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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윤정의 일상혁신] 2050년 어느 5월의 상상

무엇보다 눈길이 간 것은 여러 관에 걸쳐 있었던 에이지테크(AgeTech: 노년기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설계하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증시를 달구는 딥테크들의 전시 행사도 매우 중요하지만, 학생부터 노인까지 새로운...

[김윤정의 일상혁신] 2050년 어느 5월의 상상

2050년 김미래씨의 출근 전 아침(이미지 구현=구글 제미나이)

푸른 오월의 2050년 아침,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열린다. 김미래씨는 옆집 태양광 패널에 반사된 햇살에 눈을 뜬다. 미세먼지 좋음을 확인한 창문(의 센서)은 방충망을 환기 최대화 모드로 한다. 안방 벽 디스플레이 왼편에는 오늘 일정이 스크롤링되고, 오른편에선 차분한 뉴스 브리핑이 흘러나온다. 초등학생 아이 방 스마트 TV에는 학교 준비를 독려하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화면에 오늘의 시간표와 챙겨야 할 과제들이 떠 있다. 주방 냉장고는 안방 침대로부터 온 남편과 미래씨의 생체 데이터를 확인하고, 어제 남은 식재료를 활용해 숙취 해소, 혈당 관리에 좋은 레시피와 아이가 최근 선호하는 요리를 각자 맞춤형으로 추천하며 승인을 기다린다. 미래씨는 메뉴 선택을 하고, 주방 조리 로봇은 즉시 요리를 시작한다. 등교하는 아이는 자율주행 셔틀을 타고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디스플레이로 어제 틀린 문제를 게임으로 복습하고, 오늘 세계사 시간에 가상현실(VR)로 체험학습 할 이집트 피라미드 맛보기 영상을 본다. 노인 아카데미 창업기업 대표인 미래씨는 예약된 공유 자율주행차를 타고 오전 미팅 장소로 향하며 본인 좌석 쪽 창문 유리 HUD(Head-Up Display, 자동차 유리나 별도 화면에 운전 정보나 컨텐츠들을 보여주는 기술)로 띄운 문서 자료를 훑어 보며 사전 준비를 한다. 메타버스 공간 디자이너로 재택근무를 하는 미래씨의 남편은 반려로봇과 함께 집안의 ‘사무존’으로 이동해 외국팀과 3D 모델을 보며 혼합현실 미팅을 진행한다. 집 공간은 자연스럽게 업무 모드로 전환된다.

점심시간. 미래씨는 세종시 호수공원 근처 로봇 레스토랑 1인석에 자리 잡고, 메뉴 선택 후 디지털 화면을 네트워크 모드로 전환한다. 매주 금요일 점심은 서울과 제주에 사는 친구들과 VR(Vertual Reality, 가상현실) 점심 모임을 하는 날이다. 점심 후에는 주변을 산책하며 친구분들과 ‘공동체 주택’(Co-Housing)에 거주하는 어머니와 스마트안경으로 전송된 어머니의 AI주치의가 보낸 메시지들을 보면서 영상통화를 한다. 다섯 명의 친구분들이 함께 모여 꾸린 공동체 주택은 각자의 출입문과 침실, 패밀리룸 등을 통해 독립적인 공간을 보장받지만, 공동 식당과 헬스케어 기기 및 간단한 운동기구가 있는 헬스장, 대형 스크린이 있는 공동거실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시다고 한다.

저녁 시간. 동네 러닝크루 모임 날이다. 미래씨네 동네에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유독 많다. 그래서인지 서로 소개해 준 온라인 관심사 모임이 다채롭다. 미래씨도 러닝크루 외 온라인 보드게임 모임, 가상영화관의 실시간 평론 모임 등을 요일을 달리해 참여 중이다. 물론 미래씨의 활동 실적과 개인 콘텐츠들(달리기 기록, 보드게임의 글로벌 순위, 영화평론가 모임에서 개진한 미래씨의 영화 비평 등)은 앱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개인 기록들을 10년 정도 모아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를 생각하면 또 다른 기대감으로 가슴이 뛴다.

밤 시간. 아이가 또 AI 구강세척기를 안하고 그냥 잔다. 깨워 아이 이에 맞춘 틀니 모양 기구를 물린다. 칫솔질부터 소독과 구강 건강까지 체크해도 1분인데, 그걸 귀찮아한다. 안락의자에 앉아 시스템을 켜니 ‘오늘의 하이라이트 3가지’를 자동 생성해서 보여준다. 일단 가족 소통 방에 공유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연두연두’가 ‘초록초록’으로 급속히 바뀌어 가는 가정의 달 오월, 따뜻해진 공기를 타고 마음은 여기저기를 둥둥 떠돈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공휴일이 휴일 같지 않다. 필자처럼 위아래로 부양할 부모님과 MZ 자녀를 둔 ‘낀 세대’들은 ‘준비 안 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어느 세대보다 큰 이들일 터다. 그래서 잠시나마 현실의 제약을 떨치고, 기술의 도움을 받은 미래의 우리 가정을 한번 상상해 보았다. 다만, 이미 성큼 현실로 와버린 미래, AI 시대인지라 김미래씨의 하루가 그저 공상 같아 보이지만은 않으리라. 부연하자면, 김미래씨의 하루는 모두 근래 실제 선보인 기술들을 바탕으로 필자의 약간의 바램을 담아 풀어 본,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이다.

