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고]트럼프는 이란의 ‘위협’을 무너뜨리고 해양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는가?…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미국의 ‘능동적 현존전략(AFIB)’은 이란의 ‘거부능력(Denial)’을 어떻게 약화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프롤로그 : 이란의 TIB는 왜 흔들리기 시작했는가

미국의 ‘능동적 현존전략(AFIB)’은 이란의 ‘거부능력(Denial)’을 어떻게 약화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해·공군력을 바탕으로 ‘능동적 현존전력(AFIB)’을 유지해 왔지만, 이란은 ‘현존위협(TIB)’과 ‘거부능력(Denial)’을 이용해 미국의 군사적 우세가 곧바로 해양통제(Sea Control)로 전환되는 것을 방해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대치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AFIB가 기뢰와 공격위협을 억제하면서 실제 선박이 통항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적 압박과 이란 내부의 민심 부담, 외교적 고립이라는 삼각파도까지 이란의 TIB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상선과 주변국에 대한 공격, 통항세 부과와 선별적 통항 위협은 국제해운업계와 주변국의 반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이란의 TIB가 이미 무너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란은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 소형고속정과 선택적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르무즈를 협상수단으로 이용할 능력도 남아 있다. 지금 나타나는 변화는 TIB의 소멸이라기보다 그 형태와 전략적 효용이 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이란보다 얼마나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 군사적 우세와 경제적 압박, 국제사회의 반작용을 결합하여 이란의 TIB와 거부능력(Denial)을 약화시키고 이를 안정적인 선박 통항과 국제해운의 신뢰 회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트럼프는 과연 이란의 TIB를 무너뜨리고 군사적 우세를 실질적인 해양통제권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인가. 지금 호르무즈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시험대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김태준 소장 제공

I. 미국의 AFIB는 이란의 Denial을 어떻게 약화시키고 있는가

호르무즈에서 최근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미국의 군사적 우세가 단순한 전력의 현존을 넘어 실제 통항여건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은 압도적인 해·공군력을 바탕으로 ‘능동적 현존전력(AFIB)’을 유지했지만, 이란의 기뢰와 미사일, 드론, 소형정 등 ‘현존위협(TIB)’이 남아 있는 한 국제상선이 안심하고 해협을 통과하기는 어려웠다. 미국의 군사적 우세와 실질적인 해양통제(Sea Control) 사이에는 이란의 거부능력(Denial)이라는 간극이 존재했던 것이다.

최근 미국이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국제수역의 주요 항로에서 기뢰 제거작업이 진행됐으며 해협의 안전한 통항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뢰는 이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군사력으로 미국의 우세한 해군력과 국제상선의 행동을 동시에 제약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대칭 거부수단이었다. 따라서 주요 항로의 기뢰위협이 실질적으로 감소한다면 이는 단순한 전술적 성과가 아니라 이란의 거부능력(Denial)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하나를 약화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중요한 것은 기뢰 제거 자체보다 그 이후 실제 선박이 움직이기 시작하느냐에 있다. 미국은 오만 연안과 호르무즈 주변의 안전항로를 확보하고 군사적 감시와 보호 아래 선박의 통항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지난 한 달 동안 500척 이상의 선박이 호르무즈를 출입했으며 실제 원유 흐름도 민간 선박추적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보다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호르무즈를 통해 하루 약 800만~9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판단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민간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자료가 보여주는 통항량과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실제 이동량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정확한 규모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 차이는 호르무즈에서 새로운 통항방식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S를 끄거나 위치정보를 최소화하는 ‘다크 운항(Dark Shipping)’, 야간통항과 비공개 수송, 보호항로를 이용한 운항이 결합하면서 외부에서 관측되는 선박의 숫자만으로 실제 물동량을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란이 다크 운항을 제재회피와 원유수출의 수단으로 주로 활용했다면, 현재는 위험한 해역을 통과하기 위한 국제해운의 회피수단으로까지 그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의 TIB가 선박의 통항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고 선박들이 위험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는 거부능력(Denial)의 실질적 효과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곧바로 미국의 완전한 해양통제권 확보로 해석하는 것은 이르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숫자는 아직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으며,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소형정과 선택적 공격능력도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해운회사와 보험회사가 호르무즈를 정상적인 상업항로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박 몇 척이 통과했다는 사실보다 공격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군함이 상선을 통과시킬 수 있는 능력과 국제해운시장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판단해 정상운항을 재개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따라서 현재 미국 AFIB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란의 TIB를 완전히 제거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란이 유지해 온 기뢰와 공격위협을 억제하면서 실제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AFIB가 단순히 상대의 행동을 억제하는 현존전력에서 국제해운의 행동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동적 전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AFIB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이란 군사시설을 파괴했는가가 아니라 이란의 TIB가 만들어낸 거부능력(Denial)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그 결과 국제상선과 에너지 흐름을 얼마나 정상화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호르무즈에서 지금 시작된 변화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AFIB는 군사적 우세를 실제 해양통제로 전환하는 첫 번째 문턱을 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전환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아직 남아 있는 이란의 TIB가 어떤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란의 ‘현존위협(TIB)’은 왜 형태를 바꾸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 이란의 TIB는 왜 형태를 바꾸고 있는가

