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은 좋은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국부펀드 ‘우주·양자’ 투자…전략 품목 ‘국내 생산 유도’ 세제 혜택
‘AI 충격 완화’ 2030년까지 일자리 20만개…구체적 계획 없어 한계
정부가 14일 내놓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국부펀드 등을 통해 신성장 산업으로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국가주도산업 전략을 제시한 데 비해 청년 고용과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K자형 성장이 굳어지는데 양극화 완화가 정책의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성장전략의 핵심은 ‘3대 메가프로젝트’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개 분야에서 전력과 부지, 인허가를 신속 지원하는 ‘국가 총력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체계도 개편한다. 한국투자공사(KIC)의 종합형 국부펀드에선 원전·우주항공·양자기술 등 전략산업에 투자한다. 국민성장펀드에서도 ‘초혁신경제펀드’를 새로 조성해 첨단기술 사업화와 시제품 제작 등 초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동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국내 생산 세액공제’도 도입한다. 국내 생산·판매 실적에 따라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생산 초기 결손으로 세액공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별도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이 어려운 품목은 비축을 확대하고, 수입선도 다변화한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대체 수입할 경우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통해 저리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 완화 대책도 담겼다. 2030년까지 민간과 공공을 합쳐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민간에서는 신산업·과학기술·문화·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창업, 인턴십 등을 통해 10만개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는 채용 연계형 등 10만개의 일자리를 각각 마련한다.
청년 지원책으로는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가 담겼다. 연간 총급여 7500만원 이하 청년의 저축 납입금에 10%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이자·배당소득 비과세와 납입 한도를 확대한 상품을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40만호 이상의 공공임대주택도 공급한다. 그러나 청년 고용과 양극화 대응책은 기존 정책을 확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 상당수가 2030년까지 추진될 중장기 목표인 만큼 실제 고용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략산업 중심의 성장만으로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만개의 일자리라는 숫자보다 어떤 일자리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민간에서 만들어져야 하는데 구조개혁 없이 목표만 제시해서는 지속 가능한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형 ISA와 소득공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저축 여력이 있는 청년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역시 대부분 중장기 계획이어서 당장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른 양극화 대응 과제도 후순위로 밀렸다. 공공부문 기간제 처우 개선은 사회적 대화 논의 착수,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권리 강화도 지원 방안 검토 수준에 머물렀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막대한 초과이윤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청년 고용 부진과 소득·자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전략산업 지원과 함께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혁신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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