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김광현 칼럼] 삼성전자 노조의 과유불급(過猶不及)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 AMD,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와 연결돼 있다. 이들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HBM과 고성능 D램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김광현 칼럼] 삼성전자 노조의 과유불급(過猶不及)

삼성전자제품의 옥외광고 모습

삼성전자 총파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그야말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15000건이 넘는다는 언론 기사들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이 문제가 ‘톱 주제’다. 그만큼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GDP(국내총생산)의 약 15% 이상, 수출의 20% 가량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기업’이다. 500만명 가까운 소액주주들에 유가증권시장 비중이 20%가 넘고 전체 국가 법인세수의 10~16%도 책임진다고 한다. 수십만개의 일자리 및 연관산업의 생존과 성장에도 직결되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삼성전자가 문제가 더 있다”는 지적도 일부 있긴 하지만 “노조가 좀 심한게 아니냐”는 우려 여론이 대다수로 보인다. 서로 타협해 파업만은 막아야한다는 의견도 대세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여러 파업사태 때와는 여론이 판이하게 다른 느낌이다. 진보정당 출신의 대통령, 총리, 산업부장관이 잇따라 우려를 표시하고, 민노총 등도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원론적 지지 외의 과거 자주 보던 강하고 노골적인 지지는 가급적 삼가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은 총파업이 몰고 올 엄청난 피해와 후폭풍일 것이다. 반도체 공정은 한 번 멈추면 즉시 재가동하기가 어렵고 장비 점검과 수율 확인, 품질 검증, 고객사 납기 조정까지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는 산업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충격은 삼성전자 한 기업의 노사 갈등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 생태계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국내 수출과 세수, 자본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고 한다. 파업으로 생산이 줄고 종료 이후 설비가 다시 안정화되는데도 일정 기간이 걸린다고 보고 분석했을 때 약 15조원 규모의 부가가치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악을 가정할 때 반도체 생산 차질규모는 약 30조원까지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의 본질적 리스크를 단순한 일시 생산 차질이 아니라 재가동 리스크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더 큰 부담은 고객 신뢰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 AMD,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와 연결돼 있다. 이들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HBM과 고성능 D램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 고객사들이 대체 공급선을 찾는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이번 파업이 단기 물량 차질을 넘어 중국 반도체 굴기를 앞당기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서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반적인 여론이 이런데도 19일 현재 노조는 여전히 거의 꿈쩍 않는 모양새다. 20일까지 아직 협상 여지가 더 있겠지만 들려오는 사측 제안이 상당히 파격적인데도 노조가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다. 파업 경험도 많지않은 삼성전자 노조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부문들과 달리 반도체부문만은 생산시설의 70% 이상이 국내에 있다는 현실이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경우 연간 출하량의 약 50%가 베트남 공장들, 또 20%가 인도 공장들이 맡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주력제품인 반도체의 경우 약 70% 이상을 기흥, 화성, 평택, 천안 등 국내 주요 사업장들에서 생산한다. 이렇게 국내에서 생산된 메모리반도체 매출의 86%는 주로 해외에서 올려 엄청난 ‘대박 신화’를 만들어냈다.

휴대폰처럼 메모리 사업장들이 해외로 못 나가는 이유는 기술유출 등 보안이나 전략적 필요성 때문도 있지만 한국 특유의 우수한 반도체 생산인력들을 국내가 아니면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는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공정을 다루는 고도로 숙련되고 전문적인 생산 인력이 필수적이다. 첨단 장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공정 최적화와 수율(정품 비율) 관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수익성은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정상 칩의 비율인 '수율'에 달려있는데, 세밀한 공정 조정과 설비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인력의 역량이 생산 단가와 직결된다. 또 자동화된 팹(Fab)이라도 장비 간의 미세한 오차를 맞추고, 설비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사전 진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훈련과 근무 경험을 통해 양성된 한국 반도체 인력의 우수성은 중국이 도저히 못따라오는 결정적 이유라고 한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아직까지 성공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 반도체 노조는 이런 회사의 약점을 이번에 제대로 간파, ‘강공 일변도’ 공세를 펼치고 있는게 아닐까?

