고 봉화 거베라와 고양·파주 장미 등에서는 산지폐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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