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기고] '콘텐츠 유니콘' 육성, 지원공식 다시 짜야

유튜브 역사상 처음으로 누적 조회수 100억회를 돌파한 영상은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이 만든 '아기상어'였다.

[기고] '콘텐츠 유니콘' 육성, 지원공식 다시 짜야

속도 경쟁하는 기술과 달리

콘텐츠는 IP 누적이 중요

테크 스타트업식 접근으론

유망 콘텐츠기업 육성 못해

이준호 호서대 경영학과 교수

유튜브 역사상 처음으로 누적 조회수 100억회를 돌파한 영상은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이 만든 '아기상어'였다. 더핑크퐁컴퍼니는 2010년 창업 이후 25개 언어로 244개국에 핑크퐁·아기상어·베베핀 등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2024년 기준 매출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성과를 냈다. 우수한 IP 경쟁력이 있었지만 2019년 첫 상장 도전 이후 코스닥 입성까지 6년이 걸렸다. 콘텐츠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 콘텐츠 스타트업의 시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콘텐츠 IP는 축적과 재생산을 거치며 장기적으로 가치가 형성된다. 자금·평가·회수 사이클 역시 이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스타트업 지원 체계는 여전히 기술 중심의 지원 프레임에 머물러 있으며,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속담에 '폭풍이 올 때 어떤 이는 장벽을 세우고 어떤 이는 풍차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K컬처는 그간 수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장벽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며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왔다. 글로벌 시장 변동성과 인공지능(AI) 대두 등의 산업 변화는 단순한 위험이 아니라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계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콘텐츠 스타트업이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신규 비즈니스는 콘텐츠 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는 동력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3월부터 추진 중인 워킹그룹은 콘텐츠 스타트업 육성 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사업자, 투자자, 정책 당국이 함께 참여해 산업 생태계를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거버넌스·인프라스트럭처·금융 전반에서 정책 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초점은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부합하는 전용 육성 체계를 만드는 데 맞춰져 있다.

워킹그룹은 '스타트업'이라는 표현 자체부터 콘텐츠 산업 초기기업을 온전히 대변하는 용어로 대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에서 비롯된 용어다. 도전과 혁신을 상징하지만 애초엔 기술지향·기술중심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미국 벤처 황금기와 맞물려 기술 기업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실리콘밸리 이미지가 스타트업이라는 말 위에 덧씌워졌을 뿐이다. 워킹그룹은 이러한 고민을 시작으로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자금·평가·인프라 전반을 재설계하고자 한다. 논의를 통해 IP의 성장 주기와 글로벌 확장 경로에 맞는 지원 방향으로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방어에 머물 것이 아니라, 비바람을 동력으로 삼아 K컬처의 다음 단계를 여는 구조를 설계할 시점이다. 콘텐츠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육성 체계를 구축할 때, 비로소 새로운 도약의 기반이 마련된다. 지금이 비바람을 등에 업고 앞으로의 K컬처를 선도할 풍차를 만들 때다. 굳건한 풍차를 만들기 위한 관심·철학·정책·제도·인프라·자원을 기대한다.

[이준호 호서대 경영학과 교수]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