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액 30% 국회 의결 없이 변경
초과세수도 사후 승인 편성 가능
넓어진 정부 재량권 우려 시선에
“법의 허용 범위 내 효율적 사용”
청와대가 100조원대 규모로 조성될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정부 쌈짓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기금운용계획은 국회 심사를 거치고, 계획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국회에 보고하도록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요 항목 지출액의 30%까지 국회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게 하고, 초과세수도 국회 승인 없이 기금으로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라는 정공법을 우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올 초만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규모 세수가 내년에도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가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을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해 필요한 적재적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래대응기금의 주목적 중 하나는 재정 안정화 기능으로, 일반회계 결손이 발생했을 경우 과거와 같은 변칙적 재정 운용이 아니라 일반회계 결손 보전을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쌈짓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추가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 24일 입법예고한 미래대응기금 설치법·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추가·초과 세수 등을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총괄계정과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정책 계정으로 나눠 운용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기금 운용 과정에 국회의 예산 통제권이 축소된다는 점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액의 30%까지 국회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성 기금을 제외한 일반적인 기금에 적용되는 20%보다 넓은 재량을 정부에 부여한 것이다.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은 정부가 임의로 항목을 바꿀 수 없고, 변경하려면 추경을 편성해 국회 심의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일정 범위 내에서 지출 계획을 변경하도록 해 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높인 구조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사업성 기금을 추가로 필요하다면 쓰는 것이지, 더 큰 범위 내에서 지출한다거나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소요에는 기금의 성격상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초과세수를 국회의 사전 통제 없이 기금으로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한 점도 논란이다. 정부안은 회계연도 중 세입 재추계를 통해 발생한 초과세수를 추경 편성 없이 미래대응기금으로 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국회에 사용 내역을 사후에 제출하도록 했다. 반대로 세수 결손이 생기면 미래대응기금에서 끌어다 메울 수 있도록 했다.
청와대는 기금 방식을 택한 이유로 미래 투자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려는데 가격이 굉장히 뛰고 있다면 예산에서 편성된 단가로는 현재 필요한 GPU를 못 살 수 있다”며 “추경보다 기금 계획 변경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경 편성 요건이 경기침체 등으로 제한된 점도 고려됐다. 청와대는 적극 재정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적극 재정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를 약화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논란이 남는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국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는다면 기획예산처의 자율권을 넓히는 결과를 낳는다”며 “적극 재정이 필요하면 예산안에 편성하거나 추경을 거치면 되는데, 기획예산처가 좌지우지하는 별도의 돈주머니가 왜 필요한지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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