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차원준 기자] 전남대학교병원은 지난 4월 2일 의생명연구원 1층 대회의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증 성차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내 대표 급성 심근경색증 등록연구인 KAMIR(Korea Acute Myocardial Infarction Registry)를 주도해 온 전남대병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국내 의료진 및 전문가 60여 명이 참석해 성별에 따른 임상 양상, 치료 전략, 예후 차이를 체계적으로 논의했다.
윤현주 교수
행사를 주관한 순환기내과 윤현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증 치료에서 성별 차이를 고려한 접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번 심포지엄이 단순한 학술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진료 패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AMIR 데이터를 포함한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면, 성별 차이는 단순한 위험도 차이를 넘어 질환의 표현형, 진단 시점, 치료 접근 전반에 걸쳐 뚜렷하게 나타난다. 윤 교수는 “여성 환자는 비전형적 증상으로 인해 진단 지연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결과 관혈적 평가와 재관류 치료 적용이 상대적으로 늦거나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초기 예후와 입원 중 합병증에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MINOCA(Myocardial Infarction with Non-Obstructive Coronary Arteries)와 microvascular dysfunction 같은 비전형적 병태생리가 여성에서 더 흔하게 관찰되는 점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임상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례도 이와 맞물린다. 윤 교수는 “흉통이 명확하지 않아 단순 소화불량이나 피로감으로 내원한 여성 환자들이 시간이 지나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며 “이미 심근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탓에 예후가 불리해지는 상황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윤 교수는 “여성 환자에서 급성 심근경색증을 의심하는 기준 자체를 확장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임상 인사이트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전형적인 흉통이 없더라도 호흡곤란, 피로감, 소화불량 등 비특이적 증상에서도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을 적극 고려하고 ▲여성 환자에서도 지연 없이 관혈적 평가와 지침 기반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차 연구는 학문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진단의 역치와 치료 접근을 재정의하는 실제 임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해서도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기존 연구가 주로 관상동맥 협착(obstructive CAD)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여성에서 두드러지는 MINOCA, microvascular dysfunction, plaque erosion 등 다양한 병태생리를 중심으로 한 phenotype-based 접근이 필요하다”며 “성별에 따른 항혈전 치료 전략 최적화와 출혈·허혈 위험 간 균형 연구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남대병원은 KAMIR 대규모 레지스트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별별 임상 양상·치료 전략·예후를 통합 분석하는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AI 기반 위험도 예측 모델을 고도화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심포지엄 1부에서는 허혈성 심질환에서의 성차 인식(을지의대 박상민 교수), 최신 임상 데이터 분석(전남대병원 오석 교수), AI 기반 성차 연구 및 예후 예측(연세의대 배성아 교수) 등이 발표됐고, 2부에서는 ‘향후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를 주제로 성별 맞춤형 치료 전략(전남대병원 현대용 교수)과 미세혈관 기능 이상에서의 성차 연구(전남대병원 안준호 교수) 등이 다뤄졌다. 조선의대·부산의대·고려의대·국립보건연구원 등 국내 주요 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에서는 성차 기반 치료의 실질적인 임상 적용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이 오갔다.
윤현주 교수는 “성별을 고려한 급성 심근경색증 진료가 진료 현장의 표준이 되는 것”이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변화라고 밝혔다. KAMIR를 바탕으로 한 정밀의료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여성 환자의 생존율과 예후 개선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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