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격변하는 예능, 웃음 주는 장르별 최고 스타는 누구?
배국남의 대중문화 X파일
리얼 버라이어티의 지존 유재석 vs 실내 예능의 제왕 신동엽
2026년 07월 19일(일) 15:55
야외에서 주로 펼쳐지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유재석.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 콘텐츠가 급변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티빙,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쿠팡플레이를 비롯한 국내외 OTT의 확산과 유튜브 플랫폼의 급성장 등으로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예능 콘텐츠가 양적·질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포맷이 등장하고 콘텐츠의 구성과 전개 방식이 변할뿐만 아니라 출연자와 진행자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능 콘텐츠의 변동에 적극 대응하고 신선한 웃음 코드와 독창적인 트렌드를 창출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가 출현하는가 하면, 예능 흐름에 대처하지 못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사라지는 예능인도 속출한다. 격변하는 예능 판도에서 경쟁력을 담보하며 대중의 선택을 받는 예능스타는 누구일까.
예능 콘텐츠는 1910~1920년대 박춘재의 재담과 신불출의 만담, 그리고 조중환의 ‘병자 삼인’, 박승희의 ‘홀아비 형제’ 같은 소극(笑劇)이 무대에 펼쳐지면서 역사가 시작됐고, 연극 막간에 가수의 노래와 함께 난센스, 스케치가 진행된 것이 악극의 발전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으로 개화했다.
1930~1950년대 악극 중심으로 예능이 성장했고, 1950~1960년대 중앙방송, 동양방송, 동아방송이 ‘방송 연예회’ ‘유모어 소극장’을 비롯한 만담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라디오 위주의 예능이 펼쳐졌다. 한국 TV 역사를 연 HLKZ-TV가 1957년 ‘코메디: 남녀동등권’ 등을 통해 TV 예능을 선보이고, 1961년 개국한 KBS와 연이어 시청자와 만난 TBC, MBC가 ‘쇼쇼쇼’ ‘그랜드 쇼’를 비롯한 버라이어티쇼와 ‘유머 클럽’ ‘웃으면 복이 와요’ ‘웃으면 천국’을 포함한 코미디를 방송하면서 TV가 예능 지형을 장악했다.
스튜디오 실내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신동엽. <사진 MBN ‘한일가왕전’>
1991년 SBS와 1995년 케이블 TV가 출범하고 2010년 종편 채널이 가세하면서 2010년대까지 TV가 견인하는 예능 콘텐츠가 대중의 시선을 붙잡았다. 유튜브가 2008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고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2016년 국내에 진출해 예능 콘텐츠를 쏟아내면서 2020년대부터 유튜브와 OTT가 예능의 포맷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판세가 형성됐다.
이전과 전혀 다른 미디어 환경의 도래로 예능은 전문화·분절화하면서 다수의 장르와 소재의 콘텐츠가 양산됐고 인기를 얻는 포맷도 변모했다. 소재에 따라 연애·짝짓기 예능, 먹방과 쿡방, 음악 예능, 오디션 예능, 토크쇼, 스포츠 예능, 여행 예능, 퀴즈쇼, 추리 예능, 생존 서바이벌 예능 등 세분화하며 각양각색의 예능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무한도전’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2000년대부터 예능의 대세가 된 리얼 버라이어티는 관찰형, 미션형, 종합형 같은 여러 하위 장르가 모습을 드러내며 인기를 더했다.
출연자와 진행자도 개그맨 출신의 예능인 중심에서 배우, 가수, 아나운서처럼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예인과 방송인뿐만 아니라 유튜버를 비롯한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 셰프와 요식업자, 스포츠 스타, 의사, 변호사, 작가, 일반인까지 확대됐다. 혼자서 웃기는 재능보다 다른 출연자에게 웃음을 유발하게 만들고, 상황적 혹은 즉흥적 재미보다는 출연자의 구성과 관계, 경쟁 구조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것이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진행자와 출연자의 역할도 달라졌다.