하지만 앞으로 삼성 반도체 이익이 폭등할 때마다 이렇게 파업이 반복된다면 어느 경영자라도 생각을 바꿀 것이다. 반도체 제조현장의 자동화는 이론적으로는 이미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반도체 제조 업계는 현재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완전 자동화 및 무인 공장(오토노머스 팹)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물론 생산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하더라도 로봇이 전면적으로 대체하기 힘든 영역은 일부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수율을 분석하는 연구 개발 업무는 인간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필수적이다.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핵심 반도체 제조 장비의 복잡한 수리나 부품 교체 등도 아직까지 숙련된 전문 엔지니어의 수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날이 오면 지금과 같은 파업 위기는 막을 수 있겠지만 양 측 모두 파국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노조는 인력의 대폭 감소로 와해될 지경이 될것이고, 사측은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 주도하는 한국 특유의 메모리 강점이 사라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대규모 자본과 장비 투입만으로 모든게 해결된다면 미국과 중국도 금방 한국 메모리를 따라잡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파업은 반드시 피해야할 최우선 과제다. 절묘한 노사협력만이 ‘한국적 강점’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삼성전자 로고

과거와 달리 이번 파업에 대한 국민 반대여론이 70% 이상을 넘어가는데도 대충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파업은 근로자가 일한 만큼 상응한 보상을 충분히 못받을 때 발생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처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 최상위급이라는 점을 많은 국민들이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에 대한 후한 처우는 오래 전부터 삼성그룹 내에서도 ‘삼성전자’와 ‘삼성후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작년에만 전무후무한 SK하이닉스 상여금 때문에 임직원 1인당 평균보수가 하이닉스에 처음으로 밀리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삼성전자가 ‘압도적 임직원 보상’의 대명사 같던 기업이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작년 1인 평균연간보수 1.58억원도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더구나 올 해는 양 사의 영업이익 전망이 각각 300조원, 250조원을 넘어선다는 전망까지 최근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사측 제시 올해 보상안만으로도 반도체 인력 1인당 평균 올해 최대 5억원 안팎의 상여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회사 형편이 안돼 고액 상여를 줄 형편이 안되는 다른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에선 난리가 날 것이다. 벌써부터 조선, 방산 등 요즘 돈벌이가 괜챦은 업종 노조에서도 하이닉스나 삼성전자식의 ‘영업이익 ×% 보장’ 식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작년 말 임직원수 및 임직원 1인당 평균보수

이런 상황인데,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우리만 이 기회에 최대한 땡기자’는 식이라면 대다수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줄 것으로 보는가? 회사가 영업적자가 나면 그때는 또 그동안 받은 상여금을 토해낼 것인가?

또 하나 국민들의 우려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전대미문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데, 왜 하필 이 시점에 파업으로 찬물을 끼얹는가’라는 점일 것이다.

실제 전세계적인 AI투자 붐이 촉발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엄청난 영업흑자는 수년 내 1000조원까지 더 폭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는 일본 전 기업의 영업흑자를 합친 것보다도 많아 벌써부터 일본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한국은 예상치 못한 중동전쟁의 전개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와 성장 후퇴가 우려되던 국가였다. 하지만 두달여 지난 지금 그런 우려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모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효과’ 때문이다. 오히려 작년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실물경기까지 덜썩거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기업 위상도 말할 것 없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엔비디아의 올해 연간 영업흑자 전망이 357조원 규모라는데 삼성전자 전망치는 현재 327조~335조원까지 치솟고 올라갔다. 메모리 초강세가 이어질 경우 2027년에는 글로벌 이익 1위기업 도약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하이닉스도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런 초일류 글로벌 대기업들을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실로 역사적인 순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파업이라는 결정적인 찬물을 끼얹는다면 국민들 입에서 진짜 ‘역적’소리가 나올 수 있다.

부디 남은 이틀간 황금률의 대타협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온 국민이 이렇게 한 대기업의 노사문제를 놓고 가슴 졸이고 있는 것은 아마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사측은 이렇게 좋을 때 기업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조를 최대한 배려해 주어야할 것이다.

반면 노조는 국민들이 삼성 반도체 인력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손재주’를 얼마나 고마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부터 잘 알아야할 것이다. 이런 훌륭한 인력들이 끝까지 파업이라는 방식으로 ‘오버’한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진다. 너무 지나치면 모자람만도 못하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노조는 깊이 명심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대표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