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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장 믿은 내가 바보” “결혼자금 2000만원 날렸다”…동학 개미의 씁쓸한 현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가파르게 올랐던 코스피가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가파르게 올랐던 코스피가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특히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확산한 상황에서 지난달 말까지 개인투자자 계좌 약 120만개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직면한 것으로 추산됐다.

13일(현지시간) BBC는 기술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가 세계에서 변동성이 가장 큰 주가지수 중 하나로 꼽힌다고 전했다. 글로벌 AI 투자 열풍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가 크게 출렁이면서 지수 변동성도 덩달아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서비스업체 BNY의 위 쿤 총은 코스피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역사상 “가장 가파른 조정 가운데 하나”를 겪었다고 진단했다. 이번 하락 폭이 코로나19 사태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급락에 견줄 만하다는 평가다.

코스피는 올해 초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치솟으며 지난 6월 중순 90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불과 몇 주 만에 5500선까지 추락했고 이후 반등해 현재는 680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기술주가 급등할 당시 빚까지 내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었다. 투자 분석가 토비아스 레거는 수개월 동안 이어진 기술주 상승세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극도의 도취감”을 불러일으켰고, 일부는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난달 말까지 한국 개인투자자 계좌 약 120만개가 마진콜에 직면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 생산가능연령 인구 약 30명당 1명꼴에 해당하는 규모다.

14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 증시 믿는 내가 바보”…코스피 급락에 개미 ‘눈물’

BBC는 증시 급등락으로 큰 손실을 본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사연도 함께 소개했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은행원 김용준 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둔 자금을 기술주에 투자했다가 지난달 약 2000만원을 잃었다. 7월 한 달 동안 그가 보유한 기술주 투자자산의 가치가 약 25%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손실을 만회하려면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라며 “주변에는 저축한 돈을 ‘올인’해 나보다 훨씬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 투자한 김웅사 씨 역시 큰 손실을 떠안았다. 그는 올해 초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의 절반가량을 SK하이닉스 주식에 넣었다. 주가가 한때 4배 수준까지 뛰었지만 이후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하면서 현재 약 3억원인 투자금은 고점 당시 평가액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김 씨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엔비디아 투자로 10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뒤 수익금 대부분을 SK하이닉스에 재투자한 직장인 박찬용 씨도 약 1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해당 자금은 오는 10월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하기 위해 마련하던 돈이었다.

박 씨는 “주가 움직임이 항상 합리적인 이유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때로는 도박과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투자할 수 있는 현금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올인’한 박영지 씨의 평가액도 한때 4500만원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급감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을 믿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면서도 향후 반등을 기대하며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진 ‘포모(FOMO·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심리도 기술주 쏠림 현상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학생 이수민 씨는 친구와 돈을 모아 SK하이닉스에 투자했지만 주가가 고점을 찍었을 때 매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은 다른 주요국 증시를 향한 우려로도 번지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아시아 주식 전략 책임자인 프랭크 벤짐라는 일본 닛케이225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지수도 코스피와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증시나 일본 토픽스(TOPIX)처럼 여러 업종에 고르게 분산된 대형 시장에서는 코스피와 같은 수준의 극단적인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급등락이 특히 젊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레버리지 투자와 특정 기술주에 자금을 집중하는 ‘몰빵 투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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