예능 콘텐츠의 내용과 포맷, 유통 플랫폼, 진행자·출연자 역할의 변화에 최적화하고 참신한 흥미 코드와 창의적인 트렌드를 도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는 예능 장르와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주로 스튜디오 밖에서 진행되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과 출연자의 관계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모습과 의외성, 생동감, 진정성을 표출해 즐거움을 주는 예능으로, 출연자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같은 관찰 예능,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런닝맨’ ‘틈만 나면’ 같은 미션형, 다수의 포맷과 소재를 등장시키는 ‘놀면 뭐하니’ 같은 종합형 등 하위 장르가 부상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최강자는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넷플릭스가 5월 26일부터 서비스해 시청 열풍을 일으킨 ‘유재석 캠프’와 ‘놀면 뭐하니’ ‘런닝맨’ ‘더존: 버터야 산다’ ‘풍향고’ 같은 TV와 OTT, 유튜브의 다채로운 리얼 버라이어티 콘텐츠에서 멤버와 출연자를 유기적으로 이끄는 진행자, 미션을 유쾌하게 수행하는 능력 있는 멤버, 그리고 멤버들이 재능과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열정적인 관객의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수행하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 스타의 위상을 견고하게 구축했다. 여기에 게스트와 멤버 간의 기막힌 호흡, 위기 대처 능력, 애드리브와 몸 개그 같은 재능을 십분 활용하며 리얼 버라이어티의 지존으로 자리했다.
패러디와 성대모사, 스토리텔링 등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이수지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신예 스타로 부상했다.<사진 유튜브 ‘핫이슈지’>
리얼 버라이어티의 신예 스타는 이수지다. ‘인간 복사기’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성대모사와 닮은 꼴 연기, 출중한 패러디 실력, 시의 적절한 소재 발굴, 대중과 사회의 관심을 촉발하는 스토리텔링 전개의 강점을 지닌 이수지는 TV 프로그램 ‘마니또 클럽’ ‘알바로 바캉스’ ‘혼자는 못해’와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를 통해 신박한 예능 코드를 내세워 MZ부터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으며 리얼 버라이어티의 신흥 스타로 떠올랐다.
강호동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통적 실력자다. 강호동은 ‘무한도전’과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를 최고의 인기 장르로 만든 종합형의 ‘1박 2일’부터 미션형의 ‘대탈출: 더 스토리’까지 여러 장르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온몸을 던져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를 거는 승부사적 기질과 고도의 집중력,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밖에 갖가지 포맷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예인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과 상황을 잘 전달하는 기안84와 예능인 김숙 박나래 이은지, 배우 이서진 차승원 차태현 이광수, 가수 김종국 김종민 등이다.
음악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 추리·퀴즈쇼 등 스튜디오 실내 예능의 최고 스타는 신동엽이다. 20년 넘게 메인 MC로 활동하는 ‘TV 동물농장’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현역 가왕’ ‘불후의 명곡’을 포함해 10여 개의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는 신동엽은 뛰어난 말재주와 임기응변, 빼어난 위기 대처 능력, 호흡과 여백을 잘 관리하고 방송 수위를 능숙하게 조절하는 스타일을 과시하며 실내 예능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스튜디오 실내 예능의 또 다른 강자는 아나운서 출신의 전현무다. 탁월한 언어 구사력과 멘트 정리, 월등한 생방송 진행 실력, 전형적인 방송인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예능감을 보유한 전현무는 ‘히든싱어’ ‘톡파원 25시’를 비롯한 많은 스튜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도 ‘냉장고를 부탁해’ ‘미스터 트롯’ 같은 스튜디오 예능에서 강세를 보인다. 이밖에 애드리브의 달인 이수근과 멘트 정리의 능력자 서장훈도 각광받는 실내 예능 진행자다.
