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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 성장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베트남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금융기관과의 협력 강화는 물론 디지털결제·인공지능(AI)·기업금융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며 베트남을 핵심 해외 성장 거점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단순 해외 점포 확대를 넘어 현지 디지털 금융 생태계 안착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신한은행이 상대적으로 가장 강한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베트남 현지 금융기관 및 IT기업들과 협업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한국 정부 경제사절단 일정에 맞춰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금융기관 및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넓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 4월 베트남 중앙은행(SBV)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 금융 협력과 디지털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베트남 대표 국영상업은행인 비엣콤뱅크(Vietcombank), 국영 농업은행 아그리뱅크(Agribank) 등과도 금융 협력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 현지 영업 확대보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지원과 현지 리테일·디지털 금융시장 선점 전략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베트남은 최근 국내 금융권이 가장 주목하는 해외 시장 중 하나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젊은 인구 구조를 기반으로 금융 수요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확산 속도가 빨라 디지털 금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1993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현지 법인 전환과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현재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가운데 상위권 사업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은 현지 전국 주요 도시에 다수 영업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금융·기업금융·외환·카드·디지털금융 등 사업 영역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IT 이종결합으로 '디지털 협업' 가속
특히 현지 결제 플랫폼과 IT 기업을 양대 축으로 삼은 '디지털 협업'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은 지난달 현지 결제 플랫폼 기업 VNPAY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판매시점관리(POS) 및 디지털결제 사업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현지 시장에서 비현금 결제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QR 및 카드결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중소상공인 대상 디지털결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POS 사업 확대에 집중해 현재 약 6000개 수준의 결제 가맹점을 확보한 만큼 업계에서는 향후 현지 가맹점 확대와 QR결제 확산이 본격화할 경우 디지털결제 사업 영향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결제망 확대는 AI 기반의 플랫폼 고도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최대 IT기업 가운데 하나인 FPT그룹과 AI·빅데이터 기반 디지털금융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VNPAY를 통해 확보한 결제 인프라 위에 FPT그룹의 차세대 기술을 얹어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 협력까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권에서 전통 금융회사와 IT기업 간 협업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에 발맞춰 단순 은행 서비스를 넘어 현지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과 응웬 응옥 깐 베트남 중앙은행(SBV) 부총재, 사진=신한은행
기업금융 밀착 영업…국내 저성장 돌파구 모색
기업금융 부문의 밀착 영업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은 삼성·LG·현대차 등 한국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진출도 활발한 지역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도 현지 진출 한국 기업 대상 금융 수요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현지 진출 한국 기업 대상 자금조달·외환·무역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기업금융 시장 공략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최근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국내 금융시장 성장 한계를 꼽는다.
국내 은행권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예대마진 축소 압박, 저성장 기조 장기화 등으로 수익성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베트남은 인구 약 1억명 규모에 평균 연령이 낮고 금융 인프라 성장 속도가 빨라 국내 금융사들이 핵심 전략 시장으로 꼽는 국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베트남은 젊은 소비층 중심으로 모바일 금융 이용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시장"이라며 "향후 동남아 금융시장에서 디지털 경쟁력이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현지 네트워크와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는 신한은행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최근에는 단순 점포 확대보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도권 경쟁 속 장기 성장 거점화 필수
자료=신한금융그룹
다만 시장에서는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베트남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글로벌 은행과 현지 금융사, 핀테크 업체들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결제와 모바일금융 분야에서는 현지 플랫폼 기업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향후에도 베트남 사업 투자를 지속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성장성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해외사업 확대가 사실상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진출이 단순 네트워크 확보 차원이었다면 최근에는 현지 디지털 금융 생태계 안착 여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신한은행 역시 베트남을 장기 성장 거점으로 보고 사업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홍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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