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법은 정의의 검이 아니라 범죄자의 방패가 된다.
지금 캄보디아 등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인 범죄 조직들은 더 이상 과거의 단순한 폭력조직이 아니다. 이들은 칼 대신 노트북을 들고, 문신 대신 정장을 입고, 폭력 대신 “사업”, “투자”, “운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겉으로는 스타트업과 사업체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온라인 사기, 불법 도박, 마약, 환전, 자금세탁, 대부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범죄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 조직들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는 조직폭력배 출신 인물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카지노 정킷방 운영자, 불법 대부업자, 마약 유통책, 온라인 사기 조직, 불법 환전 조직이 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업종과 역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형님”, “동생” 관계로 얽혀 있으며 서로의 사업을 보호하고 연결해준다. 자금이 필요하면 돈을 돌려주고, 문제가 생기면 사람을 보내 해결하며, 현지 세력과의 연결도 공유한다. 서로의 범죄 수익 구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왕국’인 셈이다.
더 심각한 부분은 이들 상당수가 조직폭력배 출신이거나 각종 전과를 가진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업계 대표격 인물들끼리 따로 모임까지 형성하며 정보와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이야기도 현장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조직폭력배일까 아닐까.
현행 법체계는 여전히 “누가 직접 범행을 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접 폭행하지 않았고, 직접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았고, 직접 마약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범죄 구조에서 조폭의 역할은 과거와 다르다. 직접 칼을 들고 싸우는 행동대장이 아니라, 자금을 대고 조직을 연결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설계자’ 역할을 한다. 즉, 범죄를 가능하게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온라인 사기 조직은 환전 조직 없이는 움직이기 어렵고, 환전 조직은 대부업과 연결된다. 대부업은 다시 카지노 자금과 연결되고, 문제가 생기면 조직폭력배 출신 인물들이 개입해 질서를 유지한다. 마약 조직 역시 이런 보호망 속에서 활동한다.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의존하며 움직이는 범죄 연합체다.
그런데도 수사는 여전히 조각난 개별 사건 중심으로 진행된다. 온라인 사기는 사기 사건으로, 마약은 마약 사건으로, 환전은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따로 처리된다. 결국 잡히는 것은 말단 조직원뿐이다. 이들은 “단순 가담”을 주장하며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고, 숨겨둔 돈으로 다시 조직에 복귀한다. 몸통은 남고 꼬리만 잘리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는 처벌의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
범죄가 기업형·연합형으로 진화했다면 법 역시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겨냥해야 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조직폭력배 또는 그 출신 인물이 자금 제공, 인력 연결, 운영 관여, 보호 역할 등 어떤 형태로든 개입했다면, 해당 범죄 전체를 조직범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폭이 단 한 명이라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면 그것은 이미 단순 개인 범죄가 아니다. 조직적 시스템 범죄다. 온라인 사기든, 카지노든, 대부업이든, 환전이든 서로 연결되어 움직이며 범죄 수익을 공유하는 순간 이미 범죄단체의 성격을 갖게 된다.
왜 이것이 중요할까.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될 경우 범죄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린다. “몇 년 살고 나오면 된다”, “숨겨둔 돈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째, 조직 가담 자체만으로 중형 선고가 가능해진다. 둘째, 범죄수익 환수 범위가 넓어져 돈줄 자체를 끊을 수 있다. 셋째, 개별 사건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겨냥한 수사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부 조직원들에게 “이 조직에 발을 담그는 순간 인생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거대한 범죄 왕국의 하부 구조가 흔들린다.
지금도 캄보디아에서 땀 흘려 사업하는 선량한 교민들과 정상적인 사업가들은 이들 범죄 조직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는 너무나 평온한 한 나라를, 일부 범죄자들 때문에 전체 한인 사회가 의심받고, 현지 사회에서 부정적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법은 더 이상 “누가 직접 했는가”라는 질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누가 이 구조를 만들었는가.” “누가 서로를 연결했는가.” “누가 이 범죄 왕국을 유지하고 있는가.”
조직폭력배 한 명이라도 연결된 범죄 연합체라면, 그것은 이미 단순 범죄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조직범죄다. 이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단죄해야 할 때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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