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STR “한국만 망사용료 부과” 주장했지만…“미국은 이미 지불 구조 정착”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망 사용료(망 이용대가) 법안에 대해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일각에선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도 제기되지만, 업계는 실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USTR “한국만 망 사용료”…4년째 문제 제기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 수출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터무니없는(Craziest) 외국의 무역 장벽’이라는 제목으로 10건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가운데 한국의 망 사용료 관련 내용은 네 번째로 언급됐다.
해당 게시글에서 USTR은 “자국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트래픽 전송에 대해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망 사용료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USTR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2대 국회에서도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 최수진 의원(국민의힘)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USTR은 매년 3월 발간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의 통상 환경과 미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지적해왔으며, 망 사용료 문제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포함돼 왔다.
당장 USTR이 최근 발간한 ‘2026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도 “2021년 이후 외국 콘텐츠 제공자(CP)가 한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며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 제공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국 CP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한국 경쟁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적혔다.
또 “이러한 의무는 한국 3대 ISP(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과점을 강화해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반경쟁적일 수 있다”며 “미국은 2024년에도 수차례 한국에 이 우려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요약하면 망 사용료 부과가 한국에서 사업 중인 미국 콘텐츠 사업자와 통신사업자 간 역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업계 “특정국 겨냥 아냐…통상 마찰 가능성 제한적”
하지만 국내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글로벌 CP가 인터넷망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이에 따른 비용인 망 사용료는 ISP에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글로벌 CP가 협상 자체를 회피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는 국내 CP들과의 역차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해왔다.
관련 법안이 실제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이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상 마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사업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이 구글과 넷플릭스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갑질방지법’ 사례도 거론된다.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한 이 법은 유사한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후 USTR의 문제 제기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ISP와 CP간 망 사용료 지불 구조가 정착되어 있고 ISP-CP 간 대가 지불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며 “당장 미국 대표 ISP인 AT&T는 CP의 트래픽 전송은 망 사용료 지불 또는 상업적 합의에 의해서만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U도 ‘망 공정기여’ 추진…글로벌 규제 흐름 변화
업계는 글로벌 규제 흐름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최근 유럽 내 네트워크 질서를 재정립하는 내용의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을 발표한 가운데, 해당 법안에는 ‘망 공정기여’ 관련 조항이 포함됐다.
또 통신사와 글로벌 빅테크 간 망 사용료 분쟁에 대해 규제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조정 회의(conciliatory meeting)’ 제도도 도입됐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법안 발효 이후 1년 내 트래픽 연결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분쟁 시 이를 기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에 자율 협상에 맡겨져 있던 망 사용료 문제를 공적 규제 영역으로 전환하는 조치로, 협상에 응하지 않는 글로벌 CP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유럽 최대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이 메타와의 망 사용료 소송에서 항소심까지 승소하면서 관련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CP는 트래픽 전송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국내와 유럽에서 추진되는 제도는 대형 CP의 무임승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유럽 주요국 판례에서도 정당한 대가 지불 필요성이 인정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USTR은 이번 게시글에서 튀르키예의 미국산 쌀 수입 제한, 나이지리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호주의 스트리밍 서비스 규제 등도 함께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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