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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글로벌 완성차업계 ESS 진출… K-배터리 생존 전략은?

다음 과제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IT 기업) 대상 장기 계약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연구원은 "2027년 이후 ESS 공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 대형 장기...

글로벌 완성차업계 ESS 진출… K-배터리 생존 전략은?

포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ESS 전담 자회사 '포드 에너지'를 공식 출범시켰다. 사진=포드

[THE Biz(더비즈)=정대환 기자] 미국 포드 자동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시장 진출을 신호탄으로 완성차업계의 사업 다각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배터리업계는 미국의 '우려외국집단(FEOC)' 규제를 지렛대 삼아 시장 우위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포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ESS 전담 자회사 '포드 에너지'를 공식 출범시켰다. 포드는 앞으로 2년간 약 20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2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2027년 첫 고객 납품을 시작할 계획이다.

포드 에너지는 지난 18일 프랑스 전력공기업 EDF의 미국 자회사 EDF 파워 솔루션스와 첫 대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5년간의 프레임워크 협약을 통해 EDF는 연간 최대 4GWh, 총 20GWh의 포드 에너지 DC 블록(ESS 모듈 단위)을 조달할 수 있게 됐으며, 첫 납품은 2028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폭발하는 전력 수요 속 단기 수급 불균형

미국 완성차업계의 ESS 진출 배경으로는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ESS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동시에 지목된다. 현재 미국 EV시장은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 3월 북미 EV 판매량은 10만 대로, 전년 동월 대비 22.2% 감소했다.

반면 ESS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ESS 신규 설치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57.6GWh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도 올해 글로벌 ESS 설치량이 전년 대비 41% 늘어난 459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단기 공급 과잉 가능성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지난 18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ESS 수요는 최대 80GWh로 추정되는 반면, 연말까지 가동을 대기 중인 추가 생산능력은 146GWh에 이른다. 기존 사업자에 신규 진입자까지 가세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캘리포니아 40GWh·텍사스 50GWh), 포드 에너지(20GWh), 삼성SDI(30GWh), LG에너지솔루션(50GWh)이 2027년을 전후해 동시 가동에 들어갈 경우 단기 공급 과잉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술 기댄 후발주자 딜레마

이러한 상황에서 K-배터리의 핵심 우위 요인으로 FEOC 규제가 꼽힌다. 규정에 따르면 에너지저장기술(EST) 분야에서 올해 착공하는 프로젝트는 금지 외국 기업(PFE)을 제외한 부품 비중이 최소 55% 이상이어야 세액공제 자격을 인정받는다. 2030년 이후에는 이 비중이 75%까지 확대된다.

후발주자인 포드 에너지는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기술 라이선스에 의존한다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포드는 2023년 CATL과 LFP 셀 화학 및 공정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차량 외 용도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조항이 이번 포드 에너지 출범의 발판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포드는 지난해 7월 발효된 미국 감세법안(OBBBA) 이전에 체결한 CATL 계약의 '그랜드파더링(기득권 보호)' 조항에 기대 규제를 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세청(IRS)이 지난 2월 발표한 가이던스에 따르면 기존 라이선스 계약을 조금이라도 수정하는 순간 기득권 보호 효력은 즉시 소멸한다. 포드 에너지로서는 현재의 계약 구조를 전혀 손대지 못한 채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셈이다.

기술 전환 카드도 막혀 있다. CATL이 하반기 소듐이온배터리(SIB) 양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포드 에너지가 이를 ESS 사업에 곧바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사업 구조가 LFP 라이선스에 묶여 있어 SIB를 추가하려면 계약 수정이 불가피한데, 그 순간 그랜드파더링 조항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K-배터리, FEOC 방패 삼아 ‘클린 셀’ 선점

전체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FEOC 규제로 세액공제 자격을 갖춘 'IRA 호환' 셀의 공급은 오히려 빠듯할 전망이다. 중국산 셀에 의존한 후발주자들이 보조금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이, 규제를 통과한 한국산 셀이 별도의 프리미엄 가격대를 형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능력 증설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에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각형 셀 양산에 돌입했다. 동시에 기존 전기차 배터리 라인 4개 중 3개를 ESS용 LFP 각형 셀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 4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를 통해 연내 미국 내 3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형 수주도 잇따른다. 지난해 12월 미국 고객사와 2027년부터 3년간 2조원 이상 규모의 LFP 셀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엘앤에프와 3년간 1조6000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으며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도 시동을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랜싱 공장의 ESS용 LFP 각형 셀 전용 라인 전환과 애리조나주 피닉스 조립 시설 확장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북미 ESS 생산능력을 50GWh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내무부 발표를 통해 테슬라와 43억 달러 규모 LFP 각형 셀 공급 계약 체결이 공식 확인되기도 했다. 랜싱 공장에서 생산되는 셀은 2027년 8월부터 텍사스 휴스턴에서 조립되는 테슬라의 차세대 메가팩 3에 투입될 예정이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변수로 남았다. EV 수요 부진으로 지난 1월 가동을 6개월간 중단한 가운데,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의 ESS용 LFP 라인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양산 재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음 과제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IT 기업) 대상 장기 계약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연구원은 "2027년 이후 ESS 공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 대형 장기 계약을 체결해 시장을 조기에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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