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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조 대상 없었는데…또 되풀이된 참극

18일 세종시 세종중앙공원에 마련된 김진석 소방위 분향소를 찾은 한 가족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구조 대상 없었는데…또 되풀이된 참극

소방관 순직한 부천 공장 화재…지휘부 대응 문제점 지적

분향소 찾은 시민들

18일 세종시 세종중앙공원에 마련된 김진석 소방위 분향소를 찾은 한 가족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yaja@kyunghyang.com

빈 공장 진입했던 대원들 사상

유족들 “내부는 이미 모두 대피”

건물 내 인화성 물질 다량 발견

공장 대표 업무상과실치상 입건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김진석 소방위(44)가 지난 17일 끝내 숨졌다. 유족과 전문가들은 당시 건물 내부에 구조할 사람도 없었는데 진입 명령을 내린 지휘관의 지시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건물 내부에선 인화성 물질이 담긴 용기가 대거 발견됐다.

18일 경기도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부품 도장 공장에서 16일 발생한 화재 초기 진압에 투입된 인력은 총 4명이다. 진압 과정에서 급격히 확산된 불로 2명은 긴급히 대피했지만 김 소방위를 포함한 2명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립됐다. 뒤늦게 구조된 2명 중 김 소방위는 숨졌고 나머지 1명도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수사 전담팀은 공장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상 및 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소방대원들이 진입할 당시 공장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다. 현장 지휘관도 이를 알았지만 대원들에게 건물 진입을 명령했다. 유족은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이 언론에 공개한 메모에는 “내부에 이미 모두 대피했다는 말을 들었다. 지휘자의 대응 부족으로 젊은 대원의 목숨을 앗아갔음”이라고 적혀 있다.

건물 안에 구조 대상자가 없는데도 소방관들이 들어갔다 순직하는 사고는 과거에도 수차례 발생했다. 2024년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냉동식품 제조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에서는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 2명이 순직했다. 당시 공장 관계자가 “내부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지만, 지휘부는 구조 대상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진입을 지시했다.2022년 경기 평택 물류창고 화재와 2021년 울산 상가건물 화재에서도 사람이 없는 곳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정용우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안에 구조 대상자가 없었던 만큼 외부 방수로도 진압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소방 내부에서도 무리하게 진입할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도 “휘발유나 시너 등 위험물질이 있으면 섣불리 진입하지 말아야 하는데, 내부 위험물질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원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길중 한국소방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대원들이 약 20분간 내부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급격한 연소 확대로 중상을 입은 것”이라며 “이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면 현장에서 위험성을 파악하고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 대원들은 시야가 제한되고 지휘관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지휘관은 진입·철수 여부를 적시에 판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휘부 대응 문제점 지적

경찰은 과학수사팀을 포함해 33명으로 구성된 수사 전담팀을 편성해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담팀은 전날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유관기관(총 23명)과 함께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감식 결과 불이 시작된 공장 3층 작업장에서 시너를 사용한 금속 세척 작업 중이었단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에 정전기 또는 미세전기, 마찰열로 인한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장에서는 제4류 위험물이면서 제2석유류에 해당하는 시너와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이 담겨 있거나 담겼던 용기 180여개가 발견됐다.

발화 지점에서 1~2m 떨어진 곳에는 시너가 든 깡통 수십개가 있었으며, 일부는 개봉된 상태였다. 페인트통도 쌓여 있었다. 당국은 인화성 물질이 급격한 연소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업체는 인화성 물질을 대거 취급하면서도 건물 내부에 방폭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물 취급 관련 허가를 받은 이력도 없어, 위험물 관련 소방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건축 면적(362㎡)이 의무 설치 기준에 미치지 않아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공장은 2021년 1월에도 불이 난 적이 있지만, 건물 관리 업체가 자체적으로 소방 점검을 실시한 뒤 ‘이상 없음’ 보고서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최근 5년간 한 차례도 공장에 대한 화재 안전 점검을 하지 않았다.

현장 감식에 참여한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연구관은 “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너 용기들을 대거 확인했다”며 “인화성 물질을 사용해 금속 세척 작업을 하는 작업장에선 작업자들이 정전기 방지 작업복을 입어야 하고, 작업장 내 방폭 설비가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현장 감식 결과 그런 흔적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실제 보관량과 위험물 허가 대상 여부 등에 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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