미국의 능동적 현존전력(AFIB)이 이란의 거부능력(Denial)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해서 이란의 현존위협(TIB)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TIB의 본질은 상대보다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군사력이 존재함으로써 상대의 행동과 선택을 제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란의 TIB가 약화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보유전력의 규모뿐 아니라 그것이 국제상선과 미국의 행동을 어느 정도 제약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전쟁 초기 이란의 TIB는 호르무즈 전체의 통항을 위협하는 형태로 작동했다. 해안 미사일과 드론, 기뢰,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의 소형정 전력은 개별 선박을 공격하는 수단인 동시에 해협 전체를 위험한 공간으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 공격을 계속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에서 공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만으로 국제해운과 보험시장의 위험평가를 높일 수 있었다. 이란은 미국과 대등한 해군력을 보유하지 않고도 호르무즈라는 좁은 전략공간을 이용하여 군사력의 열세를 전략적 영향력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주요 항로의 기뢰위협을 줄이고 해상감시와 보호통항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TIB를 유지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선박의 통항을 차단하거나 해협 전체를 지속적으로 위험한 공간으로 만드는 능력이 약화될수록 이란은 보다 제한적이고 선택적인 방식으로 위협을 행사하게 된다. 최근 이란이 일부 국가의 선박에는 통항을 허용하면서 다른 선박에는 자국이 설정한 통항규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이나 억류, 화물 압류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이란의 TIB가 ‘전면봉쇄형’에서 ‘선택적 거부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목적이 호르무즈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어 국제상선의 통항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를 통과시키고 누구에게 위험을 가할 것인가를 선택함으로써 제한된 군사력을 정치적·협상적 영향력으로 전환하려는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특정 국가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다른 국가나 선박에는 위협을 가하는 방식은 이란이 여전히 호르무즈의 통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행동이기도 하다.

선택적 거부형 TIB라고 해서 그 위협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해운에서 중요한 것은 공격받는 선박의 절대적인 숫자만이 아니라 공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대부분의 선박이 안전하게 통과하더라도 어느 선박이 공격받을지 알 수 없다면 해운회사와 보험회사는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이용해 적은 군사적 행동으로도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심리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TIB가 약화되고 있더라도 ‘거부능력(Denial)’의 효과가 즉시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선택적 거부에는 새로운 한계가 따른다. 국제항행에 사용되는 호르무즈해협에서 특정 국가나 선박의 통항을 자의적으로 허용하거나 제한하고 통항 자체를 협상수단으로 이용하려 할수록, 이란의 행동은 단순한 군사적 위협을 넘어 국제항행질서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통항세를 요구하거나 자국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선박에 벌금과 억류를 경고하고 국제상선에 대한 공격이 반복된다면 주변국과 국제해운업계의 반발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이란의 TIB는 소멸하고 있다기보다 그 전략적 성격과 작동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전면적인 통항거부 능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선택적 공격과 통항제한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불확실성을 이용한 ‘거부능력(Denial);의 효과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적 TIB를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란의 TIB를 압박하는 힘은 호르무즈의 군사적 변화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경제적 압박, 장기전과 경제난이 만들어내는 국내 민심의 부담, 그리고 주변국과 국제사회에서 확대되는 외교적 고립이라는 또 다른 압력이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이 세 개의 파도가 형태를 바꾸고 있는 TIB와 결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현재 이란이 직면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이란의 ‘현존위협(TIB)’에는 왜 삼각파도가 밀려오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이란의 TIB에는 왜 삼각파도가 밀려오고 있는가

