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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리 최대 18% ‘엔비디아 파이낸싱’…“2008년 위기 떠올라”

엔비디아가 대형 월가 금융회사와 협업해 조성한 데이터센터 금융화 구조도.

엔비디아가 대형 월가 금융회사와 협업해 조성한 데이터센터 금융화 구조도. 그래픽=챗GPT 사용

엔비디아가 월가와 손을 잡고 5000억 달러(약 712조 원) 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려 하는 시도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현지 시간) 사이먼 화이트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금융화 구상은 과잉 공급 위험을 키운다’는 제목의 리서치를 통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시도 중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금융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는 AI 컴퓨팅 연산 능력을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뜻한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10일 AI 인프라 구축에 쓸 5000억 달러 규모의 전용 자금 풀(pool)을 조성하기 위해 아폴로글로벌·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 등 6개 금융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금융사들은 자금과 인프라 지식, 증권화 과정을 지원하게 된다.

화이트는 일부 거래에서 GPU 담보 가치의 최대 25%를 보증하는 엔비디아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역할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AIG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부실 채권을 묶은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해 신용부도스왑(CDS·특정 기업이 부도를 맞을 상황을 대비한 파생 거래 상품) 형태로 많은 보험을 판매했다. AIG의 이러한 행보는 은행들이 필요로 하는 자본금을 줄였고, 은행들은 부실 채권을 더 많이 발행하게 됐다.

AIG가 간과한 점은 미국 주택 가격의 폭락이다. 주택 거품이 꺼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상품인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주택담보대출이 연쇄적으로 부도를 내기 시작하자 보증 보험을 판매한 AIG도 막대한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파산 직전까지 놓인 AIG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기사회생했다.

화이트는 “엔비디아의 위험이 AIG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자사 제품 주기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GPU 감가상각 위험을 상쇄하고 GPU의 회수 가치를 보증하는 것”이라면서도

“엔비디아가 (25% 보증으로) 거래 조건에 혜택을 더하면서 선순위 채권의 신용등급이 더 높게 매겨질 수 있게 됐다”고 짚었다.

신용등급이 높아지자 연기금이나 대형 금융사 등 보수적인 대출 기관까지 동참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화이트는 공급 측면에서는 금융화가 진행되면서 시장의 과잉 공급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기술기업들의 자본지출(Capex) 급증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오면서 과잉 설비로 이어지자 이러한 신호가 은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기업들이 점차 ‘토큰맥싱(토큰 최대화)’을 탈피하고 ‘성과 기반 요금제(outcome-based pricing)’을 선호하고 있는 점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AI 모델 운영사에 더 적은 토큰을 사용하도록 압박하면서 GPU의 효율성이 늘어나면 임대 가격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GPU 공급 부족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현장에서 GPU 활용률이 낮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애플리케이션 성능 자동화 플랫폼 캐스트AI가 4월 낸 보고서를 보면 평균 GPU 가동률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GPU를 과다 확보해두고 제대로 공유하거나 활용 계획을 잡지 않아 낭비되는 비중을 뜻한다.

화이트는 “낙관론자들은 흔히 ‘제번스의 역설’을 반론으로 제기하지만 시장에서는 경로 의존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제번스의 역설은 기술 발전으로 비용이 낮아질수록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을 더 큰 사용량이 상쇄한다는 논리를 뜻한다. 그러면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주도하는 AI 붐이 어느 시점에서는 ‘지능’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컴퓨팅 비용도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GPU 담보 금리는 얼마일까…“9~18% 수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GPU 대출을 이용한 기업들이 부도를 내기 시작하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GPU 대출 보증을 서는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GPU 대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GPU 잔존가치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솔루션 기업 ‘아메리칸 컴퓨트’의 일리아 카시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링크드인에서 “현재 업계 전반에서 GPU 대출 금리는 9~18%에 달한다”고 전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업 규모다. 빅테크 등 투자적격등급 기업이 장기 계약을 체결할수록 금리는 낮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최대 18%까지 뛸 수 있다. 카시안 CTO에 따르면 GPU 상환기간은 보통 3~5년, 대출 차주의

자기자본 비중은

20~40% 수준이다. 상환기간이 짧고 자기자본 비중이 클수록 유리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자본이 취약한 스타트업은 높은 이자에 노출될 수 있다.

카시안 CTO는 대출 취급 수수료와 향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를 미리 적립해두는 예치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종합하면 기업이 1000만 달러 규모 GPU를 구매할 때 금리가 5%포인트 늘어나면 3년간 약 54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AI 스타트업이나 중소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감당해야 하는 실질 자본 비용은 대기업에 비해 커져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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