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사용 효율성 높였더니 폭발적 수요 끌어낸 경제원리 '제본스의 역설'
한인수 KAIST 교수 "AI 확산과 동시에 반도체 수요도 질적으로 고도화"
모건스탠리 "비용 낮아지면 수요 증가해 장기적으로 메모리 제조사에 이익"
(사진 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오른쪽) 최태원 SK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2월 20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호텔에서 열린 'TPD 2026' 행사에서 환영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좌)삼성전자, (우)최종현학술원 제공]
구글 리서치가 인공지능(AI) 성능을 좌우해온 '메모리 병목'을 뚫기 위해 AI 구동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로 줄이는 차세대 알고리즘 압축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를 발표하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와 AI 대중화에 따른 낙관론이 맞선 가운데, 실제 AI 업계에서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의 터보퀀트 연구에 참여했던 한인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27일 KAIST를 통해 "AI가 고용량 중심에서 고효율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AI는 더 저렴해지고 빠르게 확산하는 동시에 반도체 수요 역시 질적으로 고도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연구에 대해 "AI 메모리 사용량 증가 '병목'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정확도를 유지하는 새 방향을 제시했다"며 "대규모 AI 모델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 중장기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AI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가 1865년 석탄 연료 사용 당시,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광범위한 산업에서 석탄 수요(소비)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관찰해서 입증한 '제본스의 역설'과도 맥이 닿아 있는 분석이다.
터보퀀트처럼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로 줄이는 압축기술에 의해 반도체 효율성이 향상되면, 결국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더 가속화되어 메모리 반도체라는 자원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한다.
'제본스의 역설'은 반도체 수요 증가의 효과가 지배적일 때 발생하며, 이는 효율성 향상으로 인해 자원 활용률이 빨라진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도 "현실에선 메모리 수요 변동이 단순하게 정보량 압축 효과에 비례해 흘러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추론 비용이 정말 낮아진다면, 지금까지 비용 때문에 못쓰던 응용 작업에 절약한 메모리를 사용하게 되어 메모리 수요가 더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엔비디아가 강조해온 ICMS 역할도 단순한 보조저장소를 넘어 '문맥 교통정리' 핵심 계층으로 재정의되며 GPU당 배치되는 시스템 개수가 늘어나면 메모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LPU와의 상보성도 더 강화되어 전체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숀 김 모건스탠리 분석가 또한 터보퀀트 이슈에 대해 "모델이 성능 저하 없이 메모리 요구량을 낮춰 실행할 수 있다면 비용이 크게 감소해 AI 도입의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비용이 낮아지면 제품 수요도 증가해 장기적으로 메모리 제조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메모리 병목 현상을 완화해 시장 전체 규모를 키워, 오히려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더 가속하는 인센티브로 작동할 것"이라며 "지난해 딥시크가 등장했을 때 AI 시장이 크게 요동쳤지만, 지금은 시장에 끼친 영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터보퀀트도 마찬가지"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같은 영역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를 실제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술 파급력이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자산운용사 퀼터 체비엇 또한 "터보퀀트는 혁명이 아니라 진화"라며 "장기적인 산업 수요 구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이날 "터보퀀트 기술로 추론 비용이 하락하면 AI 대중화가 빨라져 메모리의 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촉매가 될 것"이라며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는 아직 논문 수준"이라며 "실제 적용까지는 시차가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터보퀀트가 메모리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운영 비용 감소는 AI 시장 확대와 전체 메모리 총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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