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하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제입센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연예술 작가 겸 연출가, 작곡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구자하(42)가 2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연극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입센상과 상금 250만 크로네(약 3억 5,800만 원)를 받았다. 지난 3월 수상자로 공식 발표됐던 그는 이날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트로피를 안았다.
국제입센상은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 극작가 겸 연출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을 기려 2007년 노르웨이 정부가 제정했으며, 2010년부터 격년으로 시상하고 있다. 특정 시즌의 단일 작품을 평가하는 여타 상과 달리 예술가나 단체가 일궈온 예술 작업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앞서 이 상을 받은 극작가 욘 포세(2010년)와 페터 한트케(2014년)가 훗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최고 권위의 연극상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제입센상 시상식에서 잉그리드 로렌첸 심사위원장이 심사위원들과 함께 올해 수상자인 구자하의 작품세계를 논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사위원회는 올해 수상자 선정 기준으로 ‘너무 자주 찬성과 반대로 나뉘는 세상에서 연극을 사이의 공간, 즉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상상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하는 상상력’을 제시했다. 잉그리드 로렌첸 심사위원장(노르웨이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이날 시상식 무대에 올라 “구자하는 이데올로기와 플랫폼의 관습을 뛰어넘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며 “그의 작품을 보면 질문을 안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소중히 간직하고 찬사를 보내야 할 경이로움의 극장”이라고 평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구자하는 2011년부터 유럽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전자음악 작업을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예술대학에서 동시대 연극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벨기에 겐트의 공연예술기관 캄포(CAMPO) 협력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전통 연극 문법에서 탈피해 음악, 영상, 텍스트, 로보틱 오브제 등을 결합한 독창적 무대를 구축해왔다. 2014년부터 6년에 걸쳐 발표한 ‘롤링 앤 롤링’,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로 이어지는 ‘하마티아 3부작’과 지난해 발표한 ‘하리보 김치’ 등을 통해 개인적 서사에서 출발한 한국의 언어·경제·문화적 제국주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구자하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제입센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상식에서 구자하는 “동시대 감각을 잃은 채 과거 형식에 머물거나 세계의 변화에 귀 기울이지 않는 연극을 싫어한다”며 “연극을 사랑해서라기보다 끊임없이 의심하기에 연극을 만드는 사람인 것 같다. 연극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무대에는 누가 설 수 있는지, 누가 말할 수 있는지,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아직 듣지 못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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