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2017년 7월, 군산조선소의 도크가 멈췄다. 수천 명이 일하던 일터는 텅 비었고, 수십 곳에 이르던 협력업체는 절반 넘게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꿨다. 조선소 앞 식당가의 불이 꺼지고 주택은 비어갔다. 조선소가 멈추자 군산 경제 전체가 흔들렸다. 2022년 블록 생산으로 일부 재가동됐지만, 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짓는 조선소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기다림은 길었다.
그 기다림과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6월 제이오션중공업이 군산조선소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고, 6월 4척에 이어 9월 탱커 6척의 건조의향서를 맺으며 올해만 10척의 물량을 확보했다. 내년 초에는 첫 선박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다. 블록 공장이 아닌, 완성된 배를 바다에 띄우는 조선소로 돌아오는 것이다.
여기에 날개가 하나 더 달렸다. 지난 12일 군산이 정부의 '조선 M.AX 3대 플래그십 프로젝트' 지역으로 확정됐다. 군산에는 국가예산 1,100억 원을 포함해 총 3,100억 원의 민관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군산조선소에 소조립 공정 AI 실증설비와 5G 특화망이 들어서고, 여기서 검증된 기술은 지역 중소기업으로 확산된다. 조선소가 멈춘 뒤 업종을 바꿨던 기업도 필요한 공정부터 AI 기술을 들여 다시 조선업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앵커기업부터 협력 중소기업까지, 군산 조선업 생태계 전체가 본격 가동에 앞서 AI라는 새 옷을 입게 되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데이터다. 군산조선소 생산 현장에서 모인 데이터는 국가 데이터 라이브러리로 전송돼 피지컬AI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오랜 세월 쌓아온 조선 현장의 기술이 데이터가 되어 피지컬AI라는 미래 산업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군산의 과거와 미래가 AI로 연결된다.
다만 재가동이 순항하려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다. 조선업은 오랫동안 힘들고 위험한 일터라는 인식이 따라다녔다. 이제 AI라는 새 옷을 입은 만큼, 청년들이 찾아오고 싶은 안전하고 스마트한 일자리로 거듭나야 한다. 지역 대학·직업훈련기관과 함께하는 맞춤형 인력 양성, 숙련공이 돌아올 수 있는 임금과 근무 여건 개선에 기업과 지역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기업을 뒷받침할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가 도입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조선소와 군산 산업단지 기업들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군산의 산업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조선업이 되살아나고, 피지컬AI 같은 미래산업이 함께 자라고 있다. 멈췄던 도크에서 다시 배가 바다로 나가는 날, 군산의 새로운 항해가 시작된다. 뿌리산업과 미래산업이 나란히 성장할 수 있도록, 군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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