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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성희의 역사갈피] 신기술에 대한 '저항'

이어 총격도 가해졌다는 둥 다른 인공지능 기업의 CEO도 살해할 계획이었다는 둥 흉흉한 소식이 뒤따랐다. 인공지능으로 대대적인 산업개편이 벌어지는 데 대한, 일종의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이라 하겠다. 기술 혁신은...

[김성희의 역사갈피] 신기술에 대한 '저항'

총기 부품 표준화한 프랑스 오노레 블랑의 혁신 기술에 기존 총기사업자들 반발

총기 제조 속도 빨라지고 전투력 향상은 가히 혁명적이었지만 숨어 지내는 신세

미국 공사였던 토머스 제퍼슨은 이를 재빨리 고국에 소개해 대량생산 방식 물꼬

대장간 일꾼들 밀려났지만 블랑의 아이디어를 1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기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제조업연구소의 팀 민셜 교수는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프랑스 총기 제작자인 오노레 블랑에게서 나왔다고 주장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의 자택에 한 미국 젊은이가 화염병을 던졌단다. 이어 총격도 가해졌다는 둥 다른 인공지능 기업의 CEO도 살해할 계획이었다는 둥 흉흉한 소식이 뒤따랐다. 인공지능으로 대대적인 산업개편이 벌어지는 데 대한, 일종의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이라 하겠다.

기술 혁신은 길게 보면 우리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단기적으로 또 거기 휩쓸린 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재앙'이기에 저항이 따르기 마련임은 역사가 보여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제조업연구소의 팀 민셜 소장이 쓴 『우리의 삶은 제조된다』(RHK)에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가 실렸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흔히 동력(수력)을 이용한 방적기의 발명을 전환점으로 꼽는다. 한데 팀 민셜 교수는 제조 방식을 바꾼,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프랑스 총기 제작자인 오노레 블랑에게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당시는 총기마다 부품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 대략적인 부품을 만든 다음, 이를 갈고 두드려서 개별 총기에 맞추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총기가 고장 나면 제작자를 찾아가 손봐야 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 이동식 대장간이 최전방까지 따라가야 했으니 전투에서 총기의 효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아비뇽 지역에 살던 블랑은 1785년 획기적인 총기 제작방식을 도입했다.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 정밀도를 높여, 모든 부품이 모든 총기에 적합하도록 표준화한 것이다. 이를테면 요즘 말로 '호환 가능한' 부품으로 총기를 만들었으니 당시로선 천지개벽할 기술이었다.

이에 따르면 총기 제조 속도도 빨라지고, 부대는 여분의 부품을 상자에 담아 수송하기만 하면 파손된 총을 전선에서 즉각 수리할 수 있으니 전투력 향상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신기술이었다.

하지만 다른 총기 제작자들은 이를 싫어했다. 총기가 표준 부품으로 대량 제조되면 자기네 기술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거부를 넘어 적대 수준에 이를 지경이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블랑이 다른 총기 제작자들에게 폭행당하지 않도록 그의 작업실을 파리 동쪽의 뱅센 성 지하로 옮겨주기에 이르렀다.

블랑의 신기술은, 회의적인 장군들과 분노한 총기 제작자들의 저항 그리고 뒤이은 프랑스 혁명을 만나 의외로 보급이 더뎠다. 하지만 미국 공사였던 토머스 제퍼슨은 이를 재빨리 고국에 소개했고 이는 유명한 콜트사의 권총 제작에 활용되면서 대량생산 방식의 물꼬를 텄다.

미국 경제의 신기원을 이룬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도 블랑의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란 점에서 지은이가 블랑의 아이디어를 1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은 것은 일리가 있다. 그에 따라 기존의 무기 장인(匠人)들과 대장간의 일꾼들이야 기술 혁신이란 역사의 수레바퀴에 갈려 나갔을지라도.

이코노텔링 김성희 편집고문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김성희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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