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고 쓸고 두드리고 진화하다
버네사 창 지음 | 오수원 옮김 | 비아북 | 296쪽 | 1만9800원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내리며 뉴스를 확인한다. 바라보는 순간 결제가 끝나는 얼굴 인식 결제도 이제 낯선 기술이 아니다. 이처럼 기술이 인간의 일을 대신할수록 우리의 몸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신간 <누르고 쓸고 두드리고 진화하다>는 문자의 발명부터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인간의 몸과 감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파헤친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예술과 과학의 관계를 연구한 저자는 손, 목소리, 귀, 눈, 발, 몸, 마음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로 기술과 신체의 역사를 풀어낸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몸의 고유한 능력을 기계에 넘겨주는 과정이었다. 자카르 직기와 자동피아노, 타자기와 컴퓨터 자판이 등장하면서 손으로 하던 작업은 점차 기계의 몫이 됐다. 오늘날에는 생성형 AI가 글쓰기와 그리기는 물론 생각하는 일까지 대신한다. 목소리와 귀의 역사도 흥미롭다. 축음기와 마이크는 목소리가 몸을 떠나 먼 곳까지 전달되고 보존될 수 있게 했다.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간의 눈에 의존하던 시각 역시 기계의 영역으로 옮겨갔다. 도시의 설계와 이동 기술은 걷고 움직이는 방식마저 바꿔놓았다.
기술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인간을 예측할 수 있는 존재로 축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술을 무조건 경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글쓰기의 고통을 견디던 밤, 알고리즘이 추천한 음악에서 위로받았다고 고백한다. 인간과 기계는 오랜 시간 함께 문명을 만들어온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기술은 우리의 몸을 변화시키고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지만 인간 역시 기술을 다듬고 변화시킬 힘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거대 빅테크 기업과 알고리즘 등 기술이 설계한 방식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안무’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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