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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다시 커진 하방 위험…고유가가 흔드는 한국경제 허리

소비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설비투자 증가세도 나타났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역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투자 감소세도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3월 들어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기고] 다시 커진 하방 위험…고유가가 흔드는 한국경제 허리

김정재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특임교수(전 서울 용산구의회 의장)

중동 전쟁의 여파가 한국 경제 전반에 다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던 경기 상황이 지정학적 충격 앞에서 흔들리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동향 4월호’에서 우리 경제가 그동안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중동 전쟁 이후 경기 하방 위험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방 위험 확대’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졌던 약 1년 만이다.

내수와 수출의 기초 체력 자체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소비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설비투자 증가세도 나타났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역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투자 감소세도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3월 들어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며 경기 방향성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은 경제 심리를 빠르게 냉각시키고 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업황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모두 하락하며 기업들의 기대감이 약화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여전히 기준치를 웃돌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로 전이될 경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체감 물가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유소 기름값은 연일 상승하며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서울 휘발윳값이 2천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제주 지역은 이미 2천원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모두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고유가 충격이 단순한 비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의 생산비를 끌어올리고, 건설자재 비용 상승을 통해 착공 지연과 공사기간 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투자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국고채 금리는 상승했고, 코스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로 올라서며 불확실성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동 전쟁이 인플레이션 상승과 세계 경제 성장 둔화를 동시에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원유 공급이 약 13% 감소한 상황에서 에너지 충격이 헬륨·비료 등 연관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현재의 위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는 복합 충격에 가깝다. 아직 소비와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유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의 균형은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가 마주한 과제는 단순한 경기 대응을 넘어,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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