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됐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이세인 기자] 코스피가 6% 넘게 급락하며 5400선 초반까지 밀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투매에 나선 가운데 개인은 대규모 순매수로 맞서며 낙폭 확대 국면에서 저가 매수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 또한 1510원선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이 임박하면서, 극단적인 '리스크 오프(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중동전쟁 속 '검은 월요일'···코스피 6.49% 급락하며 5500선 내줘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5.45p(6.49%) 내린 5405.75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735억원, 4조608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8조1379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승 종목이 53개, 하락 종목 864개, 보합 종목은 10개로 집계됐다.
대부분 업종이 큰 폭으로 밀리며 약세를 보였다. 증권(-8.23%), 의료·정밀기기(-8.19%), 금융(-7.12%), 전기·전자(-6.70%), 제조(-6.43%), 기계·장비(-6.54%), 운송·창고(-6.28%), 건설(-6.33%), 전기·가스(-6.79%), 화학(-6.05%), 제약(-5.71%), IT서비스(-5.71%) 등 전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지수가 6% 넘게 급락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하락하며 '20만전자', '100만닉스'도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57% 내린 18만6300원, SK하이닉스는 7.35% 하락한 9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란과의 충돌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반도체를 비롯한 성장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하이브가 15.55% 급락한 29만500원에 마감하며 30만원선이 붕괴됐다. 지난 21일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컴백 무대 이후 재료 소멸 인식이 반영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우(-5.96%), 현대차(-5.71%), LG에너지솔루션(-4.79%), SK스퀘어(-8.72%), 한화에어로스페이스(-3.71%), 두산에너빌리티(-8.03%), 기아(-4.15%), KB금융(-6.31%), HD현대중공업(-8.94%), 삼성물산(-7.90%), 셀트리온(-6.93%), 신한지주(-8.07%), 한화오션(-7.36%), 미래에셋증권(-8.71%) 등 주요 종목들이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도 동반 급락···5.56% 내린 1096.89 마감
코스닥 지수도 동반 급락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64.63p(5.56%) 내린 1096.89에 거래를 마쳤다.
업종별로는 오락·문화(-6.58%), 금융(-7.43%), 일반서비스(-7.05%), 비금속(-6.99%), 화학(-6.18%), 기계·장비(-6.07%), 전기·전자(-5.89%), 운송장비·부품(-5.58%), 의료·정밀기기(-5.16%), 출판·매체복제(-5.02%) 등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삼천당제약(3.20%)을 제외하고 에코프로(-7.29%), 알테오젠(-6.65%), 에코프로비엠(-6.72%), 레인보우로보틱스(-9.86%), 에이비엘바이오(-11.34%), 리노공업(-4.92%), 코오롱티슈진(-8.25%), 리가켐바이오(-9.72%), HLB(-5.22%), 케어젠(-5.27%), 원익IPS(-7.44%), 보로노이(-7.09%)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일부 테마주는 강세를 보였다. 삼륭물산과 에코플라스틱 등 탈 플라스틱 관련주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나프타 도입 차질과 국내 석유화학 업체 감산 소식이 맞물리며 각각 29.92%, 29.90% 상승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유동성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 기대가 약화되며 현금 보유 수요가 커졌다"며 "금과 함께 유동성이 높은 주도주와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17년 만에 1510원 돌파···폭등하는 원·달러 환율
원·달러 환율도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장 대비 16.7원 오른 달러당 1517.3원에 마감했다. 이는 금융위기 시점이었던 지난 2009년 3월 9일(1549.0원, 종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504.9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 1510원을 돌파했다.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며 1500원대 중반에서 등락했지만, 오후 2시경부터 급등해 주간 마감 직후 1518.4원까지 급등했다.
이날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중동전쟁 긴장감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이 향후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주요 발전소를 공격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한국시간으로는 22일 오전 8시 44분 해당글이 게재됐다.
이에 이란 군 당국은 미국의 공격이 실행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폐쇄하겠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한국시간으로 3시 18분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 또한 배럴당 108.87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4.42%를 돌파했으며, 달러인덱스 또한 99.6pt를 넘어서는 강세를 보였다. 현재 선물시장에선 관계자의 48.2%가 연내 동결을 점치고 있으며, 49.3%는 아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48시간이란 마지노선에 임박하면서, 시장에서 극단적인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유럽 프리마켓 개장 등으로 충격을 추가로 받는 모양새다. 오후 3시 이후 상승분은 국제유가와 연동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특히 말라카 해협 근처에 미국 상륙지원함이 관측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각에서 기대한 출구전략 등의 논의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야간장에서 추가 상승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민호·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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