이란의 ‘현존위협(TIB)’을 압박하는 것은 미국의 ‘능동적 현존전력(AFIB)’만이 아니다. 군사적으로는 주요 항로의 기뢰위협 감소와 보호통항 확대가 이란의 ‘거부능력(Denial)’을 약화시키고 있지만, 그 바깥에서는 또 다른 압력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적 압박, 장기전과 경제난으로 누적되는 국내 민심의 부담, 그리고 주변국과 국제사회에서 확대되는 외교적 고립이다. “경제제재·민심·외교고립” 이 세 개의 삼각파도는 서로 분리되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면서 이란이 TIB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압박하고 있다.

첫 번째 파도는 트럼프의 경제적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우세만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기보다 원유수출과 금융·무역망을 압박해 이란이 장기전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압박은 이란과 직접 거래하는 기업과 국가뿐 아니라 원유수송과 금융, 해운 등 이란 경제를 외부세계와 연결하는 통로까지 겨냥하고 있다. 군사력이 이란의 TIB를 전장에서 억제한다면 경제제재는 그 TIB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의 자원과 재정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트럼프의 전략은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압박을 서로 다른 수단으로 운용하면서도 하나의 목표로 결합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미국의 AFIB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소형정의 행동공간을 제한한다면 경제적 압박은 그러한 전력을 보충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키려 한다. 결국 이란이 TIB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사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재정과 산업, 외환과 무역이 필요하다. 경제적 기반이 약화될수록 TIB의 지속가능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파도는 이란 내부의 민심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제재와 높은 물가, 통화가치 하락과 무역위축이 국민의 생활경제에 누적되면 전쟁을 지속하는 정치적 비용도 증가한다. 특히 국가재정이 군사력 유지와 국민생활 안정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경제적 압박이 단순한 경제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의 어려움이 커질수록 정부가 장기적인 군사적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국내 정치적 여유도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경제난이 곧바로 정권에 대한 대규모 저항이나 TIB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외부의 군사적 압박은 오히려 국민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이란 정부 역시 경제적 어려움을 외부의 공격과 제재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내부결속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민심이 어느 순간 정권을 무너뜨릴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전이 지속될수록 이란 지도부가 군사적 선택을 결정할 때 국내 경제와 국민의 부담을 더욱 크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심은 TIB를 직접 제거하는 힘이라기보다 그것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인내력을 제한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 파도는 외교적 고립이다. 이란은 호르무즈의 TIB를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지만 국제상선과 주변국 시설에 대한 공격이 반복될수록 그 위협의 피해자는 미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걸프지역 국가와 국제해운회사, 에너지 수입국까지 피해와 위험을 부담하게 되면서 이란의 행동을 미국과 이란 사이의 양자적 군사대결로만 바라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다만 이를 이란의 완전한 외교적 고립으로 볼 수는 없다. 이란은 여전히 일부 국가들과 외교·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재를 위한 외교채널도 남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란이 모든 외교적 연결망을 상실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TIB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주변국과 국제해운사회의 반발이 커지면서 이란의 외교적 행동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상선과 주변국까지 위협의 영향을 받게 되면 이란의 행동을 지지하거나 묵인할 수 있는 국가들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세 개의 삼각파도는 서로를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경제제재가 강화되면 국내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경제적 어려움이 누적되면 장기전을 감당할 수 있는 정치적 인내력이 약화될 수 있다. 동시에 국제상선과 주변국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면 외교적 고립의 압력이 커지고, 국제사회의 협조가 확대될수록 미국의 경제제재는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다시 강화된 경제압박은 이란 내부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경제·민심·외교라는 세 개의 압력이 서로 연결되면서 TIB의 지속가능성을 압박하는 순환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삼각파도가 이란의 TIB를 당장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여전히 호르무즈에서 미국과 국제해운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TIB의 전략적 가치는 단순히 미사일과 드론, 기뢰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 실제 사용할 때 얻는 전략적 이익이 비용보다 큰가, 그리고 국제사회가 그 위협을 어느 정도 감수하려 하는가가 함께 결정한다.

