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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끝에서, 익히 알던 음악이 산산이 부서진다…‘클래식 이단아’ 쿠렌치스 11월 첫 내한

같은 악보인데 그의 손을 거치면 곡의 표정이 달라진다.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54)는 기존의 연주 관습을 거침없이 의심해온 인물이다. 베토벤, 말러, 스트라빈스키 등 수없이 연주된 작품에도 독자적인 해석을 내놓으며 세계 클래식계의 스타가 됐다. 그만큼 열광과 반발도 컸다.

그의 손끝에서, 익히 알던 음악이 산산이 부서진다…‘클래식 이단아’ 쿠렌치스 11월 첫 내한

21년 전 “클래식을 구하겠다” 호언장담

파격적 해석·색깔로 국제무대서 명성

“악보 속 진실·연주자 감각·직관이 중요”

러시아와 인연, 우크라 침공 후 논란도

“봄의 제전·말러, 춤 속 황홀경 느끼길”

다음달 첫 내한공연을 하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그리스 태생으로 러시아에서 활동해온 지휘자로, 익숙한 고전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해 열광과 논쟁을 함께 불러온 인물이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같은 악보인데 그의 손을 거치면 곡의 표정이 달라진다.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54)는 기존의 연주 관습을 거침없이 의심해온 인물이다. 베토벤, 말러, 스트라빈스키 등 수없이 연주된 작품에도 독자적인 해석을 내놓으며 세계 클래식계의 스타가 됐다. 그만큼 열광과 반발도 컸다. 2005년 그가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이후 그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문장이 됐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구할 것이다. 5년이나 10년만 기다려달라.”

그가 처음 한국 무대에 선다. 오는 11월17~18일 이틀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이 창단한 유토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한다. 최근 그가 국내 언론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우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 클래식 음악을 구했습니까?’

“기자들 앞에서는 절대로 농담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말을 하든 불리하게 이용될 수 있으니까요.” 21년 전의 호언장담을 농담으로 받아친 그는 자신이 여전히 “고전으로 굳어진 형식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콘서트는 그저 음악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마음이 열리는 특별한 공간’이자 하나의 ‘의례’다.

쿠렌치스의 음악 인생은 러시아와 떼어놓기 어렵다. 그리스에서 태어나 22세이던 1994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건너가 지휘 교육의 전설로 불리던 일리야 무신에게 배웠다. 2004년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젊은 음악가들을 모아 무지카에테르나를 창단했다. 2011년 페름으로, 2019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거점을 옮기며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쌓았다. 2014년에는 러시아 시민권을 얻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파격적 해석과 음악적 색깔은 무지카에테르나와 함께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지휘자는 악보를 어디까지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도 될까. 쿠렌치스의 답은 이렇다. 악보는 존중하되 오래 연주돼왔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방식까지 정답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정석처럼 굳어진 해석도 사실은 특정 연주자의 해석이 어느 한 시점에 고정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는 ‘음악은 악보에 담긴 진실과 연주자의 미적 감각, 직관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관습을 정답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해석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당대의 취향에 맞춘 해석은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 있고 좋은 해석은 오래 살아남는다고 본다. “그래서 금세 유행이 지나갈 혁신은 거부합니다.”

2022년에는 또 하나의 악단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무지카에테르나가 20년 넘게 쿠렌치스가 이끌어온 음악 집단이라면 유토피아는 세계 여러 나라 연주자들이 프로그램마다 모이는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다. 그는 현실과 효율을 중시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꿈꾸며 이상을 좇는 이들을 ‘유토피안’이라고 부른다. 쿠렌치스에게 유토피아는 가장 이상적인 오케스트라의 모습이기도 하다. 자기 해석이 강한 지휘자지만 그는 “오직 한 사람의 비전만 옳다고 믿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모든 것을 100% 알고 있다면 어떤 일을 시도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오랜 인연은 음악 밖의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쿠렌치스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면서 논쟁의 중심에 섰다. 무지카에테르나가 러시아 국영 VTB은행의 지원을 받아온 사실도 거론됐다. 무지카에테르나의 유럽 공연 일부가 취소되자 그가 서방 무대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유토피아를 창단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예술가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묻는 말에 그는 전쟁과 관련한 직접적 입장 대신 예술가의 역할을 말했다. “우리는 연설하고 구호를 외치는 정치인이나 공인이 아닙니다. 우리의 사명은 국경없는의사회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국적과 신념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쿠렌치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이력이 있다. 배우다. 그는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은 <다우>(DAU)에서 주인공인 소련의 천재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 역을 맡았다. 시를 쓰고, 향수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아름다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돼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피아노협주곡 2번,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가 각각 협연한다. 한국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에게 바라는 감상법을 묻자 그는 ‘봄의 제전’과 말러 교향곡 1번에서는 적극적인 반응을 주문했다. “이 작품들은 관객에게 강렬한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입니다. 이 음악은 춤이며, 움직임 속에서 경험하는 황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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