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시나리오 작가(왼쪽부터), 정희택 음악감독, 박진호 감독, 이태슬 태슬zip영상해결사무소 대표, 원종훈 감독 등 ‘알렉산더 프로젝트’ 제작팀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진호 감독)
AI 영화의 극장 상영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도 AI 영화 ‘알렉산더 프로젝트’가 서울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 슈퍼플렉스관에서 상영됐다.
일시적인 상영이지만, 12분 러닝타임의 AI 영화가 초대형 상영관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제까지 AI 영화는 전문 영화제 무대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프로젝트를 이끈 박진호 감독은 AI 영화제가 등장하던 초창기부터 꾸준히 영화를 제작해 온 경력자다. 그는 이번 상영을 "저자본 AI 영화가 슈퍼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데 성공했다"라는 것에 의미를 뒀다.
또 이번 영화는 AI 도구를 통한 '협업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진호 감독과 박상화 시나리오 작가, 정희택 음악감독, 이태슬 태슬zip영상해결사무소 대표, 원종훈 감독 등 5명이 원격으로 소통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완성한 시나리오를 영상감독에게 전달하면,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했다. 이후 영상을 음악감독에게 전달해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영화는 2035년이 배경이다. 고고학자와 휴머노이드 로봇 ‘탈로스’가 지중해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알렉산더 대왕의 무덤을 발굴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영화는 알렉산더 대왕을 정복자가 아닌, ‘문명을 이은 자’로 재정의했다.
여기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로 ‘융합’을 들었다. 스토리 면에서 ‘동양과 서양의 융합’은 물론, 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과거와 미래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박상화 시나리오 작가는 “주인공이 한국인 여성 고고학자인 것도 문화적 융합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며 “동양인, 특히 여성이 고고학자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의미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순히 AI의 접근성과 시각 효과를 넘어,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제작하려는 것이 핵심이었다는 설명이다.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 슈퍼플렉스관에서 ‘알렉산더 프로젝트’가 상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박진호 감독)
기술적으로는 AI의 발전 속도와 한계를 동시에 체감하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원종훈 감독은 “우선 인물 표현의 일관성, 발화 중 입 모양의 자연스러움 등은 이전과 달리 거의 다 해결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목소리 등 오디오의 일관성과 인물의 일관성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나노 바나나'에 레퍼런스 이미지를 입력하는 방식을 활용했지만, 레퍼런스 이미지가 한꺼번에 3명 이상 입력하면 반영이 잘 안 돼서, 하나의 컷에는 최대 2명이 등장하는 것이 한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구의 한계에 맞춰 미세한 프롬프트 설정 변경으로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는 말이다.
정희택 음악감독도 “시선 처리도 아직 AI가 미흡한 부분인 것 같다”라며 “그래서 음악으로 몰입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전했다. “아직 AI 영화라고 하면 시각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AI 영화에서도 음악적인 요소가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제작 과정에서도 ‘수노’를 활용해 악기와 코러스 등 세부적인 요소를 제어했다. 무엇보다,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을 생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메인 테마곡은 2개다.
알렉산더 프로젝트 제작팀은 작품을 슈퍼플렉스 상영관에서 감상한 뒤 특유의 ‘몰입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AI 영화의 극장 상영이 확장되는 만큼, 알렉산더 프로젝트의 러닝타임을 확장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영화 ‘알렉산더 프로젝트’ 상영 모습 (사진=박진호 감독)
한편, 이번 작품에서는 AI 영화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엔딩크레딧 옆에 ‘NG 영상’을 추가했다. AI 영화에서 NG 컷이나 비하인드 컷이란 개념상 존재할 수 없다. 실제 배우나 촬영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영화 속 인물들이 실제 등장하는 것처럼 비하인드 컷을 연출한 것은 물론, 마지막에는 한국인 여성 고고학자 주인공과 알렉산더 대왕 역할을 맡은 배우가 만나며 악수를 나누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융합이라는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박진호 감독은 “실크로드 세계관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녹여낸 AI 영화도 제작 중”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작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미 있고 재미 있는 영화가 여전히 흥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극장’이라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증거”라며 “기존 영화 산업과 AI 영화가 공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희택 음악감독은 “AI 영화는 상상력의 범위가 더 넓고 제작 기간이 더 짧다는 점에서 기존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기존 체제를 따라가기 보다는 별도의 제작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기존 영화 산업과 공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렉산더 프로젝트의 상영은 AI 영화제인 ‘월드 AI 필름 페스티벌(WAIFF)’을 계기로 진행됐다. WAIFF는 지난 6일 롯데월드타워에서 개막했다. 알렉산더 프로젝트는 초청작으로 상영 기회를 얻었다.
장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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