따라서 현재 이란이 직면한 문제는 TIB의 즉각적인 소멸이 아니라 그 지속가능성과 전략적 효용이 동시에 압박받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미국의 AFIB가 바다에서 거부능력(Denial)의 물리적 공간을 좁히고 있다면 경제적 압박과 민심의 부담, 외교적 고립이라는 삼각파도는 TIB를 지탱하는 경제적·정치적·외교적 공간을 좁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란에게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이러한 압력을 돌파하기 위해 TIB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국제사회가 그 위협에 대응하고 우회하도록 만드는 반작용도 커질 수 있다. 이란이 TIB를 사용할수록 오히려 TIB의 전략적 효용을 스스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역설이다.

이란이 ‘현존위협(TIB)’을 사용할수록 TIB를 약화시키는 역설에 대한 설명.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V. 이란은 왜 TIB를 사용할수록 TIB를 약화시키는가

현존위협(TIB)은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상대의 행동을 제한할 때 가장 큰 전략적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위협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대는 더 이상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위협을 제거하거나 우회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된다. 지금 호르무즈에서 이란이 직면하고 있는 것이 바로 TIB의 역설이다.

이란은 그동안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소형정 전력을 이용하여 미국과 국제상선에 호르무즈의 위험을 인식시켜 왔다. 이러한 TIB는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일정 부분 상쇄하는 효과적인 비대칭 수단이었다. 모든 선박을 실제로 공격하지 않더라도 공격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해운회사와 보험회사의 위험평가를 높이고 선박의 통항을 억제할 수 있었다. 제한된 군사력으로 상대에게 훨씬 큰 경제적·전략적 비용을 부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이러한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확대하면서 TIB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국제상선과 주변국 시설에 대한 공격, 특정 선박의 통항제한과 선별적 통과 허용, 호르무즈 통항에 비용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이란이 여전히 해협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는 TIB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TIB를 실제로 사용할수록 그 위협에 대응해야 할 행위자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데 있다. 국제상선이 공격받으면 선박의 국적과 선주, 화주와 보험회사, 에너지 수입국까지 이해당사자가 된다. 주변국의 에너지시설이나 기반시설이 공격받으면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던 국가들까지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로 바뀐다.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한 TIB가 오히려 더 많은 국가와 국제행위자를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호르무즈 통항세와 선별적 통항 문제도 이러한 반작용을 확대시킨다. 호르무즈는 국제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이며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이러한 국제해협에서 통과통항을 보장하는 원칙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실제 제공된 특정 서비스에 대한 비용과 달리 단순한 통과 자체를 조건으로 통항료를 강제하거나 특정 국가와 선박의 통항을 자의적으로 허용·제한하려는 행동은 국제해협의 통과통항 원칙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해운업계와 국제해사기구(IMO), 걸프지역 국가들은 호르무즈에서 국제항행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통항료가 국제해협에서 하나의 선례로 정착될 경우 호르무즈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전략적 초크포인트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해운의 입장에서 이는 단순히 비용을 얼마나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해협의 통항질서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반작용이 실제 대응능력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이란이 기뢰와 미사일, 드론과 소형정을 이용하여 통항을 위협하면 미국은 기뢰 제거와 감시, 보호통항을 강화한다. 국제상선이 공격받으면 해운회사는 다크 운항과 비공개 수송 등 위험을 회피하는 운항방식을 발전시킨다. 주변국 역시 호르무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파이프라인과 육상수송망, 대체항만과 우회항로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인식하게 된다. 이란이 TIB를 사용할수록 그 TIB를 억제하거나 우회하기 위한 대응능력도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TIB의 전략적 가치를 변화시킨다. TIB를 사용하지 않으면 위협의 신뢰성이 약해질 수 있지만 지나치게 사용하면 상대가 그 위협에 적응하고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더욱이 공격대상이 국제상선과 주변국으로 확대되고 국제해협의 통항을 정치적·경제적 조건과 연결할수록 군사적 위협으로 얻는 이익보다 국제적 반작용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이것이 호르무즈에서 나타나는 TIB의 역설이다. 이란은 TIB를 이용하여 미국의 군사적 우세가 해양통제(Sea Control)로 전환되는 것을 방해해 왔다. 그러나 그 TIB를 반복적으로 사용할수록 미국의 능동적 현존전력(AFIB)을 강화할 명분을 제공하고, 국제해운과 주변국에는 이란의 거부능력(Denial)을 우회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며, 국제사회에는 이란의 행동을 제한해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

