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게임 금메달 리스트 잇단 구설
‘병역 탈출 성공담’으로 전락해
현역 장병·청년층, 깊은 박탈감
여야 “점진적 축소·전면 폐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 한국 엄지성이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대회 4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 직후 들려온 승전보는 국민적인 축하 대신 거센 역풍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태극마크의 영예보다 ‘군 면제’라는 전리품을 과시하는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이 도화선이 됐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은 방송 인터뷰에서 “저 군대 안 갑니다”라며 밝게 웃어 보였고, 결승전 승리의 주역 양민혁은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고 발언해 청년층의 박탈감을 자극했다. 대표팀 막내 박승수는 SNS에 ‘전역모’를 쓴 사진을 올렸다가 삭제했으며 수비수 최우진은 다리를 절뚝이며 금메달을 과시하는 영상으로 과거 지뢰 사고를 희화화했다는 논란까지 샀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중차대한 책임감을 개인의 ‘병역 탈출 성공담’으로 전락시킨 모습에 현역 장병과 청년들은 깊은 박탈감을 호소했다.
선수단과 대한축구협회가 조급히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 해프닝을 넘어 53년간 유지돼 온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 자체의 존폐 문제로 번졌다. 1973년 유신 체제 시절 국위선양 장려를 위해 도입된 현행 제도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등에게 보충역 편입 혜택을 준다. 그러나 인구 절벽으로 병력 자원이 급감하고, 국위선양의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정점에 달했다. 세계적 스타인 방탄소년단(BTS)조차 군 복무를 이행한 판국에 특정 스포츠 종목 성과만으로 병역 예외를 부여하는 것은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촉구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시대에 특정 분야 성과만으로 병역 부담을 달리할 수 없다”며 점진적 축소를 주장했고, 안규백·민홍철 의원 등은 전면 폐지론까지 제기했다. 국민의힘 역시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태극마크는 병역 피하기용 프리패스가 아니다”라며 기준 재설계와 공적 책임 강화를 요구했으며 안철수·나경원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중진들 역시 제도의 전면 재설계 및 폐지를 촉구했다.
개편 방식에 있어서는 제도 자체를 완전히 없애고 경제적 보상으로 대체하자는 ‘전면 폐지론’부터 종목별 경쟁 수준과 누적 성적을 반영해 대상 기준을 단계적으로 줄여가자는 ‘점진적 축소론’까지 다양한 구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편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혜택을 받은 선수·예술인의 고소득에 기여금을 부과해 군인복지기금으로 환원하는 ‘병역특례 기여금 3법’을 발의하며 사회적 책임 완화라는 제3의 길을 제안하기도 했다.
병역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지는 신성한 의무다. 국가의 보상체계가 국방의 의무를 기피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청년들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 제도는 이미 수명을 다한 것이다. 여야 모두 개편 필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이 일회성 비판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변화와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근본적인 병역제도 대수술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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