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공연예술인노조, 작가노조,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영화산업노조 등이 결성한 ‘프리랜서노동조합’과 문화예술노동연대 등은 2026년 8월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K-노동회의소는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유지하는 정책이자 권리의 사각지대로 모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4일 권리 밖 노동자 보호 정책으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K-노동회의소’ 추진 방향을 보고한 가운데, 방송·영화스태프와 작가, 공연예술인 등 프리랜서 노동자들 사이에서 ‘제2의 비정규직 악법’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신 별도 입법에 나서면서 오히려 권리 보호를 어렵게 하고 사각지대를 고착화한다는 비판이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공연예술인노조, 작가노조,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영화산업노조 등이 결성한 ‘프리랜서노동조합’과 문화예술노동연대 등은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의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K-노동회의소는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유지하는 정책이자 권리의 사각지대로 모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12월까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추정제 입법을 추진하고 K-노동복지회의소 신설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 약 869만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노무제공자를 고용상 지위와 상관 없이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사업주가 균등 처우와 공정 계약, 성희롱 예방 등 일부 권리를 보장 또는 노력할 의무를 정했다. 근로자추정제는 분쟁 발생 시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반증 책임을 사용자에 묻는 제도다. 정부는 K-노동회의소를 신설해 노동관계법 적용을 받지 않는 프리랜서 권익 보호와 공제사업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회견에는 ‘프리랜서’ 형태의 고용 비중이 높은 방송·출판·영화·공연 등 문화예술계 노동자들이 다수 참석해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정책위원장은 “우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전부터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반대해왔다”며 “법 취지를 오해해서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예술인 관련 법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절감했고, 이번 법도 그 구조가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정책위원장은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우회하는 구조를 꼽았다. 그는“예술인 고용보험이 실시되니 근로계약을 해왔던 영화 현장에서 (예술인 지위 인정을 위해) 오히려 근로계약을 포기하는 일들이 일어났다”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들어오면,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일하는 사람’, 그리고 예술인복지법의 예술인으로 쪼개져 권리를 박탈 당하는 상황에 또다지 놓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두 가지 입법을 통해 ‘누구는 노동자 인정 받고 누구는 기본법으로 보호받겠지’하는 것이야말로 착각”이라고도 했다. “실제 현장에선 근로자인지 여부를 구별이 잘 안 된다”며 일례로 방송사 CG 직무를 근로감독한 정부의 노동자성 판단이 각사별로 갈린 사례를 들었다. “그 다음 방송사가 한 일은 근로자 입증 관련한 모든 판단 지표를 현장에서 지워 버린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나 놓인 현실”이라고 했다. 안 정책위원장은 프리랜서 임금체불 피해와 관련해 정부가 K-노동회의소로 ‘미수금 회수를 법률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도 “프리랜서들의 체불 피해액은 몇십, 몇백이다. 그걸 받기 위해 우리는 법률상담을 하고 소송을 해야 하고, 돌고돌아 결국 근로자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회견을 마친 뒤 정부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K-노동회의소’가 적힌 빈 상자들을 무너뜨리며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김예리 기자
드라마 제작 현장에선 스태프들이 부당해고 등을 겪은 뒤 법원에서 집단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이어졌지만, 노동부가 사건마다 다시 노동자성 입증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김기영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은 “10년째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라며 “드라마는 일주일에 나흘 정도 일하지만 그 나흘 동안 52시간을 꽉 채운다. 이동시간까지 포함하면 주 80시간”이라고 했다. 이어 “법원 판례로 드라마 스태프의 노동자성은 이미 인정됐는데도 노동부는 고발할 때마다 ‘현장마다 다르다’며 다시 노동자성을 입증하라고 한다”며 “있는 법을 지키라는 것인데, 정부는 왜 방송사와 OTT가 노동자를 쓰고 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은 정부가 보호 대상이라고 밝힌 869만 명 자체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가 방치된 결과라고 했다. 그는 “2000년대 초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레미콘 기사 등 약 100만 명 수준이었지만, 2010년대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는 라이터 등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3.3% 원천징수 소득으로 일하는 노동자까지 합쳐 869만 명”이라고 했다. 그는 “이 869만 명을 산정한 곳도 정부”라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K-노동회의소는 이들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2·3등 노동자로 남겨두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문화예술노동연대 공동대표)은 “영화 현장은 근로계약을 쓰지만 OTT와 드라마 현장은 쓰지 않는 잘못된 관행도 정부가 회사의 태도에 호응하며 방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노조는 2005년 설립 이후 제작사협회와 단체교섭을 거쳐 근로계약서 작성과 4대보험 의무를 현장에 도입했고, 이는 2015년 영화 현장 전반에 확산했다. 영화법에도 근로계약 의무가 명문화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극장 영화가 줄고 OTT가 늘면서, 같은 제작사라도 OTT 작품이라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관행이 자리잡았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안 위원장은 “현장에서 체감한 가장 효과적인 노동시간 통제 장치는 근로기준법이었다”며 “정부가 말하는 ‘든든한 사회안전매트’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적용이 시작”이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회견을 마친 뒤 정부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K-노동회의소’가 적힌 빈 상자들을 무너뜨리며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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