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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김대준의 증시산책] '반도체 레버리지·인버스ETF'...투자 기회일까

주식 시장 역사에 획을 긋는 상품이 출시됐다. 해외에서는 거래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존재 자체가 없었던 상품, 바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 지난 27일 출시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그동안 여러 절차를 거쳤다.

[김대준의 증시산책] '반도체 레버리지·인버스ETF'...투자 기회일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한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각 종목 주가와 이날 거래되고 있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화면. 사진=연합뉴스

주식 시장 역사에 획을 긋는 상품이 출시됐다. 해외에서는 거래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존재 자체가 없었던 상품, 바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 지난 27일 출시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그동안 여러 절차를 거쳤다. 같은 달 2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고, 이어 일주일 후인 28일에는 금융투자업 규정·시행 세칙, 거래소 상장 규정을 개정했다. 그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과 ETN 2종이 상장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홍콩 증시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대형 기업공개(IPO)를 할 때마다 투자 자금이 신규 상장 종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종종 확인됐다. 이번에도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단일종목 ETF와 ETN이 새롭게 거래되자 극단적 자금 흡수가 나타났다. 블랙홀처럼 유동성을 빨아들인 것이다. 상장 당일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포함한 ETF 16종에서는 모두 10조 4000억원 규모 거래가 발생했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하자 반도체 실적 역시 개선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원래 시장에서는 돈 버는 기업에 자금이 몰리기 마련이다. 다만 단일종목 ETF가 상장된 이후 나타난 결과는 기이할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 당시 코스피는 장중 8457.09포인트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실상은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오르고 나머지는 맥없이 주저앉는 극단적 차별화 장세가 나타났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보통주 810개 종목 가운데 7.6%인 62개 종목만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 100명 중 92명이 신고가를 경신한 날에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바로 전날인 26일에 전체의 23.8%인 193개 종목이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수급이 비이성적으로 일그러진 것이다.

현재 돈을 가장 잘 버는 업종은 자타공인 반도체다. 반도체 상승 랠리에 대해 태클을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AI 발전을 도모하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요로 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기업은 실적이 오르는 게 당연하고, 장기 전망도 낙관론으로 포장될 수 있다. 다만 투자 측면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라는 특별한 상품이 국내 증시 자금을 비정상적으로 빨아들인 것이 문제다. 반도체가 다른 모든 업종의 기대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환경이라면,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아무리 양호하더라도 반도체보다 열위이기에 자금을 뺏길 수밖에 없다. 수익성은 낮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도 자금 이탈 충격에 노출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수급이 반도체로 쏠리면서  주식 시장의 건전한 자금 순환이 막혀버린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시장이 오르더라도 불안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수익률 방어를 위해 반도체가 포함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를 적극 매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 금융당국이 보도자료에 유의 사항을 적어 놓았듯이 이것은 고위험 상품이다. 높은 수익률 확보를 위해 ‘묻지마 투자’를 감행할 대상이 아니다. 이런 문제로 금융투자교육원은 신규 투자자에게 사전 교육을 하고 있다. 즉, 높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만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상품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 지렛대 효과다. 이번에 출시된 상품은 모두 기초자산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특히 주가가 내려갈 때가 문제다. 한국 증시에서는 일일 최대 하락률이 30%인데, 레버리지 상품은 최대 60%까지 급락할 수 있다. 운이 없다면 하루 만에 투자 자산의 절반 이상이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 주의할 점은 음의 복리 효과다. 만약 주가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투자금은 서서히 잠식된다. 예를 들어 투자원금이 1000원인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에 포함된 기초자산이 5% 등락을 반복한다고 가정하면 홀숫날 빠지고 짝숫날 오른다고 했을 때, 첫날 ETF 주가는 10% 빠진다. 투자금은 900원이 된다. 다음 날은 ETF 주가가 10% 올라 990원이 된다. 이것을 반복하면 아홉 번째 날에는 865원, 열 번째 날에는 951원이 된다. 결과적으로 열흘 간 49원 손실이다. 만약 기초자산 주가 변동률이 10%라고 한다면 레버리지 상품은 일간 20%씩 변동한다. 같은 절차를 반복하면 마지막 날 최종 185원 손실이 발생한다. 장기 투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반도체 단일종목 상품에 관심을 기울인다. 과열 부담과 수급 왜곡에도 수익률이 나오는 곳에 대규모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처럼 반도체가 절대 강자 위치일 때는 더 그렇다. 다만 모든 사람이 한 곳을 바라볼 때 주변을 살피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군중 심리가 시장을 휩쓸 때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해당 상품을 완전히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최소한 내 자산에 복구 불가능한 충격을 줄 정도로 모든 비중을 레버리지에 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위험한 것일수록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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