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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기술혁신은 기업가치를 어떻게 바꾸는가

GPU 시장을 주도해온 엔비디아, AI 칩셋을 위탁 생산하는 TSMC,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구글이 공개한 'TurboQuant'는 대규모 AI...

[기고]기술혁신은 기업가치를 어떻게 바꾸는가

전정환 경상국립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

전정환 경상국립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부 교수

네 차례의 산업혁명에서 기술혁신의 경제사는 놀라울 만큼 단순한 공식을 반복해왔다. 기술혁신은 효율을 높이고, 효율이 오르면 비용이 낮아지고, 낮아진 비용은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며, 이는 다시 총수요의 확대와 기업가치의 재평가로 이어져왔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석탄으로 대표되는 기계화 혁명이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개량은 같은 석탄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만들어 동력 단가를 크게 낮췄다. 1865년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가 ‘석탄 문제(The Coal Question)’에서 제시한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은 효율이 높아질수록 자원 사용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증기동력의 가격이 내려가자 광산, 방직, 제철, 철도와 선박까지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그 기대는 1840년대 영국의 철도주 급등으로 이어졌고, 1843년부터 1845년 사이 철도주 가격은 평균 106% 상승했다. 거품이 꺼진 뒤에도 산업의 구조는 바뀌어 있었다. 효율적인 증기기관은 총 석탄 소비를 줄이기보다, 석탄이 만드는 경제의 판을 넓히고 관련 기업가치를 다시 정의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철강·내연기관으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혁명이었다. 발전기와 전동기, 송전망과 조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공장과 도시가 쓰는 빛과 동력의 비용이 낮아졌고, 전기는 증기를 대체하며 산업 인프라의 표준이 됐다. 1899년 이후 미국 제조업에서 전기는 빠르게 확산해 30년 만에 기계동력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구리와 전력산업은 수혜를 입었고, GE, Westinghouse, Siemens 같은 기업들이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효율적인 전기 시스템은 구리와 전력 인프라의 퇴장이 아니라, 오히려 전기와 구리 시장의 팽창을 불렀고 기업가치의 중심도 그쪽으로 이동시켰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이었다. 무어의 법칙이 말하듯 반도체의 집적도는 대체로 2년마다 두 배로 늘었고, 비용 증가는 작아지면서 컴퓨팅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그 위에 인터넷이 올라타자 더 싸진 계산 능력은 더 큰 데이터센터, 더 많은 PC, 더 촘촘한 네트워크 수요를 만들었다. Cisco는 인터넷의 라우터와 스위치를 공급하며 2000년 시가총액 6000억 달러를 넘길 정도로 상징적인 승자가 됐다. 더 낮아진 컴퓨팅 비용은 반도체와 네트워크 시장을 더 크게 만들며 기업가치의 지형을 바꿨다 즉, 더 낮아진 컴퓨팅 비용은 반도체와 네트워크 시장을 더 크게 만들며 기업가치의 지형을 바꿨다. 무어의 법칙이 공급 측면의 ‘가속 페달’이었다면, 제본스의 역설은 그 하락이 왜 수요의 ‘확산’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지능화 혁명이다. 오늘의 AI는 GPU 같은 연산 반도체와 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다. GPU 시장을 주도해온 엔비디아, AI 칩셋을 위탁 생산하는 TSMC,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구글이 공개한 ‘TurboQuant’는 대규모 AI 모델이 답을 생성할 때 필요한 메모리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압축 기술로,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을 최대 6배 줄이고 연산을 8배 빠르게 만든다고 한다. 발표 직후 메모리 반도체 종목이 흔들린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효율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수요 둔화 가능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혁신의 역사는 효율 향상이 시장을 줄인 적은 거의 없었음을 증명한다. 증기기관의 효율은 석탄 시장을, 전기의 효율은 구리와 전력 시장을, 반도체의 효율은 디지털 시장을 키웠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효율 혁신 역시 더 큰 반도체 시장의 문을여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긴 시간 뒤에는 더 값싸고 더 널리 쓰이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총수요와 새로운 기업가치를 만들 수도 있다. AI는 반도체를 덜 필요하게할까, 아니면 더 큰 반도체 시장의 문을 열까? 산업혁명의 유구한 궤적은 거의 같은 방향을 가리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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