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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획] 이자 뛰는데 만기 성큼… 고금리에 자금조달 '발등의 불'

국고채 금리가 4% 벽을 깨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내년 1분기까지 회사채 만기를 앞둔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내년 1분기쯤 회사채 만기 몰려

팬데믹 발행금리 1%→내년 6%

국고 3년물 3달새 4%대로 솟아

美 금리 인상 겹치며 '고점 예고'

AI가 그린 일러스트.

국고채 금리가 4% 벽을 깨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내년 1분기까지 회사채 만기를 앞둔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개정 상법으로 일명 '쪼개기 상장'과 같은 우회 자금조달의 길이 막혀버린 기업들은 그나마 올 초에는 단기기업어음(CP)이나 은행 대출 등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금리가 치솟으면서 앞으로 상당수의 기업들은 대출을 받아도, 회사채를 발행해도 상당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초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문제가 안 되지만, 구조조정 중인 석유화학이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동차, 방산, 철강 등 상당수의 제조업 기업들이 이자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가야 하는 부품 협력 중소기업들은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압박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내년 1분기까지 주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내년 2월 1200억원, 3월 1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각각 도래한다. 이 중 2월 물량은 2020년 발행 물량으로 당시 발행금리는 1.618%였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를 넘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차환 부담이 대폭 커진다.

LG화학도 내년 2월 500억원, 3월 3200억원의 회사채가 각각 만기되는데 이 중 2월 물량은 2020년 1.720% 금리로 발행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내년 1월 2000억원 2월엔 800억원의 만기가 찾아오며 2월치는 2020년 1.829% 금리로 발행된 물량이다.

한화오션은 당장 두 달 뒤인 오는 11월 800억원, 내년 1월과 2월엔 총 63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이외에 롯데케미칼은 내년 2월 600억원, 1100억원의 회사채가 각각 만기된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2월 1250억원, SK온은 내년 3월 총 1900억원의 만기가 각각 찾아온다.

자동차 부품사 중에서는 현대트랜시스가 내년 1~2월 세 차례에 걸쳐 총 2800억원, 현대위아가 내년 3월 1000억원이 각각 만기되며 해당 물량의 발행금리는 모두 3%대로 현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낮다. 한온시스템도 내년 2월 28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국고채 금리는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4.063%까지 치솟았다.

회사채 발행 시 기업 신용등급 등에 따른 가산금리가 더 붙어 2020년 1%대였던 발행금리가 이제는 기업 재무 여건에 따라 6%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 4월 말 2.267%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지속 상승해 작년 말 2.953%까지 오른 후 올 들어선 3%대 벽이 깨졌다. 올 들어 금리는 1월 말 3.138%, 3월 말 3.552%, 6월 말 3.703%, 지난달 3.838%다.

즉 저점 대비 두 배가량 압박이 커진 셈으로, 같은 물량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이자비용을 두 배 가까이 더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이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일단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금리 부담에 차환 발행보다 현금 상환에 나서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상환 기간이 남아있어 구체적인 방식은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금리 상승기엔 현금 상환이 유리한 만큼 보유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은행 대출이나 CP 등 단기 조달로 버텨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은행 기업대출은 한 달 새 9조7000억원 증가했고, 같은 달 회사채 수요예측 금액은 1조2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2조1900억원보다 9400억원 줄었다.

하지만 시장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다시 회사채 발행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와 조선 등 일부 호황 업종을 제외하면 회사채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고,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27.6%로 2017년(11.8%) 이후 매년 상승했다. 현재의 금리 흐름은 이 수치를 더 끌어올릴 개연성이 충분하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기준금리를 3.75~4.0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번 미국 금리 이상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상단 기준 100bp(1bp=0.01%p)를 이어가는 데다,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을 기존 3.50%에서 3.75%로 25bp 상향한다"며 11월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종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국고채 금리 상단도 높일 필요가 있다. 3년물은 4.3~4.5%, 10년물 상단은 4.7~4.9%로 예상한다"며 "고점은 내년 1분기 중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우진·임주희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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