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기위원회 주최 ‘전기화 시대의 그리드코드와 전력 거버넌스’ 포럼 개최
전문가들 “기술기준 있어도 이행 인식 ↓…관리·감독기관 신설 시급” 한목소리
‘전기화 시대의 그리드코드와 전력 거버넌스’ 포럼이 14일 열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그리드코드를 관리·감독할 전력감독원 필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사진=윤대원 기자]
재생에너지 100GW 시대를 앞두고 그리드코드의 내용보다 이행력과 거버넌스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규정은 갖춰져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이를 감시·제재할 체계가 부재하다는 문제의식이다.
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주최하고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이 주관한 ‘전기화 시대의 그리드코드와 전력 거버넌스’ 포럼에서 학계·기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전력감독원 설립을 통한 이행 점검 체계 정비를 주문했다.
그리드코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전력계통이 버틸 수 있도록 각 발전자원들이 포함해야 할 기능 등을 정의한 기술기준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신뢰도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그리드코드가 존재하지만 현장의 발전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송승호 광운대 교수는 “국내 그리드코드는 내용적으로 거의 갖춰져 있지만 추가적인 상황들의 이행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2020년 개정 당시 유예기간을 뒀음에도 발전사업허가·한전 설비이용계약 시점과 실제 준공 시점의 시차로 인해 2025년 준공 발전소조차 개정 코드가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30GW 재생에너지 가운데 10여GW가 그리드코드 요구기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송 교수는 특히 위반 시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경부하기에 과전압이 발생한 지역에서도, 코드에 이미 명시된 재생발전기의 무효전력 제어 기능이 우선 활용되지 않고 조상설비에 의존하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 대부분이 그리드코드의 이행력 부재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이와 관련 대안으로 거버너스 개편을 강조했다. 그리드코드 이행을 위한 관리와 권한을 지닌 전력감독원의 필요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손성용 가천대학교 교수는 “기술 개발과 보급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해 사후 대처가 되고 있다”며 “처음부터 준비했더라면 들이지 않아도 됐을 비용이 보조금·정부 지원금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Future-proof’ 개념을 강조하며 5~10년 뒤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로드맵과 이를 지속 관리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봤다.
손 교수는 “전기위원회는 전문성·인력 한계가 있어 전력감독원 같은 독립기구를 통해 장기적 코드 관리·개선·확산 환경이 만들어어야 한다”며 “그리드코드를 단순한 기술 문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전력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지도로 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허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패널토론에서 한전과 함께 IBR 그리드코드 작업을 수년 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사례를 우리 계통에 맞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지·관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거버넌스의 부재를 절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그리드코드의 문제는 현장에서도 통감하는 부분이다. 계통운영 최일선에 선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그리드코드의 이행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모습이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처장은 “전력거래소는 그리드코드를 가장 많이 준수해야 하고 감독원 체계에서 가장 많이 감시받을 피감기관임에도 한전과 함께 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말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와 함께 “그리드코드는 기술 규제인데 발전사업자, 특히 신재생 사업자들이 도로교통법처럼 당연히 지켜야 할 규제임에도 의무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의식 부재를 지적했다. 또 자가용 발전기가 전기사업법상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리드코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최 처장은 국내 신뢰도기준이 2023년 개정 이후 이력이 없고, 그리드코드 자체가 전기위원회가 아닌 기후부 전력망국 계통운영과 소관이어서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부하 이슈, 스페인 정전 최종보고서 권고사항 등을 검토할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설물 예외, 단계적 개선명령의 한계, 사업자 비협조 속에 계통의 취약성이 내재화되고 그 감각마저 둔해지는 느낌”이라며 “감독원 체계에서는 규정 제정뿐 아니라 이행 측정·관리·개선의 선순환이 작동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곽은섭 한전 계통기획처장은 발전사업자들이 스스로 기준을 지킬 수 있게끔 시장 기반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IBR(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도 계통 기여 의무가 있는데, 사실상 시장을 제대로 만들어야 기능할 수 있다”며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강력하게 제공한다면 시장이 작동할 수 있다. 현재 체계로는 그리드 팔로잉 및 그리드 포밍 인버터, AI 데이터센터 등 이슈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실무에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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