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장성열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4월 23일 조합원 집회 후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93.1%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안팎에서 여러 비판을 받고 있다. 바로 쟁의의 '명분' 때문이다. 노조의 이번 쟁의는 성과급과 임금 인상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다. 노조 조합원의 대부분은 반도체(DS)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체계 등을 삼성전자와 비교·대조하며 성과급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들, 혹은 더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들이 수긍하고 함께 할만한 요구가 아닌 조합원 대다수가 속한 DS 사업부에 한정된 요구를 하고 있다. 스스로 고립과 갈라파고스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풍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가 ‘사안(matter)’이 아닌 ‘사람(person)’과 싸운다는 말도 나온다. 사회적 의미를 담은 '사안'의 싸움이 아니라 이재용이라는 '사람'과 싸워 사회적 메시지 없는 집단이익을 위한 쟁의라는 것이다.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의 싸움이 결국 집단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느 한 노동조합의 주장이 노동권 이슈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헌법 제 33조에 의해 노동 3권을 보장받는다. 노동3권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으로 구성돼 있다. 1970년 11월 13일 '아름다운 청년' 故 전태일이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이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고 외친 이후부터 우리나라에선 노동자에 대한 권리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노동자의 권익이 그 이전보다 많이 신장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보다' 라는 단서가 붙는다. 예를 들어 2003년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노동조합 지회장이었던 故 김주익은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129일 간의 고공농성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자결을 선택한 원인은 사측의 노조탄압과 징벌적 손배가압류,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의 "분신을 투쟁 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는 비수같은 말 때문이었다. 당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였던 김진숙은 "이럴 거면 민주노조 하지 말 걸 그랬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추도사를 남겼다. 그리고 2023년까지 20년 넘게 진행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노조탄압과 징벌적 손배가압류에 대한 싸움은 비단 노동계를 넘어 사회와 정치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노란봉투법'의 골자가 되는 징벌적 손배가압류 금지 또한 한진중공업 사측이 노조에 걸었던 47억원의 손배가압류 소송에서 시작됐다.
'귀족노조'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조합의 예시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위치한 충남 아산이나 울산광역시는 ‘현대차의 도시’ 라는 말을 듣는 곳이다. 현대자동차나 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로 이뤄진 곳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수많은 하청업체에서 만들어진 부품들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하청은 일반적인 원
하청 구도와는 다르게 10차, 11차가 넘는 하청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또한 많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싸움은 그래서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앞장서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정규직과는 다르게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쟁의는 생각과는 다르게 노동여건 개선, 원·하청 간 교섭창구 다원화, 비정규직 철폐 등인 경우가 많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들은 근로기준법(노동법) 준수와 정리해고, 노조탄압, 가압적 손배가압류, 원·하청의 구조, 그리고 직업병이라는 '사안'을 둘러싼 싸움들이었다. 비록 '사람'들의 싸움과 죽음이었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남겼고 '사안'에 대한 논의를 쏘아 올린 사건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사안이 아닌 사람과 싸운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그 어떤 메시지도 던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디 삼성전자 노조, 특히 지도부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과의 싸움' 대신,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남기고 그것을 사회적 논의로 쏘아 올리는 '사안과의 싸움'을 쟁의의 모델로 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쟁의는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 모르는 종소리, 즉 무의미하고 이기적인 싸움만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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