토크쇼에서 공감 능력과 멘트 정리 실력이 출중해 따듯한 웃음을 선사하는 장도연.<사진 MBC ‘라디오스타’>
오랜 역사를 가진 토크쇼는 유튜브와 OTT의 급성장으로 상이한 포맷의 콘텐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토크쇼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출연자와 토크를 조율하는 진행자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과 유튜브 ‘뜬뜬’에서 발군의 말솜씨와 괴연한 공감 능력으로 감동을 선사하고 절제된 언어 스타일로 상쾌함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편하게 이끄는 유재석과 유튜브 ‘짠한형’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과 파격적인 진행, 섹드립의 현란한 활용으로 출연자를 무장 해제시켜 재미를 촉발하는 신동엽이 문양이 전혀 다른 스타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토크쇼 진행자다. 대상과 현상에 대한 직설과 독설, 촌철살인 멘트, 사람들이 체면과 내재화된 검열 장치 때문에 하지 못한 말들의 거침없는 분출을 통해 독자적인 MC 유형을 정립한 김구라와 정리·공감 능력이 걸출하고 부드러운 친화력과 배려·존중의 태도를 잘 발현하는 장도연도 토크쇼 진행자로 인기가 높은 예능 스타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상황을 잘 표출해 인기가 높은 기안84.<사진 넷플릭스 ‘기안장대환장’>
소재와 내용으로 구분하는 가지각색의 예능 장르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현시해 대중의 시선을 붙잡는 연예인과 유명인도 존재한다. 먹방에선 많은 음식을 맛깔나게 먹으며 맛 표현의 차력쇼를 펼치는 문세윤과 김준현, 그리고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먹방 유튜버 쯔양이 단연 돋보이는 스타다. ‘흑백요리사’ ‘냉장고를 부탁해’ ‘최강로드-식포일러’ 등 쿡방 예능이 쏟아지는 가운데 훌륭한 요리 실력과 독특한 예능감·이미지로 눈길 끄는 셰프나 요식업자는 최강록 백종원 정호영 윤남노 에드워드 리이고, 요리를 잘하는 배우 류수영 또한 쿡방 스타로 꼽힌다.
예상치 못한 실수, 막판 뒤집기, 언더독의 반란 같은 극본 없는 드라마가 빈발하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타는 해박한 스포츠 지식과 실력, 예능감을 잘 드러낸 안정환과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성장과 성공을 견인하는 김연경,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기력과 미션 수행력, 이상적인 육체를 보여주는 추성훈, 김동현 등이다. ‘데블스 플랜’ ‘크라임씬’ ‘더 지니어스’ 같은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추리·두뇌게임 예능에선 논리적인 추리력과 풍부한 지식, 정확한 예측력으로 무장한 개그맨 장동민, 배우 하석진, 과학 유튜버 궤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크레이지 투어’ ‘먹보와 털보’를 비롯한 여행 예능에선 기상천외한 콘텐츠를 내놓는 예능인 노홍철과 여행 유튜버로 명성을 쌓은 빠니보틀, 곽튜브가 주목받고 있다. ‘나는 솔로’ ‘환승연애’ ‘솔로지옥’ ‘돌싱글즈’를 포함한 연애·짝짓기 예능에선 출연자들의 감정과 언행에 진심 깃든 공감, 솔직한 리액션, 인상적인 캐릭터 설정 등으로 프로그램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프콘, 유세윤, 이다희가 관심 끄는 진행자다. ‘생존왕’ ‘정글의 법칙’ 같은 생존 서바이벌 예능에선 극한의 상황과 환경을 잘 견디는 강인한 체력과 다양한 생존 무기를 보유한 김병만, 아모띠의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이처럼 수많은 예능 콘텐츠에서 맹활약하는 스타와 유명인들은 미디어와 문화산업이 격변하는 국면에서 대중의 취향과 기호를 담보하는 트렌드와 코드를 끊임없이 개발하며, 예능 콘텐츠와 한류의 혁신을 주도한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웃을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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