따라서 앞으로 이란 TIB의 강도를 판단할 때는 미사일과 드론, 기뢰와 소형정의 숫자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위협이 상대의 행동을 얼마나 제한하고 있는가와 함께, 실제 사용했을 때 얼마나 큰 반작용을 만들어내는가를 보아야 한다. TIB의 군사적 능력이 그대로 남아 있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때 얻는 전략적 이익보다 대응과 우회, 외교적 비용이 커진다면 TIB의 전략적 효용은 감소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호르무즈의 통제권 경쟁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란 TIB의 전략적 효용이 약화된다고 해서 미국이 자동적으로 해양통제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에게 남은 과제는 이러한 TIB의 약화를 단순한 군사적 우세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통항의 정상화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 해양통제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란의 ‘현존위협(TIB)’의 약화를 해양통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V. 트럼프는 TIB의 약화를 해양통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이란의 현존위협(TIB)이 여러 방향에서 압박받고 있다고 해서 트럼프가 곧바로 호르무즈의 해양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란의 거부능력(Denial)을 약화시키는 것과 국제상선이 안정적으로 통항할 수 있는 질서를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트럼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군사적 우세를 더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우세와 이란 TIB의 약화를 실제 해양통제(Sea Control)로 전환하는 데 있다.

군사적 조건은 이전보다 유리해지고 있다. 미국의 ‘능동적 현존전력(AFIB)’은 이란의 군사행동을 제한하고 주요 항로의 기뢰위협을 줄이는 한편 해상감시와 보호통항을 강화하면서 국제상선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 전체를 지속적으로 봉쇄하기보다 선택적 공격과 제한적 통항통제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면, 이는 미국이 이란의 Denial을 일정 부분 약화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군함이 특정 선박을 안전하게 통과시키는 능력과 국제해운 전체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해양통제는 동일하지 않다.

해양통제의 첫 번째 조건은 지속성이다. 미국의 군사력이 존재하는 동안에만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보호통항이지 완전한 통제질서라고 보기 어렵다. 국제상선은 하루나 며칠의 안전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항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소형정 등을 이용하여 간헐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적은 수의 공격만으로도 해운회사와 보험회사의 위험평가를 다시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확보해야 할 것은 일시적인 통항량 증가가 아니라 공격위험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신뢰다.

두 번째 조건은 국제해운과 보험시장의 복귀다. 현대 국제해협의 해양통제는 군사적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호르무즈가 안전하다고 선언하더라도 선사와 보험회사, 에너지기업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정상적인 통항은 회복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들이 위험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판단하여 특별한 군사적 보호 없이도 다시 항로를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의 군사적 우세는 비로소 상업적 정상화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세 번째 조건은 국제법적 정당성과 국제사회의 수용이다. 이란의 통항세 부과와 선별적 통항, 국제상선과 주변국 시설에 대한 공격이 국제사회의 반발을 확대시키는 것은 트럼프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의 행동에 대한 국제적 반대가 곧바로 미국의 해양통제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시 호르무즈의 통항질서를 자국의 일방적 권한으로 만들기보다 국제항행의 자유와 통과통항이라는 보편적 원칙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해양통제는 통항을 보장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뿐 아니라 그 질서를 다른 국가들이 신뢰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능력까지 요구한다.