올 초 ‘피지컬 AI’ 시대의 본격화를 선언한 CES2026 전시에서 정작 필자의 흥미를 사로잡은 곳은 화려한 LVCC관보다는 베네시안 엑스포 2층에 있는 스마트 홈과 헬스케어 관련 벤처기업 제품 전시관이었다. 센서가 내장된 침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코 고는 주인의 호흡을 편안하게 해주고, 심박수를 체크해서 개인 건강데이터 앱에 기록해 준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야구나 다트 게임을 e-스포츠로 만들고 디지털로 연결해 다양한 그룹 속에서 글로벌 경쟁을 하는 재미를 준다. 반려로봇이 반려동물을 보살피고, 편의점(우리로 치면 올리브영) 뷰티 기기에서는 나의 스타일에 맞는 색조화장품들을 즉석에서 제조해 준다. 무엇보다 눈길이 간 것은 여러 관에 걸쳐 있었던 에이지테크(AgeTech: 노년기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설계하는 기술)존의 기술과 제품들이었다. 집안 곳곳에 내장된 센서가 부모님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예측 기반으로 위험에 조기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뇌파·자극으로 인지 기능을 유지시키는 기기부터 집 밖 운동(심지어 등산까지)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보조기기까지 당장이라도 가져다 쓰고 싶은 제품과 기술들이 너무도 많았다.

한편, 세종시에서 활발히 운행 중인, AI로 수요응답형 경로를 설계하는 이응버스(앱으로 부르면 근처 정류장으로 와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14인용 승합차)가 CES 모빌리티존에 나온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앱스토어와 같은 형태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을 구매하거나 구독]들로 업그레이드 되고, LG의 AI캐빈 플랫폼 기술(좌석별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실시간 통역, 맞춤형 인터페이스 등)을 탑재한다면, 공유 자율주행차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우리 부모님과 같은 세대는 물론이거니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미래 세대에게도 가심비 좋은 이동 수단이 될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자유를 확대한다. 직장에 종속된 거주지의 선택이 아닌, 내가 선호하는 활동과 좋아하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주거지와 형태를 정할 수도 있고, 설혹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관계라 하더라도 매일의 일상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첨단의 시대, 그간 당연하게 여기고 그저 순응하며 살아온 삶을 도발적으로 뒤집어보는 상상을 하고, 조금씩 시도해 보면 어떨까.

다만, ‘어느 날 갑자기’ 겪는 변화는 익숙치 않고 불편할 수 있다. 기대만큼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오늘의 대비가 필요하다. 불면증으로 괴로워하시는 80대 어머니께 뇌에 미세전류 자극을 주어 수면을 쉽게 해주는 기기를 사드렸더니, 작동 자체를 앱으로 하게 돼 있어서 처음엔 불편하다시며 묵혔던 경험이 있다.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기술이 절실한 사람들은 첨단 기술에 대한 리터러시가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다. 집과 기기는 점점 더 스마트해져 가는데 그것을 이용할 노약자들은 첨단이 낯설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김미래씨가 종사하는 노인 아카데미, 장애인 아카데미가 많아지고, 시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이미 ‘라떼 세대’가 된 필자도 얼리어답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AI와 동반자로 살아가는 일상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한다. 얼마 전 보도된 연구 결과 30만원의 구독료를 내고 인공지능을 쓰는 학생들과 무료 이용 학생들의 교육(내신성적과 입시결과) 격차가 확연하다는 뉴스를 보면서 ‘공부만 그럴까…, 삶의 질 전반의 격차도 심해지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싸고 좋은 기기가 발명되고, 상용화되면 뭘 하겠는가. 내 데이터가 없으면 내 맞춤형의 서비스를 줄 수가 없을 터인데.

다시 창업 1세대의 근황 얘기가 떠올랐다. 코로나 때는 대면 회의를 하지 않기 위해 화상회의를 했지만, 최근에는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AI에게 작업시키기 위해 대면 화상회의를 한다는 것. 그래야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인공지능이 정리하고, 분류해서 다음 회의 전까지 체크할 사항을 도출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AI들에게 어떤 일상의 데이터를 주고, 피드백 루프를 돌릴 것인가를 당시 잠깐 생각했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그러니 AI도 자꾸 시켜본 사람이 더 잘 써먹는다는 것이야 당연한 결론 아니겠는가. AI에게 명확한 프롬프트(명령어, 질문)를 주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보정하는 습관이 지능 인플레이션 시대의 핵심 역량인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는 활동임을 이젠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나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일상의 실행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새로운 시도에는 호기심과 자극이 필요하다.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증시를 달구는 딥테크들의 전시 행사도 매우 중요하지만, 학생부터 노인까지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첨단 제품을 시연해 보는 ‘피부에 와 닿는’ 박람회와 체험 공간도 많아지면 좋겠다. 휴일 많은 가정의 달, 가족과 함께 꿈과 호기심을 키우는 나들이를 계획해 보심은 어떠할지.

■ 법학박사로 국회, 청와대, 공공기관을 두루 거치며 교육, 과학기술, 창업 정책을 다뤘다. 교육정책에 매진했을 당시에는 하나의 정책에 얼마나 많은 이해와 갈등이 얽히고설킬 수 있는지 깊이 체득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재직 시절엔 ‘창의교육’과 ‘교육기부’에, 창업진흥원에서는 ‘창업’과 ‘혁신’에 꽂혀 정부정책과 현장 사이에서 동분서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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