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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민석이 ‘필연적 성공’으로 가는 길 [세상읽기]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는 역설적이게도 유시민 작가였다. 전직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노무현 정신’의 상징자본을 점유해왔던 그는 사실상 정청래 후보를 당대표로 지지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8일 국회에서 취임 축하 인사차 방문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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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 시사평론가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는 역설적이게도 유시민 작가였다. 전직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노무현 정신’의 상징자본을 점유해왔던 그는 사실상 정청래 후보를 당대표로 지지했다. 그가 이재명 정부의 ‘필연적 실패’를 언급했을 때 전당대회 구도는 흔들렸고 친노 성향 지지자들은 정청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도 유시민 발언 영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결과는 김민석 당선이었다. 결집은 역결집을 불렀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에게 표를 준 권리당원은 66%였으나 이번엔 46%에 그쳤다. 구주류 당원의 세력 규모가 만만치 않음을 증명했지만 결국 다수의 당원들은 당·청 화합을 원했다.

김민석 대표는 유시민 발언을 의식했음이 분명하다.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유시민의 에이비시(ABC)론에 맞서 ‘민주당 에이비시(ABC) 플랜’을 선언했다. 민생(Affordability), 확장(Broad), 유능(Competence)이란 키워드는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도 있지만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삶의 정치가 지금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앞으로 더 큰 내우외환의 풍파”라는 김 대표의 말은 이 노선에 대한 당 내부의 반대와 저항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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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표 앞에 어떤 과제가 펼쳐질까.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빠진 이유 중 하나인 부동산 세제개편에 대해 당정 협의가 있어야 한다. 2030 여성들의 이탈을 불러온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 조정식 국회의장과 이 대통령이 던진,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역시 여당이 주도해 야당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5극3특 지방분권을 위한 입법 지원을 주도해야 한다. 내년에 열릴 가능성이 높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강릉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총선 전초전인 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김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총선에서의 이기는 공천도 고차방정식이다. 역대 어느 당대표인들 어렵지 않았겠느냐만 김민석 신임 대표 앞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난제를 풀어가는 최고의 방법은 순리대로 가는 거다. 당내 여론이 5.5 대 4.5로 갈린 상황에서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은 계파 가치가 걸린 문제에 대해선 집단 반대에 나설 것이다. 수락연설에서 얘기했듯이 불가피한 변경이 필요할 때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정청래 전임 대표처럼 합당을 뜬금없이 던지는 방식으로는 당내 다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청 관계다. 김 대표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라고 설명했다. 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될 것을 우려한 사람들에 대한 자기변호성 다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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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칙에서 이 대통령 기소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문제를 봐야 한다. 후보 시절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조작 기소는 취소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친명 당원들을 의식한 발언이라지만 파장은 본인이 잘 알 거다. 아직 이재명 기소가 검찰의 조작이라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유시민의 썩은 내’론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해서든 해소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작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공소취소를 언급하는 것조차 민심에 역행하는 거다. 설령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를 원하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반대하는 것이 수평적 당·청 관계의 표상이 될 거다.

오직 이재명 정부의 성공만을 생각한다고 얘기하지만 정치인 김민석의 가슴 깊은 곳에 대권의 꿈이 없을 리가 없다. 역대 정권 순응형 2인자는 결국 대권에 이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것은 정권의 성공도, 정권 재창출도, 본인의 야망도 위태롭게 한다. 정치인 김민석은 면발을 길게 뽑을 능력은 없지만 이견 조율에 있어서는 당내 정치인 중 상위에 속한다고 본다.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걸 넘어, 틀린 부분은 설명하고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게 이견 조율이다. 요란하지 않게 이견을 얘기하고 설득하라. 그게 현 정권과 본인이 ‘필연적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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