네 번째 조건은 경제적 압박을 정치적 결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제재와 이란 내부의 경제난, 민심의 부담과 외교적 고립이라는 삼각파도가 TIB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러한 압력이 자동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협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국가가 반드시 양보하는 것도 아니며 외부압력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내부결속과 저항이 강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제재의 성공 여부는 이란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었는가가 아니라 그 압박이 이란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을 실제로 변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서 호르무즈 문제와 핵문제가 다시 연결된다. 트럼프의 최종 목표가 단순히 선박의 통항을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군사적 행동을 제한하고 핵문제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협상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면, 호르무즈에서의 우세만으로 전략적 승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TIB가 약화되더라도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머물고 핵활동에 대한 국제적 검증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군사적·경제적 압박은 아직 최종적인 정치적 결과로 전환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힘의 추가적인 확대보다 전환능력이다. 미국은 이미 이란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힘을 이용하여 이란의 TIB를 얼마나 더 파괴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TIB의 약화를 안정적인 통항과 국제해운의 신뢰, 국제법적 정당성, 그리고 이란의 전략적 선택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를 하나의 과정으로 보면 미국의 AFIB가 이란의 TIB를 억제하고, TIB의 약화가 거부능력(Denial)을 감소시키며, 거부능력의 감소가 실제 통항의 증가로 이어지고, 지속적인 안전이 해운과 보험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며, 국제사회의 수용과 국제법적 정당성이 결합될 때 비로소 해양통제(Sea Control)가 형성된다. 어느 한 단계라도 끊어진다면 군사적 우세와 해양통제 사이의 간극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2026년 8월 말의 호르무즈를 미국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다만 중요한 변화는 분명하다. 이란은 더 이상 TIB만으로 미국의 군사적 우세를 이전과 같은 수준에서 상쇄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트럼프는 군사적 압박과 경제제재, 이란 내부의 부담과 국제사회의 반작용이 동시에 작용하는 새로운 전략적 환경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승패를 결정할 것은 누가 더 많은 군사력을 보유했느냐가 아니다. 트럼프가 이란 TIB의 약화를 일시적인 군사적 성과로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한 통항과 국제적 신뢰를 갖춘 해양통제권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호르무즈에서 군사적 우세와 전략적 승리를 가르는 마지막 간극은 결국 힘의 크기가 아니라 그 힘을 원하는 질서로 바꾸는 전환능력에 있다.

에필로그 : 호르무즈의 통제권은 누구에게 이동하고 있는가

2026년 8월 말 호르무즈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핵심은 이란의 현존위협(TIB)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미국의 ‘능동적 현존전력(AFIB)’이 거부능력(Denial)을 압박하는 가운데 트럼프의 경제적 압박과 이란 내부의 민심 부담, 외교적 고립 압력이라는 삼각파도까지 겹치면서 이란이 TIB를 유지하고 활용하는 전략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 TIB의 역설이 존재한다. 이란은 TIB를 사용해야 호르무즈에 대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이를 과도하게 사용할수록 미국의 군사적 대응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촉진하고, 국제해운과 주변국에는 그 위협에 적응하거나 우회할 필요성을 높인다. TIB의 군사적 능력이 남아 있더라도 상대가 대응하고 적응하면서 그 전략적 효용은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의 TIB가 약화되는 것과 트럼프가 호르무즈의 해양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거부능력의 감소를 지속적인 통항으로, 통항을 국제해운과 보험시장의 신뢰로, 군사적 우세를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는 안정적인 해양질서로 전환해야 비로소 해양통제(Sea Control)는 완성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호르무즈의 통제권이 이란에서 미국으로 완전히 이동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힘의 방향은 변화하고 있다. 이란은 TIB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군사적·경제적·외교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반면, 미국은 AFIB를 통해 이란의 Denial을 줄이고 실제 통항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군사적 우세에 그칠 것인가, 지속 가능한 해양질서로 정착될 것인가에 있다.

결국 호르무즈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군함과 미사일의 숫자만이 아니다. 이란에게는 TIB를 얼마나 오래 전략적 지렛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고, 트럼프에게는 그 TIB의 약화를 자신이 원하는 질서로 얼마나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군사적 우세의 방향은 상당 부분 드러나고 있지만 호르무즈의 해양통제권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 마지막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결국 힘의 크기가 아니라 힘을 질서로 바꾸는 전환능력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