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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사전 채무조정’ 재설계를 [전성인 칼럼]

물가가 뛰고 금리가 오르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은 지난 10일 유종을 불문하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8월 물가는 목표 상승률인 2%를 훌쩍 넘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국채 장기물의 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왼쪽 둘째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6월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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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물가가 뛰고 금리가 오르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은 지난 10일 유종을 불문하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8월 물가는 목표 상승률인 2%를 훌쩍 넘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국채 장기물의 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고,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3.4%에 이르렀다. 극단적인 것이 지디피(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다. 2분기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1.9%에 달했다.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인데, 21세기가 시작된 후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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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은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미적미적할 경우 자칫 제자리로 돌려놓은 환율마저 다시 폭등할 수 있다. 이제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두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럼 무슨 정책이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정책은 가계에 전달되는 금리 인상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즉 가계의 ‘생존 가능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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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정책은 대통령이 신경 쓰지 않으면 정책 어젠다에 올라가지조차 못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금리 인상 논의가 나오면 늘 금융 불안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언필칭 ‘방만한 가계대출’이 도마에 오르게 된다. 그럼 모피아가 들고 오는 정책은 뻔하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무조건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계는 새로운 차입을 할 수 없고, 기존 부채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이 아니라 일부 또는 전부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가계가 금융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생존 가능성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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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정책 수단을 사용해야 가계를 살리는 정책 목표를 구현할 수 있을까? 차입자와 금융회사 간의 사전적 채무조정 제도를 실효화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개인채무자보호법에 채무조정 제도가 도입되어 있기는 하다. 다만 몇가지 악성 조항 때문에 제도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데, 이번에 이를 손봐야 한다.

첫째, 개인채무자보호법 제3조의 적용범위 제한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현재 신용 대출의 경우 원금이 3천만원 이상이면 ‘고액채권’이라 하여 채무조정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다. 잘못되었다. 금액 한도를 철폐하거나 최소한 3억원 정도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동법 제35조 제1항은 ‘연체’ 사실을 채무조정 신청의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연체는 채무조정의 성패 측면에서는 이미 상당히 늦은 시점이다. 참고로 채무자회생법 제34조 제1항은 ‘채무불이행 가능성’만 있어도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채무조정 신청 요건을 ‘개인채무자의 경제활동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로 넓혀야 한다.

셋째, 채무조정 신청에 따른 다른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채권금융회사가 특정 채무자의 채무조정 요청 사실을 신용평가기관이나 다른 금융회사에 전달하여 파생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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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채권금융회사가 채무조정 요청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채무조정 요청을 부당하게 거절한 경우에 대한 제3자의 재심 절차를 명시해야 한다. 재심 기관으로는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 보호 부서 또는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남았다. 담보 채권에 대한 채무조정 문제다. 부동산 담보 대출은 가계 대출의 대종을 이루는 부분인데 그에 대한 채무조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연체하면 부동산 경매 처분해서 채권 회수하는 게 끝이다. 그 부동산이 채무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라면 그 집안은 풍비박산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 문제는 가계 대출 대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이 문제는 액수도 크고 금융기관도 생존이 걸린 문제라서 신용대출의 경우처럼 손쉽게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정책의 기본 방향은 분명하다.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현재 그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가계에 대해서는 그 상환 기간을 충분히 연장하고, 금리를 고정 금리화하여 매월 상환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만 상환하는 총액은 현재가치 기준으로 동일하도록 하여 담보 채권자인 금융회사가 불이익을 얻지는 않도록 하면 된다.

오는 17일 소위 ‘F4’라고 불리는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여기서 피상적인 대책이 아니라 금리 인상의 충격에 신음하게 될 국민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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