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의 밸류체인지
기업 지배구조 실질적 변화의 주춧돌 놓은 상법 개정
펼치기/접기
이상헌 iM증권 수석연구원
기사 읽기
요약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기사 읽기
구글 검색 선호 매체로 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 상장기업 주식 가치평가 수준이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으나 미국 등 선진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를 들 수 있다.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이라는 경제활동의 단위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 즉 경영 의사결정 규율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최적의 기업 자원 활용과 경영 성과의 배분을 방해하는 대리인 비용의 발생 원인으로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 등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일반주주와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왔다. 즉,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를 통제하는 것이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이사회, 감사(위원회), 주주총회 등이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영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해 7월과 9월, 올해 3월에 잇따라 공포된 개정 상법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 상장회사의 독립이사 선임 비율 강화(4분의 1→3분의 1 이상), 감사위원회 분리선출 확대(1인→2인) 및 의결권 제한 강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주총 도입,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았다. 이러한 내용 등을 정관변경을 통해 반영하게 되면 향후 지배구조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정기주총은 개정 상법이 실제 기업 현장에 적용되는 첫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강화된 3%룰,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은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구성에 영향을 미쳐 이사회의 인적 구성을 바꾸는 한 축이 될 것이다. 주주행동주의와 소액주주 등이 추천한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배구조의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이사회 구조를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역시 중요한 변화다. 올해 정기주총에서 266개사가 자사주 보유·처분계획 승인 안건을 상정했다. 그동안 자사주 활용이 이사회 재량이었는데, 주총 승인으로 전환된 것이다.
주주제안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으로 전환되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주주제안은 배당 확대나 이사 선임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사회 독립성, 임원 보상 체계 설계, 자본정책의 구조적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거버넌스 전반으로 확대됐다.
이와 같이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개정 상법 내용을 정관에 반영함에 따라 지배구조가 실질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한편, 올해 2월 법무부에서는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이후 나온 첫 공식 실무지침이다.
최근 금융감독당국도 증권신고서 및 주요사항보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와 관련해 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 독립적 외부전문가의 검토, 주주에 대한 충실한 정보 제공 등의 관점에서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기업 의사결정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핵심은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거래에서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과 판단 근거를 주주에게 충실히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소액주주 권익 보호가 기업 조직개편 과정의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향후 발표될 중복상장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도 같은 흐름이다. 상장사가 종속회사나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장하려면 영업독립성, 경영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예외적으로 상장이 허용될 것이다. 여기서도 소액주주 투자자 보호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결국 상법 개정과 각종 제도 개선은 모두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정 부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상헌 iM증권 수석연구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